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세상보기-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메르스로 인한 사회불안 증폭은
무능하고 불투명한 행정서 기인

역병 창궐한 베살리에 직접 가서
護經의식으로 치유한 붓다 본받길

 

▲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일전에 사스(SARS)라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 홍콩과 중국을 기점으로 세계를 위협하더니 이제 사촌격인 메르스(MERS)가 중동지역으로부터 국내에 유입되어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 메르스와 관계없던 한국이 전 세계 2위의 발생국이 되었다. 해외학술지에 초확산(superspreading)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우리 일상생활도 변하고 있다. 여러 집회나 행사의 취소, 휴교마저 증가되고 있고, 해외 관광객 감소는 물론 주변국에서 한국 여행에 대한 경고까지 있다.

한국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어찌 보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생각되던 메르스가 이처럼 국내에서 확산되고 이에 수반된 사회적 혼란은 결코 놀라운 모습은 아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시대흐름 속에 인구 이동과 교역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활발해지는 세계화는 특정 지역 질병이 쉽게 전 세계를 누비게 한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 신종플루도 북미대륙으로부터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오는데 몇 달 걸리던 과거와 달리 일주일 정도에 도달했다.

인구증가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단지 야생지역의 감소만이 아니라, 사람과 야생 간의 접촉 확대와 이에 따른 새로운 질병의 발생을 불러온다. 평균수명이 늘어 고령화 사회가 되는 것도 사회의 집단 면역 저하를 의미하기에 여러 질병의 창궐 위험은 날로 증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과 경고에 대한 검토나 대책은 국제기구 차원에서 준비되고 있기에 메르스가 국내에서 발생했을 때, 그리고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발표를 들었을 때, 지금과 같은 국내 상황을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인류는 유사한 사스라는 질병을 경험했고, 3년 전 등장한 메르스에 대해서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유행 가능성을 이미 경고한 상태이기에 정부가 국제 기준에 따라 충분한 대응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상황은 WHO 공식 조사단이 내한하여 역학 조사를 할 정도가 되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유를 보면 무엇보다 정부의 안이한 준비태세다. 메르스에 대한 WHO의 권고 사항을 무시했고, 전염병 확산 방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만의 하나라는 작은 위험성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는 유비무환의 사전예방원칙(precutionary principle)을 지키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질병 발생과 유행은 달리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발생 관리에 중점을 두었다. 사회 속 전염병의 유행은 철저히 사회적 요인이 관여된다. 질병 발생은 원인 병원체 등의 생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면, 확산과 유행은 사람들의 개인 생활양식이나 습관과 더불어 해당 사회의 생활환경, 문화, 산업구조, 의료체제 등과 같은 총체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염병 유행이라는 상황에서는 국민들에게 발생균이 어떻고 특징이 뭐고 등의 생물학적 정보보다는 유행 현장의 통합 정보가 담긴 역학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질병 확산에 기여했음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무엇보다 정보 비공개는 질병의 확산과 더불어 시민 불안의 증폭과 확산을 가져옴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도 메르스가 지닌 실제 위험성에 비해 사회적 불안이 더욱 증폭된 것에는 담당 부처의 무능 및 불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정부의 적폐가 크게 작동했다.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안심하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숫따니빠따 라따나경(보배경)>에는 리차비족의 상업도시 베살리에 있었던 심한 가뭄으로 기근과 역병 때문에 시체 썩는 냄새로 가득 찼고, 그 악취가 많은 악귀들을 불러들여 사람들은 악귀의 공포에 떨었다는 내용이 있다. 붓다는 직접 방문하여 깨끗한 물을 뿌리며 보배경과 같은 피릿(pirit)의식의 경전들을 암송하여 이 지역의 사람들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심시켰다. 피릿은 보호, 안전, 수호를 위한 주문으로서 ‘호주(護呪)’ ‘호경(護經)’의 뜻이다.

중생의 불필요한 고통을 없애는 이 시대의 피릿,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 부른 역병에 대한 성찰과 질병 현장에서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담당부처와 시민의 상호 협력이 아닐까 한다. 이를 탐·진·치에 대한 성찰과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는 상호의존이라는 연기실상으로 풀어본다면 너무 불교적 표현일 수도 있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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