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정한 참회가 한일 관계 해법”
“日 진정한 참회가 한일 관계 해법”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5.08.13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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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이치노헤 쇼코(일본 조동종 운쇼지 주지)

일본 조동종 운쇼지 주지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진정한 한일 불교 교류를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2012년 군산 동국사에 ‘참사문비’를 건립했고, 일본 조동종이 2차대전 당시 어떻게 전쟁에 동조했고,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 정책에 조력했는지를 기술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오는 8월 15일 동국사에 건립되는 ‘평화의 소녀상’에 기금 1000만 원을 쾌척했다.

3년만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치노헤 스님은 이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이뤄질 담화도 “반성정도가 담긴 개인적 의견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군함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는 “한국인 징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가 없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행위”라며 “정직하게 역사를 바라봐라”라고 일본 정부에게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권 문제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면서 “한국의 우파는 전후 배상 문제는 1965년의 ‘한일 기본 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 당시는 할머니들이 슬픔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일 불교가 표피적 교류에 머무는 이유로는 일본 불교의 진정한 참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으며, 과거사 정리 역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참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E-메일로 이뤄진 이치노헤 스님과의 일문일답. 번역은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이 도움을 줬다. 

아베 총리 집권 후 日 우경화 기조
한일 문제, ‘과거사 정리’ 부재 원인
“한국인 징용 인정·사과없는 군함도
유네스코 유산 등재는 가치없는 일”
위안부는 인권 문제, 시효는 없다

한일불교교류대회, 표면적 교류일뿐
신륵사 內 기원비도 참회 정신 부족
日불교 참회를… “불교정신 회귀해야”

10월 세미나서 ‘다카하시 죽미’ 조명
일본 조동종 전쟁 참여 새 정황 발굴

▲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 스님은 … 1949년 아오모리현 출생으로 고마자와대학(駒澤大學) 대학원 영미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아오모리현(靑森縣) 운쇼지(雲祥寺)·주지이자 군산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동지회) 회장이다. 이밖에도 원죄 ‘사야마(狹山) 사건을 생각하는 시민집회’ 실행위원, ‘인권·평화·환경’운동단체 ‘촉광(燭光)’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조동종의 전쟁(2010)〉,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엇을 했나(2012)〉가 있다.

스님과 인터뷰를 하게 된지 꼬박 3년(2012년 8월)이 됐다. 근황이 궁금하다.
- 2012년 군산 동국사에 ‘참사문비’를 건립한 이래 진정한 한일 불교 교류를 목표로 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매월 방한해 일제 강점기의 일본 불교 사원 유적 조사, 동국사 지원 활동과 한국 불교 관계자와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과는 매일 1~2회 E-메일로 연락하고 있으며, ‘민족사’ 윤재승 사장과 류정길 전 에코붓다 공동 대표들과 서울에서 월례회를 개최하고 ‘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 김춘호 교수와 교류를 하고 있다.  올해 8월15일 오픈 예정인 ‘대구 위안부 박물관’에 자료 기증 및 일제시대의 일본 조동종 사원 유적을 조사했다.


지난 3년여 간의 일본 내부 정서의 변화가 있었는가? 한국은 일본이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우려를 많이 한다.

2013년 4월 졸저가 〈조선 침략 참회기〉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서울의 출판기념회에서 한 참가자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당시 “정치인은 항상 지지율을 소중히 하기 때문에 아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동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고, 평화 헌법을 무시한 미일 안보 법안 처리, 군함도(軍鑑島) 유네스코 등록에 있어서 한국 입장을 제외했다. 현재 일본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분명히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우경화’를 우려하고 평화를 희구하는 다수의 학자와 시민이 나섰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첨언하자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지난해까지 빈번히 행해지던 ‘혐한(嫌韓)’ 데모는 현재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민족주의 단체에 대한 규제 강화가 배경에 있다. 그 뒤에는 도쿄 올림픽을 성공시키고 싶다는 정부의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한일 관계는 경색 일로를 걷고 있다. 근본적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한일 양국이 식민지 시대의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일본에서는 “도대체 몇번 사과해야 되는가”라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 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박한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의 악행을 일본이 진심으로 참회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 부분은 독일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참회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인정하고 자신을 부정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사죄와 참회를 거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참회는 절대적이다. 일본의 참회를 이끌어 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종교다. 경제적 손익에 머물러서는 진정한 참회는 결코 할 수 없다. 경색된 한일 관계를 타개하려면 타인을 존중하고 공존을 바라는 불교의 힘이 꼭 필요하다.

