108산사순례기도회 대장정의 발자취

2012년 10월 3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8산사순례기도회 6주년 기념법회 모습. 당시에도 예고됐던 비를 대신해 일곱 색깔 무지개가 하늘에 걸렸다. 선묵 혜자 스님과 기도회 회원들의 지극한 신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순례거리 817만 3460km, 지구 204바퀴
동참 총 54만명, 불교사서도 유래없어
농어촌 사랑, 자비나눔 실천도 전개해

‘선묵 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이하 108산사순례기도회)는 한국불교의 신행문화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10년간 걸어온 길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신행문화를 선도했을 뿐만 아니라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도농공동체 형성과 지역사회 기여, 소외계층 돌봄 등의 활동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이 시대에 맞게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혜자 스님은 부처님이 중생구제를 위해 떠난 마음과 같이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었다고 전한다. 5000여 회원들이 매달 108산사를 찾아 108불공을 올리고 108배를 하며 108번뇌를 소멸하고, 108자비나눔선행공덕을 실천해 108염주를 만들어 간 데에는 매회 빠지지 않고 직접 염주를 꿰며 기도회를 이끈 혜자 스님의 원력이 있었다.

2010년 3월 향일암에서 하늘에 걸린 무지개와 혜자 스님의 모습
이런 원력 하에 이뤄낸 일은 실로 엄청나다. 108산사순례기도회에 동참한 인원은 108차까지 매회 5000여명씩 총 54만명을 상회한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매달 모이는 것은 불교사적으로도 유래없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동원된 차량도 1만 1664대에 순례거리는 817만 3460㎞에 달한다. 지구를 204바퀴돌고 달 왕복을 11번 할 수 있다. 공양미로 올려진 쌀도 3000가마가 넘는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찾은 사찰은 대부분이 창건 이래 가장 많은 불자들이 운집하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회원들의 신심증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108산사 마다 염불과 기도를 하는 한편, 108참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 많는 회원불자들이 순례에 동참하고 각 가정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이러한 마음을 다시 회향했고, 다시 가족 차원에서 동참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동참불자들에게는 낙관과 해당사찰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을 보시하는 등 신심을 배가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신행활동 뿐만 아니라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도농공동체를 일구는 활동도 펼쳤다. FTA 타결로 인해 농촌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농어촌 직거래장터 및 농촌사랑봉사단을 발족했다. 직거래를 통해 거래된 금액만 30여 억원에 달한다.

순례 때마다 기도회는 군장병들에게 초코파이를 전달했다.
또한 군장병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410만개가 넘는 초코파이 보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환경사랑 실천운동, 108효행상(122명 시상), 다문화가정 108인연맺기(207가족), 소외계층 108장학금(223명 전달) 등 자비나눔에도 앞장서 불교계의 자비나눔 실천에 대한 관심도 고조시켰다.

선묵 혜자 스님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 108산사 순례를 하는 불교계 단체가 50여 곳에 달한다.
이 중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주목받는 것은 농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순례의 대표적 행사가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와 다문화 여성농업인 인연맺기다.

2006년 11월 합천 해인사에서의 2차 순례 이후 회원 신도가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할 시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것이 시초가 됐다. 선묵 혜자 스님도 농촌을 지척에 두고 있는데 지역에서 생산한 무공해 청정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장소를 마련해 주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2011년 2월 네팔 룸비니에서 평화의불을 채화했다.
농협중앙회와의 협력을 통해 자리를 마련하니 신도들의 동참이 줄을 이었다. 3일간 5000여명이 1만원씩만 구매해도 농가소득이 5000만원이나 된다. 이후 혜자 스님은 ‘농촌사랑 홍보대사’로 위촉돼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108산사순례 기간 동안 열린 직거래 장터일 수만도 334일로 거래대금은 30여 억원에 달한다.

