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 순례 이어 53기도도량 찾아나서는 혜자 스님

“시작할 때는 검었던 회원들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습니다. 이분들의 남다른 신심과 원력이 아니었으면 9년간의 순례를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108산사순례기도회의 대회향을 앞두고 혜자 스님은 그 공을 오롯이 기도회 회원들에게 돌렸다. 스님은 “무사히 사고 없이 회향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며 “순례 때마다 일심광명의 무지개가 뜨듯,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 순례는 전국 각지에서 9년 간 월 평균 5000여 명의 불자들이 참가했다.
혜자 스님은 “회원 모두가 대승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한 보현행자”라고 했다.

스님은 “80세의 한 노보살님의 경우 순례를 다니다 다리가 아파 버스를 탈수 없게 되자 아들이 직접 차를 몰며 어머니를 태우고 6년간 순례에 동참했다. 지금껏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분들을 비롯해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법문사 치아사리 친견서 발원해

108산사순례는 처음 사찰 답사로 진행됐다.
“2006년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중국 시안(西安) 법문사에 참배 갔다가 불현듯 ‘가보지 않은 사찰을 말하는 것은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은 108산사순례를 발원하고 첫 순례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 적멸보궁으로 떠났다. 상서로운 일이 이어졌다.

“보궁 앞에 서니 무지개가 뜬 것 아니겠습니까. 일심광명에 모두가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이후 108산사 순례에는 70회가 넘게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가 뜰 때마다 스님과 회원들의 환희심이 높아져 갔다. 인도 쿠시나가르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얻어 백담사에 기증할 때도 무지개가 떴으며, 평화의 불을 이운해 임진각서 통일기원법회를 열 때도 무지개가 떴다. 부처님의 가피일까. 대장정임에도 순례객이 첫 순례에서만도 2000명을 훌쩍 넘겼고 점점 증가해 5000여 명에 이르렀다. 순례도 사찰 답사에서 농산물직거래를 비롯해 군장병 위문과 다문화가정 돕기 등 다양화됐다.

스님에게도 많은 별명과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었다. 늘 온화한 미소로 회원들에게 행복을 전해줘 ‘포대화상’으로 불리는가 하면 ‘무지개 스님’으로도 불렸다. 또 ‘농촌사랑 홍보대사’로도 불린다.

생명·평화 지키는데도 앞장서

스님은 이제 ‘평화의 전령사’라고도 불린다.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순례를 진행하는 동안 혜자 스님은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채화해온 ‘평화의 불’도 이운해 왔다. 바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평화의 불’은 네팔의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3000여년 동안 자연적으로 타고 있는 ‘꺼지지 않는 불’을 채화한 것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룸비니 평화공원 제단에 영구점화된 불이다.
“이 불을 가지고 천장기차와 비행기 등을 갈아타며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한국으로 들어왔죠.”
스님은 2007년부터 전국 산사에 평화의불을 분등(分燈)해 주고 있다.
“임진각에서 통일기원법회를 할 때였어요. 법회를 위해 출발하기 전 임진각에 비가 쏟아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을 갖고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화창해지더군요. 그리고 나서 큰 무지개가 떴는데 동그란 일심광명 무지개와 달리 일자로 쭉 뻣은 모양이었습니다. ‘아, 통일로 하나가 되라는 부처님의 가피구나’ 했습니다.”

실천하는 불자가 돼야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단순한 사찰 순례를 넘어 도농 교류와 사회기여에도 앞장서고 있다. 직거래 장터 개설을 비롯한 많은 활동은 스님의 상생 정신이 드러난 부분이기도 했다.
스님은 “그 동안 불교계에서는 많은 산사 성지순례를 다녀왔지만 정작 사하촌(寺下村)이나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어촌에는 많은 도움이 못됐다”며 “부처님의 육바라밀 실천을 통해 대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불교의 정체성을 세워나간다는 원력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러한 활동이 곧 수행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부처님께서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행의 일환으로 최선을 다한 이타행(利他行)을 권하셨습니다. 불자라면 자비(慈悲), 나눔, 인욕(忍辱)과 같은 개인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수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스님은 “108산사순례 기도회의 궁극적인 목표도 불법홍포와 수행, 나눔 그리고 행복한 사회 건설에 있다”며 “보시는 현대적으로 나눔 또는 봉사하고 말할 수 있으며 대승보살행은 불교의 실천적 측면과 교리적인 측면에서도 보시와 상통을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님은 “아무리 훌륭한 이상과 원력이 있다 해도 그에 부응하는 노력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내가 배우고 얻은 것을 중생 속으로 되돌릴 때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우리 불자들은 중생들에게 사랑과 봉사하는 회향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2016년 1월부터 ‘53기도도량 순례’ 진행

