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108산사순례 회향하는 혜자 스님

▲ 혜자 스님이 도안사 경내에 조성 중인 108기념공원에 들어갈 기념비를 가리키며 활짝 웃고 있다.
매회 5000여 불자 동참해 ‘화제’
‘도농상생 계기, 나눔실천 앞장’ 평가
108기념불사ㆍ53도량 순례 입재

‘연인원 54만명, 운행버스 1만 1664대’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새바람을 일으킨 108산사순례기도회의 대장정이 10월 20일 끝을 맺는다. 2006년 9월 발원한 이후 불교 신행의 새 이정표를 세워나간지 9년 만의 일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혜자 스님은 10월 16일 서울 수락산 도안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8산사순례 회향을 밝혔다. 순례기도회는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도안사에서 회향법회를 준비 중에 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그동안 108산사를 찾아 염불과 기도, 108참회, 신묘장구대다라니독송, 사경 등의 신행활동을 전개해왔다. 여기에 해당 사찰 이름이 새겨진 염주알 보시 등 신심을 배가하는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불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단순한 순례 뿐만 아니라 농어촌 직거래 장터를 개설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하는 한편, 농촌사랑봉사단을 발족 도농상생의 길을 열었다.

또 군장병 먹거리 제공을 통해 410만개에 달하는 초코파이를 전달했으며 환경사랑 실천운동, 108효행상(122명 시상), 다문화가정 108인연맺기(207가족), 소외계층 108장학금(223명 전달) 등 자비나눔에도 앞장섰다.

▲ 기념공원에는 순례에 동참한 신도들의 이름이 새겨진다
“무사히 회향한데 감사할 뿐”

혜자 스님은 “무사히 사고 없이 회향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며 “순례 때마다 일심광명의 무지개가 뜨듯,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마칠 때가 되니 40대에 시작했던 분들이 50대가, 60대에 시작한 분들이 70대가 됐다.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며 함께 가는 동반자가 돼있더라”며 “80세의 한 노보살님의 경우 순례를 다니다 다리가 아파 버스를 탈수 없게 되자 아들이 직접 차를 몰며 어머니를 태우고 6년간 순례에 동참했다. 지금껏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분들을 비롯해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에는 매달 평균 5000여 명의 순례객이 모였다. 이들은 108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사찰을 찾아 다녔다. 이를 본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한국 불교 1700년사에 전무한 일’이라고 평가 한 바 있다.

사실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시작은 부처님의 가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6년 당시 수락산 도안사에 주석하고 있던 혜자 스님은 108개의 종을 조성하는 불사를 진행했다. 이어 108명의 신도들과 중국 법문사에서 부처님 치아사리를 친견하고 돌아오는 길에 스님은 108산사를 순례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첫 순례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통도사 적멸보궁으로 향했습니다. 보궁 앞에 서니 무지개가 뜬 것 아니겠습니까. 일심광명에 모두가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이후 108산사 순례에는 80여차례나 무지개가 뜨는 등 상서로운 일이 이어졌다.

생명ㆍ평화 지키는데도 앞장 서

108산사 순례기도회의 순례를 진행하는 동안 혜자 스님은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채화해온 ‘평화의 불’도 이운해 왔다.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히말라야에서 3000여년 동안 이어져온 불과 미국의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져온 불씨를 합쳐 룸비니 평화공원 제단에서 점화했습니다. 이 불을 가지고 천장기차와 비행기 등을 갈아타며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한국으로 들어왔죠.”

스님은 임진각 평화공원에서 불을 분등하는 법회를 준비했다.

“법회를 하기 위해 출발하기 전 임진각에 비가 쏟아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을 갖고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화창해지더군요. 그리고 나서 큰 무지개가 떴는데 동그란 일심광명 무지개와 달리 일자로 쭉 뻣은 모양이었습니다. ‘아, 통일로 하나가 되라는 부처님의 가피구나’ 했습니다.”

스님은 10월 15일 신계사 남북합동법회에도 참석해 북측과 108산사 순례를 통한 평화의불 분등을 조율했다.

스님은 “신계사를 비롯해 성불사, 광제사, 보현사 등 북한의 사찰에 이 불을 밝히고 싶다”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혜자 스님이 강화 전등사에 평화의불을 봉안하는 모습.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한마음으로 도량정근을 하고 있다.
53기도도량으로 5년 대장정 재입재

회향에 대해 “신도들이 많이 아쉬워 한다”는 혜자 스님. 스님은 그래서 2016년 1월부터 ‘53 기도도량’ 순례를 진행한다. 53선지식을 의미하는 53사찰을 찾는 순례다.

이와 함께 108산사 순례를 하며 가져온 성토(聖土)를 봉안해 성토단을 만들고, 108산사 기념비와 그동안 순례에 동참한 회원의 명부를 비문으로 개시는 불사도 전개하고 있다.

스님은 “108산사 순례를 하며 각 사찰의 흙을 조금씩 가지고 왔다. 108산사의 정기가 담긴 이 흙을 함께 봉안해 기도하면 108산사에 간 것과 같은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53사찰 순례도 5년 가량 진행될 대장정으로 이미 2000여 불자들이 신청을 한 상태”라며 “108산사 순례를 하며 대상포진에 걸려 중도에 빠졌던 1번의 순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순례를 진행했다. 53기도도량 순례 또한 불자들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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