혜자 스님은 또 하나의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다문화 여성농업인과 순례회원 간 ‘인연 맺기’가 그것이다. 다문화 시대를 맞아 농촌에 수많은 이민여성이 거주하고 2세가 성장할 텐데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었다. 인연맺기 행사는 2008년 2월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네팔 이민 여성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당초 매월 2명씩 농촌 다문화가정과 108산사순례회 가정을 연결해 108결연을 하고자 했지만 동참인원이 늘어 205결연까지 진행됐다.

또 낙후된 농어촌 지역의 소외계층을 보듬는 일도 진행했다. 또 사찰 인근에 조손가정을 비롯해 어려운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한 선묵108장학금은 매월 지역 청소년 2명을 선정해 혜자 스님이 54만원 씩 108만원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총 223명이 수혜를 받았다.

약사여래 108보시금은 혜자스님이 고성 옥천사 순례 당시 ‘대상포진’으로 고생한 후 ‘내 이웃이 겪는 병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줘야 하겠다’는 발원을 하면서 시작됐으며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매월 108만원의 약값과 병원비를 지원했다. 총 59명이 혜택을 받았다. 선묵 108효행상은 효행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제정해 효자효부 123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여기에는 아버지에게 장기를 이식한 사연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군장병 사랑 실천도 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07년 논산 관촉사에서의 6차 순례 시 군장병을 초청해 순례행사를 진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초코파이를 받기 위해 군장병들이 순식간에 몰리며 상다리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으로 군장병들의 어려움을 체감한 신도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초코파이를 준비해오기 시작했다. 전체 순례기간동안 전달된 초코파이는 415만개로 일렬로 늘어뜨리면 4150km를 덮는다.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총괄한 이해남 사무국장은 “108산사순례기도회 활동과 함께 21세기 새로운 신행운동이 확산된 것은 한국불교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라며 “동참한 모든 불자들의 가정에도 108산사의 가피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걸어온 길

2006년
9월 108산사순례기도회 발대식 및 서울 도선사서 입재식
11월 순천 송광사에서 첫 농산물 직거래장터 개설

2007년
1월 우리농촌살리기 선포식 및 희망의발대식
2월 제1회 신행수기 시상식 개최
2월 논산 관촉사에서 첫 군장병사랑 초코파이 보시 시작
7월 신행단체 최초 전세열차로 안동 봉정사 순례

2008년
2월 공주 마곡사에서 첫 다문화가정 108인연맺기 시작
2월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동산에서 세계평화기원대법회
5월 대구 동화사에서 북한어린이 위한 자비 우유 나누기 운동 전개
10월 108효행상 시상
12월 동국대 일산병원 환자 쾌유 기원법회

2009년
3월 인천항에서 북한어린이 돕기 우유 선적
4월 저소득가정에 108약사여래 보시금, 108선묵 장학금 전달
6월 십중대계 수계산림법회 개최
12월 신행전법순례집 발간 봉정식
12월 서울역에서 종교초월 자선냄비와 함께 불우이웃돕기

2010년
1월 지진 피해 아이티 돕기 성금 전달
4월 동국대 중강당에서 ‘순례’ 주제 국제학술대회
12월 성탄절 맞이 서울 평화를 만드는 교회 방문

2011년
3월 양양 낙산사에서 일본 지진해일 희생영가 극락왕생 기원법회
8월 청양 장곡사에서 북녘동포 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 운동 전개
12월 서울 인사동에서 연말연시 자비나눔 탁발

2012년
2월 네팔 룸비니에서 불사리봉안 탄생불 제막
5월 108산사 충주 선묵원 수월관음 개음불사 봉행
9월 영천 장수 및 과일축제장에 농특산물 직거래장터 개설

2013년
4월 네팔 룸비니서 ‘평화의 불 채화’
5월 임진각에서 ‘평화의불 봉안’ 및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기원 대법회 봉행

2014년
4월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기도
9월 민족성지 백두산 순례

2015년
10월 서울 수락산 도안사에서 108차 순례 및 순례기도회 회향대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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