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원 토요법회 인경 스님

▲ 인경 스님은… 조계산 송광사에서 출가해 강원을 졸업했다. 동국대대학원 선학과 석사 및 동대학 ‘몽산덕이 선사상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바 있다.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및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

‘자기 평가’에서 우울함 느껴
밝은 미래 지향하면 불안 해소
생각이 미래와 삶 결정하기도

마음 고통이 몸 느낌에 영향
몸 느낌 관찰로 생각 근원 파악
대상 아닌 ‘내 생각’이 기분 결정

 

우울 원인은 내 생각
오늘 강의 주제는 ‘명상과 인지치료’입니다. 조금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명상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아마 ‘인지치료’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지치료라는 것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단순히 때로 우울감을 느끼곤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치료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과도한 경쟁과 업무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현대인들이 많아지면서 우울증을 ‘정신적 감기’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삶의 경험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울정서가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가끔 사회적으로 유명한 배우라든가 심지어 대통령도 자살을 해서 큰 충격을 줄 때가 있습니다. 사실 우울증이라는 것은 1954년 이후에나 그 병명이 확정이 되었을 만큼 오래되지 않은 현대인들의 정신적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우울증은 왜 생기는 걸까요? 불교 교선에서는 느낌을 세 종류로 분류합니다. 고(苦), 락(樂), 불고불락(不苦不樂). 이 세 가지 느낌을 심리학자들은 괴로움과 즐거움, 마지막으로 어느 쪽도 속하지 않은 느낌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면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는 즐거운 느낌은 어디로부터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마음에서 느껴지는 것인데 또 그 마음은 몸으로 드러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그러면 그 즐거운 마음이 어디서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것을 관찰하는 것이 바로 명상입니다. 기분이 몸의 느낌으로 나타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우울하십니까? 무언가 뜻대로 잘되지 않았을 때 우울한 경우가 있곤 합니다. 그런데 슬픔과 우울은 각각 대상에 대한 관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 생기는 겁니다. ‘난 실패자야’ 혹은 ‘난 잘하지 못할 것 같은데’와 같이 혼자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에 우울해집니다. 반대로 ‘난 할 수 있어. 자신 있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한결 좋아지지 않습니까? 때로 인간은 위축되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CEO명상교실에는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 받는 CEO들이 있습니다. 그 CEO들은 어깨가 심각한 수준으로 아픕니다. 그 통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바로 심각한 사회적 스트레스로부터 오는 통증입니다. 과중한 책임감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그 결정이 회사에 타격을 줄 경우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을 우린 ‘불안감’이라 부릅니다. 불안은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찾아옵니다.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요소만 떠올리고 스스로가 그런 상황에 놓인 자기 자신을 평가를 할 때 우울해 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우울함은 대상과 세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할 때 생깁니다. 자기 이미지라고도 합니다. 이 우울은 세 가지 관점을 가지는데 그중 첫 번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사회, 지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면 우울해집니다. 그런데 우리 불교에서는 한 생각이 일어나면 온갖 고통이 일어나고 한 생각이 멈추면 마음이 평화롭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생각이 우주를 지배하는 것, 그리고 한 생각이 나의 삶을 지배하는 것. 이 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있는가는 내 삶을 결정하는 것이고 내 삶이 미래를 확정하는 결정적인 것입니다.

