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보 결혼설’로 여론 비난
방송하차 후 우울증ㆍ공황장애
3년 째 서울 성불암서 지내며 극복
“쾌락ㆍ물질 등 집착 버리게 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기부를 생각하게 됐어요. 한 가지 이유라면 평소 우리나라 역사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지난 8월 12일 나눔의 집(이사장 송월주)에 1천만 원을 기부한 배우 박재민(32)씨에게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미국서 태어났지만 평소 한국인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그에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는 당연한 일이라 말했다.

박재민씨는 “사실 저도 가진 게 많지 않아서 기부하려고 빚을 냈습니다. 부담은 있지만 제겐 ‘젊음’이라는 압도적 자산이 있기 때문에 차차 갚아나갈 수 있어요. 이렇게나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라며 웃어보였다.

최근 박재민씨는 언론을 통해 3년 전부터 절에서 살고 있단 사실을 밝혔다. 당시 그는 ‘서울대 출신 엄친아’로 방송활동에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을 때다. 수준급 영어실력뿐만 아니라 운동, 비보이 등 다재다능한 끼로 ‘만능엔터테이너’로 주목받았다. 그런데 ‘결혼 오보설’로 인해 모든 프로그램서 일시하차하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의 어머니가 절에 들어갈 것을 권유했다. 그것이 단초가 돼 2013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성불암서 지내고 있다.

“당시 여자 친구와 헤어진 무렵 SBS ‘짝’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방송 후 여자 친구와 재회하게 됐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기자 친구가 결혼설을 터트렸어요. 여론은 ‘애인이 있는데 연애프로그램에 나온 것이냐’며 비난했고, 순식간에 ‘거짓말쟁이’가 됐습니다.”

평소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것이 신념인 그였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고 한다. 7개월 간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절에서 지내며 마음의 짐도 차차 내려놓았다. 박재민씨는 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걸 깨달았다며 오히려 기자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돈, 인기, 사람 등 내 손바닥에 있던 것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며 ‘내가 집착해왔던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원래 없는 ‘공(空)’한 것인데 내 스스로가 유(有)한 것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궁극의 행복도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저 매일매일 충실히 살다보면 가치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박재민씨와 불교의 인연은 그 사건 훨씬 전인 20대 초반 시작됐다. 막 사회에 발을 디딘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불합리하고 부정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이에 그는 ‘인간의 궁극적 가치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들었고, 종교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한 때 ‘출가’를 생각하며 종교학과 수업들을 찾아 듣기도 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전공은 체육교육학과 경영학이었으나 스스로 발심해 종교학과와 철학과 전공 수업을 수강했다.

“사실 종교에서도 답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제가 사회를 떠나 절로 들어가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 하나 깨달은 것은 어디에 있든 ‘내 마음 안에 부처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쾌락, 궁극적 행복, 해탈 등을 얘기하는 박재민씨의 모습은 화려한 연예인이라기 보단 깊은 삶의 고민에 빠진 ‘불자 청년’의 모습이었다.

“불교는 제게 종교라기보다 삶의 가르침이자 하나의 ‘좌우명’입니다. 제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고, 모든 인간이 부처님과 똑같이 부처라는 생각을 하면 모두를 존중하게 됩니다. 성불암에서 지내며 느끼고 배운 것들을 통해 제게 주어진 매 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한편 박재민씨는 최근 KBS 신규 예능프로그램 ‘청춘익스프레스’ 녹화를 마치고, 10월 31일 오후 10시 30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6월에는 케이블채널 ‘마운틴TV’와 스페인 ‘잔스카 프로덕션’, 벧엘글로벌미디어콘텐츠가 공동 제작한 익스트림예능다큐 ‘지구반대편 낯선 여행가’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