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세상보기-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냉전시대의 관성이 한반도를 지배하면서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까지도 휴전선 일대에서 지뢰가 폭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이 다시 울리며, 포성이 오가는 일촉즉발의 충돌위기가 반복됐다.  지난 7년에 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북한의 연속적인 도발로 남북갈등이 심화돼 왔다.

켜켜이 쌓인 응축된 갈등에너지가 심화돼 30여년 만에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재발했다. 남측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측이 포격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맞서 남측이 북측 비무장지대에 40여년 만에 대응 포격을 가하는 등 무력시위가 이어졌다.

남측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남과 북 사이에 포격이 오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평소에 북한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동안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수세적으로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에 맞서 공세적으로 나왔다.

그들 말대로 UFG 한미군사연습이 ‘북침전쟁훈련’이라면 북의 도발을 빌미로 한미가 반격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북측이 선제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북 심리전 방송이 북한 지도자의 권위를 훼손하고 북한체제를 이완시키기 때문에, 북측은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을 비롯한 모든 물리적 자산을 총동원한 가운데 43시간 동안 이뤄진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대치국면을 풀고 대화국면으로 전환됐다.

‘8·24합의’를 통해 충돌 일보직전의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북한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대북 심리전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남측 정부의 ‘도발불용’의 원칙 있는 강한 대응이 반영돼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남북합의문에서 외교적으로 사과에 해당하는 북측의 ‘유감’ 표시를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그동안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도발→위기→타협→보상→재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합의대로 당국 회담을 비롯해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면 7여년 동안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에서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5·24조치로 중단된 남북불교교류도 활성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불교통일선언’에 따라 한국불교가 사회통합에너지를 발현해서 남북갈등을 해소하는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고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실천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원효스님의 화쟁 사상과 연기법은 남북갈등을 해소하는 사상적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갈등 해소와 통일을 위한 논리와 지혜는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부처님의 연기법에서 찾을 수 있다.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은 서로 연관된 존재이며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남북갈등과 남남갈등은 서로 다른 인연이 엮어내는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공존과 상생의 기본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남북화해와 동질성 회복의 출발은 원효의 가르침에 따라 남북한이 먼저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갈등은 심화되고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의 논리가 나오게 된다. ‘다름은 같음이 있으므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민족공동의 삶의 원리를 찾아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남북불교 교류협력이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있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번 남북합의에 따라 한국불교는 민족전통종교로서의 위상에 맞게 공존, 상생, 합심의 통일논리에 따라 민족 동질성 회복,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 등을 위한 노력을 적극화하여 통일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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