명상 실천은 본인의 몫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요점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교수님은 정년퇴임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학교에서만 일을 했는데 이제 이곳을 벗어날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지요. 이 분은 그 두려움이 너무 커져 우울증까지 겪으며 약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우울증은 생각이 만드는 것입니다. 또 우리 몸의 반응은 우리가 생각을 어떻게 가지냐에 따라서 달라지지요. 그 반응이 나의 느낌 에너지를 결정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밝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느낌은 온 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것을 몸 느낌이라 그래요. 불교 명상에서는 이 몸 느낌을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명상기술을 발전시켰는데 ‘바디스캔’이라고 합니다. 바디스캔이란 면밀히 조사한다는 뜻인데 이것이 바로 명상 기술입니다.
그러면 이 느낌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무거운 느낌, 불쾌한 느낌, 우울한 느낌 등  그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머릿속에 있는 그 느낌을 지켜보고 충분히 느끼는 것이지요. 눈을 가만히 감고 눈은 어떤지, 코는 어떤지 또 내 입은 어떤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내려오는 것을 바디스캔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머리의 느낌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느낌명상에 대한 부분은 <쌍윳따니까야>에 서른여섯 가지 경이 있습니다. 초기 경전에서는 느낌명상을 매우 강조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과거 경전에만 있고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가치 있는 건 현장에서 사용되어 나와 남을 위해 이롭게 사용되어야지 실천하지 않고 활용하지 않으면 그 가르침은 쓸모가 없습니다. 즉 느낌명상을 실천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방법을 일러주고 질문에 답을 줄 수는 있지만 여러분 스스로가 명상을 하셔야 합니다. 불교 명상법을 병원에 적용해 본 일이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이 명상을 시켰습니다. 우울증 환자이지만 이들의 스트레스가 몸으로 전해져 몸도 아픈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에게 바디스캔 느낌명상을 하도록 했습니다. 제가 방향은 일러줄 수 있지만 그 분들 중에서도 스스로 실천한 분들이 명상의 효과를 느꼈을 것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존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명상으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개발해 매우 유명한 분입니다. 이 존 카밧진 박사가 워크샵을 하면 각지에서 각계각층 사람들이 2만 명씩 모여듭니다. 또 외국 대학에서 명상 수업을 들으려면 한 학기 전부터 사전 접수를 해야 들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외국에서 명상 열풍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7년도에 미국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환자를 치료할 때 어떤 치료법을 사용합니까’ 라고 물었는데 인지치료 68%, 명상치료 42%, 프로이트 36%으로 집계됐습니다. 심리학계의 아버지라 말하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명상치료기법이 뛰어 넘은 것입니다. 이처럼 명상치료는 새로운 치료법으로써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는 인지치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생각이 끝없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우린 그것을 망치질 한다고 표현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대게 잠을 잘 못 이룹니다. 소가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우리 현대인들은 계속적으로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합니다. 유명한 원효 스님의 해골물 일화를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원효 스님이 화엄의 대가 지엄 스님을 찾아 떠나는 길에 동굴에서 잠을 청하다 해골물을 마셨지요. 마실 때 원효 스님은 아주 시원한 물에 행복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그 물이 해골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원효 스님은 어땠을까요? 아주 혐오스럽고 불쾌하고 역겨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 순간에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생각이 바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물이 매우 시원해서 갈증을 해결하니 기분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해골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역겨움을 느꼈을까요? 물은 똑같은 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원효 스님 스스로가 한밤중에 어둠 속에서 마신 물에 대한 느낌과 아침에 눈을 떠 해골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느낀 것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물은 그저 똑같은 물일뿐인데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한 생각이 달라지며 내 경험과 생각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해골물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행동과 삶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생각이 달라지면 나 자신, 나아가 내 주변 모두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생각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적나라하게 가르쳐 준 사례이지요.
생각을 바꾸는 것을 인지치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지치료는 전반적인 불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많은 것이 변할 것입니다. 원효스님의 깨달음은 나의 깨달음이고 나의 깨달음은 여러분의 깨달음입니다. 한 생각을 내려놓으면 이 세상 모든 소란스러움도 잠잠해지고 내 마음도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을 내려놓으려면 제일 먼저 내 안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찾아내야합니다. 그 생각을 발견했다면 생각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고 있는지 이 생각에 나는 얼마나 매달려 왔는지 이걸 발견해 낸다면 여러분은 원효 스님처럼 동일한 깨달음을 얻고 여러분의 삶은 바뀌고 변화할 겁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주신 것이 아닙니다. 온전히 내 스스로 아는 것이고 내 스스로 실천 하는 것이고 내 스스로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간절히 요청하고 부탁하신 말씀입니다. ‘삶의 주인공이 되어라’라는 것이지요. 삶의 주인이 되려면 생각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합니다. 생각이 우리 주인이 되려고 하면 우린 생각을 바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렇게 깨달았을 때 원효 스님처럼 한 발짝 돌아서서 내 자신 안에 있는 깨달음을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순간의 삶은 내가 끌고 가는 것이며, 바로 내가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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