최근 군함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군함도의 한국인 강제 징용에 대한 일본 측의 설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동아시아의 비극 대부분이 일본의 근대화에 의해 초래됐다. ‘과거의 역사’는 ‘청산’이 아니라 항상 ‘과거’를 인식하여 검증하고 반성하는 입장에 서서 올바른 길을 가야한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만남의 장소다.
일본의 근대화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그 정점이 아시아 태평양 전쟁이었다.

한국인 강제 징용의 현장인 군함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돼야 한다는 일본의 견해는 자신의 근대화가 내포하는 어두운 면을 속이는 행위다. 여기에서도 독일의 전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우슈비츠가 등에 짊어질(負) 세계 유산이 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다짐하고 있다. 일본이 군함도의 한국인 강제 징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런 유적은 유네스코 등록 자격이 없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강제 징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것은 궤변이다. 거짓말 하지 말고, 정직하게 역사를 마주하길 바란다. 잘못된 과거사를 피해서는 안된다. 그 벽이 높고 두꺼워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독일이 전후 유럽 국가에서 좋게 평가된 것은 깊은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독일에서 배워야 한다.


최근 조선인 위안부 소녀상을 동국사에 건립하는 기금을 쾌척했다.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위안부 문제는 전쟁이 가져온 큰 비극 중 하나다. “어느 나라든 전쟁에 위안부가 있었다. 일본 만이 아니다”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의견이 있다. 이것은 옆 사람이 부정을 했기 때문에 자신도 부정을 해도 괜찮다는 완전히 무책임한 발상이다. 위안부 제도를 마련한 국가나 개개인이 그 악행을 깊이 반성하고 사죄해야만 문제가 해결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발에 의해 밝혀졌다. 한국의 일부 우파는 전후 배상 문제는 1965년의 ‘한일 기본 조약’으로 해결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 당시는 할머니들이 슬픔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인권 문제다. 인권 문제에 시효는 없다.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개최되는 ‘수요 시위’에 참여했고, ‘나눔의 집’도 방문했다. 또한 일본에서 개최되는 증언회에서도 할머니들의 비통한 호소를 들었다. 배울수록 전쟁이 가져다 준 비극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올해 8월 15일 군산 동국사에 일본군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다. ‘동국사지원회’ 회원들이 동상 건립 기금을 실시일반 모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녀상 동상 건립에 일본인이 동참한 것은 세계에서 첫 사례라고 생각한다. 작은 동상이지만 처음으로 한일 민간 협력에 의해 건립되는 소녀상은 앞으로 한일관계 방향 설정에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사 정리’에 있어서 아베 총리가 준비 중인 전후 70년 담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사죄’를 빼고 ‘반성’만을 담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담화에 대해 지금 아베 총리는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다. ‘반성’은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안다. 이것도 대외적으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각료 결정을 거치지 않고 총리의 개인 견해로 발표할 것이다. 즉, 비공식적인 개인 의견이라는 것이다.

