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은입사 말재갈 등 유물도 출토…21일 공개

원주 법천사지 발굴조사 현장 전경
국내 최대급 사지로 알려진 원주 법천사지에서 쌍탑에 보살상을 배치한 독특한 탑양식이 드러났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의 허가를 받아 원주시(시장 원창묵)와 강원고고문화연구원(원장 지현병)은 10월 21일 원주 법천사지(사적 제466호) 발굴현장을 공개한다. 원주 법천사지는 지난 5월부터 발굴조사 중으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법천사는 통일신라시대 창건돼 고려시대에 크게 융성했지만,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동안의 발굴조사를 통해 법천사는 전체사역을 계획적으로 구획한 다원식(多院式) 가람배치가 밝혀진 바 있다.

조사결과 금당 앞 동편과 서편에서는 석탑 지대석 2기가 중앙 보도를 중심으로 대칭으로 놓여 있던 것이 확인됐다. 서쪽 탑지의 전면에는 적심(積心, 구조물의 기초부에 채워 넣은 흙과 돌) 위에 6각형 지대석이, 동탑지의 전면에서는 지대석 없이 적심만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서탑지의 6각형 지대석 양식과 함께 이미 수습된 연화앙련대좌, 연화복련대석, 석조보살상 다리 부분과 석조보살상 몸통 부분을 고려해 탑 안에 보살상이 안치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슷한 양식의 동탑까지 동서탑 앞에 2기의 보살상이 배치되면 이는 국내 유일 사례이다. 그동안 탑 앞에 공양보살상을 배치한 예로는 강릉 신복사지, 평창 월정사, 논산 개태사 등 4곳이 있었지만 법천사지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은 1기의 공양보살상을 두고 있다.

법천사지 서탑 발굴조사 현장 모습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철제 은입사 말재갈 멈추개’ 1점이 출토되었다. 그동안 철제 또는 금동으로 제작된 경우는 국내에서 다수 확인된 바 있으나, 철제 말재갈에 은입사를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은입사의 문양은 꽃무늬를 정교하고 세련되게 표현하여 고려 시대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10차 발굴조사에서는 법천사 추정 중심사역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와 함께 법천사 사역 범위를 파악하기 위한 외곽지역 시굴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법천사 중심사역은 남북 72.6m, 동서 52.5m의 직사각형 회랑 영역(면적 3,811㎡) 안에 금당(金堂)과 강당(講堂)이 남북으로 일직선 상에 놓여 있으며, 이 금당 앞에 두 기의 탑이 배치된 2탑 1금당 형태의 가람배치로 확인됐다.

금당은 남북 14.4m, 동서 17.3m의 기단 내에 정면 3칸, 측면 3칸(건물면적 105.6㎡)의 규모로 강당은 남북 16.8m, 동서 35.8m의 기단 내에 정면 7칸, 측면 3칸(건물면적 369.6㎡)으로 조성됐다.

서탑 보살상

문화재청 측은 “중심사역의 평면 형태는 경주 불국사의 가람배치와 비견될 수 있으며, 법천사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던 고려 초 가람배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천사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중심사역 일대에 대한 정비·복원 등 보존방향을 모색하고, 고려 초 사원 건축양식의 학술적 연구 등을 통해 역사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