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노헤 스님, 한일불교문화학회 세미나서 주장

다카하시 츠쿠메이 引導법어 분석
법어 대부분 ‘천황·국가 보은’ 강조
日 조동종 전쟁사관 여실히 드러나

사진 왼쪽 끝에 있는 사람이 일본 조동종 승려 다카하시 츠쿠메이다. 한시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전사자를 위한 인도법어 용례집인 <응용전시인도법어>를 저술했다. 이 용례집에는 '천황과 국가에 헌신하고 무훈을 쌓아 열반에 이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당시 일본 조동종의 전쟁사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 등 동아시아를 침탈했던 일본의 불교가 ‘전사자 영웅 만들기’를 통해 전쟁을 독려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조동종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쇼고 스님은 오는 10월 2일 한일불교문화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다카하시 츠쿠메이를 통해 본 조동종의 전쟁’ 제하의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이치노헤 스님은 논문에서 전쟁 당시 일본 조동종 스님인 다카하시 츠쿠메이(高橋竹迷, 1883~1951)를 주목했다. 한시의 대가였던 다카하시는 <응용전시인도법어(應用戰時引導法語)>를 저술했다. ‘인도법어’는 일본 조동종 장례의식 중 중요한 부분으로 장례의 도사(導師)가 고인의 덕을 찬탄하고 정토로 인도하는 것이다. 즉, 다카하시의 <응용전시인도법어>는 전사자들을 위한 법어 용례 모음집으로 볼 수 있다. 

다카하시 츠쿠메이는 12세에 기후현 영창원 주지 다카하시 에조(高橋慧定)의 양자로 가면서 출가했다. 이후 일생의 친구인 코무로 스이운(小室秋水)를 만나며 황국주의적 불교 사상을 가지게 된다. 실제 그는 전쟁 당시 여러 도서의 저술에서 “신앙적으로 살고, 진정으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오늘 같은 시대에 필요하다”고 설하고 있다.

그런 그가 저술한 <응용전시인도법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이치노헤 스님이 <응용전시인도법어>의 총 25편의 법어에 들어간 어구를 분석한 결과 △천황 △무훈 △성전 △영령 등 네 가지로 분류됐다.

일본 조동종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쇼고 스님은 오는 10월 2일 한일불교문화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다카하시 츠쿠메이를 통해 본 조동종의 전쟁’ 제하의 논문을 통해 동아시아를 침탈했던 일본의 불교가 ‘전사자 영웅 만들기’를 통해 전쟁을 독려해왔다는 주장을 발표한다.
이치노헤 스님은 “분류들을 종합하면 법어의 내용이 천황에 대한 ‘봉공(奉公)’과 국가에 대한 ‘단심(丹心)’, 전쟁에 올린 ‘무훈(武勳)’, 사후의 열반이 중심임을 알 수 있다”면서 “이는 당시 조동종의 전쟁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황을 위해 일신을 던지고, 진실로 국가에 보은해, 훈공을 올려 열반에 드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당시 조동종의 전쟁은 불교인의 최종 목표인 열반을 약속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전사자 영웅만들기를 통해 수많은 청년들을 전쟁으로 보냈을 다카하시 츠쿠메이는 전후에도 스스로가 이끈 조동종의 전쟁에 대해 반성하지 않았다. 다카하시 츠쿠메이의 아들 다카하시 타미오는 아버지를 기리는 <츠쿠메이 화상 유문>을 통해 “충군애국, 부국강병, 대동아공영권 등 이념이나 사고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치노헤 스님은 “지금 일본 조동종은 다카하시 치쿠메이를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유로 조동종의 전쟁이 아직도 제대로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본불교의 전쟁참회와 동국사’를 주제로 열리는 이날 세미나에는 1만여 점에 가까운 한일 근대사 자료를 소장한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이 ‘일제시기 자료목록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며, △김성순 금강대 교수의 ‘제국주의 전쟁과 우물가의 여인들’ △니이조 카즈노부 나고야 대곡고 선생의 ‘진종대곡파의 해외개교와 천황패봉안의 의미’ 등의 주제발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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