담화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불협화음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전후 70년 담화’에서 자신의 견해를 무리하게 밀어 붙이면, 향후 큰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과 일본불교가 2차 대전 당시 다른 나라를 어떻게 식민화하려 했는지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연구하고 있다. 최근 새롭게 발굴한 사실이 있는가.
방한 때마다 기회가 되면 일본 조동종 사원 유적과 강점기 시설물을 조사하고 있다. 6월에는 종걸 스님의 안내로 목포에 소재한 조계종 정광정혜원을 방문했다. 이 사찰은 1918년에 도현(道賢)이 창립했으며, 경내에는 창립 기념비도 남아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 조동종을 기억하는 역사 검증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는 10월 2일 동국대에서 발표할 논문도 작성 중이다. 한일불교문화학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다. 논문 주제는 ‘다카하시 죽미가 본 조동종의 전쟁(高橋竹迷に見る曹洞宗の戰爭)’이다. 다카하시 죽미는 패전 이전의 일본 조동종 승려이고, 한시 전문가였다. 그는 중일 전쟁기인 1938년 〈응용전시인도법어(應用戰時引導法語)〉를 출판했다. 이 법어집에서는 장례식에서 사용할 법어로 전사자를 애도하기 위한 한시 25편이 수록돼 있으며, 전국의 조동종 사원에서 전사자의 장례를 집행할 때 이용됐다. 이를 분석해 전시(戰時) 일본 조동종이 어떻게 전쟁을 미화하고, 또한 병사를 재생산했는지 밝히려고 한다.

현재 다카하시 죽미는 조동종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를 발굴해 일본 조동종이 범한 잘못을 기록하고 다시는 이러한 비불교적 활동을 재현하지 않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의 대부분은 스님의 종단인 조동종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어려운 점은 없는가.
2012년 동국사 경내에 ‘참사문비’를 건립할 당시 일본 조동종과 우익으로부터 비난과 중상모략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저의 활동을 잘 이해하는 승려들이 집행부에 취임했기 때문에 현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동국사 ‘평화의 소녀상’ 기부에 대해 한국발 보도가 일본에도 알려졌고 이에 우익계 주간지〈주간 신조(週刊新潮)〉가 7월호를 통해 사실 무근의 거짓말 기사를 실었다. 그것을 읽은 사람이 나를 ‘재일 한국인 승려’로 오인해 “재일한국인 사업에 협력해달라”는 편지를 보내 오기도 했다. 헌데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니 희대의 사기꾼이었다.

한일 양국 관계에 있어서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교류가 표피적이다.
현재 공식적인 한일 불교 교류는 주로 한일불교교류협의회가 실시하고 있지만 표면적 교류에 그치고 있다. 2009년 신륵사에 건립 ‘인류 화합 공생 기원비’가 그 전형이다. 비의 뒷면에 새겨진 문구는 불교로서의 참회가 없다. 이것으로는 진정한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수준의 교류는 한일 불교계에 큰 온도차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2014년 6월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불교교류대회 개회 법회에서는 공양탑에 ‘영령(英靈)’이란 문자가 사용됐다. 일본에서 ‘영령’은 국가를 위해 순직한 군인 칭호로 바로 야스쿠니 황국 사관 그 자체다. 한국의 받은 상처를 알지 못하고, 또 그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일본불교의 방만함이 엿보였다.

한일 불교 교류는 참회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수천 번, 수만 번 웃는 얼굴로 인사해도 무의미한 일이다.

또한 불교는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일본 불교계는 70년 전 패전의 상처가 너무 깊고, 아직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활기를 잃었으며, “정치와는 관계 없다”면서도 국가를 추종하고 있다.
일본 불교계는 다시 불교 정신의 원점으로 돌아가, 한일 불교 교류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 양국의 원만한 관계 형성은 이렇게 실현될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다. 이를 맞아 한일 양국은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해야겠는가.
전쟁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는 85세 이상으로, 일본 총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697만 명(2014년 통계)이다. 전체 인구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전쟁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전쟁 경험이 없다. 그래서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 전쟁의 배경에는 경제가 있다. 전쟁에서 소리 높여 내세우는 대의명분은 전쟁을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벤자민 프랑클린은 “지금까지 좋은 전쟁, 나쁜 평화는 결코 없었다.(There never was a good war or a bad peace)”고 말했다.

현재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군비(軍費)가 팽창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동시에 불교라는 공통된 종교를 신앙하고 있다. 이 같은 아이러니를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일본이 참회할 용기를 분발시켜 진정한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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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상 원불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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