스님은 2차 순례도 준비하고 있다. 회향에 대해 아쉬워하는 신도들이 많기 때문이다. 2차 순례는 2016년 1월부터 ‘선묵혜자 스님과 믿음으로 찾아가는 53 기도도량’로 진행된다. 53선지식을 의미하는 53사찰을 찾는 순례다.
이와 함께 108산사 순례를 하며 가져온 성토(聖土)를 봉안해 성토단을 만들고, 108산사 기념비와 그동안 순례에 동참한 회원의 명부를 비문으로 개시는 불사도 전개하고 있다.
스님은 “108산사 순례를 하며 각 사찰의 흙을 조금씩 가지고 왔다. 108산사의 정기가 담긴 이 흙을 함께 봉안해 기도하면 108산사에 간 것과 같은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10월 15일 신계사 남북합동법회에도 참석해 북측과 108산사 순례를 통한 평화의불 분등을 조율했다.
“이번 순례에는 평양의 광법사, 묘향산 보현사 등 북한의 사찰도 포함시켜 평화의 불을 평양에도 밝히고 싶습니다. 53산사 순례는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희망찬 시간이 될 것입니다.” 노덕현 기자

사진 : 선묵 혜자 스님이 108산사 기념공원에 들어설 기념비를 가리키고 있다. 스님은 순례를 통해 모두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님은 더욱 많은 이들이 새로운 서원을 세울 수 있도록 53기도도량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개근자들에게 듣다. 108산사 순례 하며 오히려 힘을 얻었어요.

박유란 보살
“몸이 아파도 완주 한 것 감사할 뿐”
박유란(80) 보살

허리를 다쳤는데도 신기하게 108산사 순례를 갈 때면 아프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절절 매면서도 순례를 가는 날이 오면 가게 되더군요. 그래서 108산사 순례에 모두 참여한 것에 부처님께 감사를 올립니다.
나이가 들며 하루라도 젊은 나이에 사찰을 다녀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이 이런 마음을 알고 끌어 주신 것은 아니련지요. 2차 순례에서도 저 처럼 나이가 있더라도 동참해 인생의 서원을 세우길 바랍니다.

 

“욕심 버리는 참회의 마음 생겨”

대지성 백말순(65) 보살

108산사순례를 하며 참회의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내가 그동안 많은 욕심을 갖고 살았구나 하며 남은 여생을 겸허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회향을 앞두고 인도순례를 갔을 때였어요. 부처님 8대 성지를 순례한 것도 좋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하려는 아이들의 가련한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런 와중에 건립이 된 선혜학교는 저에게 큰 공덕을 쌓게한 기회였습니다. 우히 회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정말 보람된 순간이었어요.

“부부 간 추억도 많이 쌓았죠”

법륜행 임전옥(57) 보살

처음 도선사에서 철야기도를 발원하며 동참하게 됐습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가보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청평사 였습니다. 바로 남편이 동행했기 때문이었죠. 저희 남편은 회원인데 회사일로 휴가 때만 동참했어요. 오랜만에 함께 가게 되었는데 비가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남편과 저의 추억도 됩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법주사에서는 부부 육법공양도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108산사 순례를 하며 부부사이도 좋아졌어요.

“108산사 순례하며 딸도 한명 얻어”

공덕심 김남수(54) 보살

울산에서 처음에 불교계 신문을 보고 동참하게 됐습니다. 도선사 석불 앞에서 108배를 하고 남편과 함께 도시에서 찌든 마음을 힐링 시킨다는 마음에서 걸망 메고 다녀보자고 했죠. 108차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역에서 함께 해준 도반들과 한결 같았던 남편의 힘이 큽니다. 저희 부부는 108산사 순례를 하며 딸을 한명 얻었습니다. 바로 다문화가정인연맺기를 통해서입니다. 수시로 연락을 하며 오히려 이 아이로부터 우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저희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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