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감사편지 입선 당선작 - 정재인, 신지웅 씨
2015 감사편지 입선 당선작 - 정재인, 신지웅 씨
  • 정재인, 신지웅
  • 승인 2015.05.1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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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행복하세요
정재인

 

▲ 그림 최주현

엄마! 미안한 마음 갖지마
엄마가 없는 곳에서도 항상
부끄럽지 않은 딸 될게요
어디서든 아픈 곳 없이 행복하길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게 했다고, 줘선 안 될 상처를 남겼다며 내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린 채 울던 우리 엄마. 마음만은 ‘나는 괜찮아, 엄마 딸이라서 행복해’ 라며 엄마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 땐 내가 너무 어렸나봐. 그만 좀 울라고 소리 지르면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지. 그때 내가 엄마를 위로해줬다면 엄마는 지금도 내 곁에 있어줬을까?

엄마, 잘 지내고 있어? 엄마가 집을 나간 지 7년이 흘렀어. 그동안 나는 엄마가 몰라볼 만큼 많이 컸어. 머리도 많이 길었고, ‘이제 시집가도 되겠네’라는 소리 들을 만큼 성숙한 아가씨로 자랐어. 엄마가 봤으면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고 좋아했을 텐데. 엄마는 지금 어디 있을까.

엄마가 내게 연락하지 못하는 건 아마 너무 미안해서 일거야. 항상 엄마는 내게 미안하다는 말만 했으니까. 그런데 있잖아 엄마, 나는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대신 아빠에게 맞는 날이면 멍 든 얼굴로 학교에 가서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핑계를 대야 했지만 나는 그게 마음이 더 편했어.

엄마가 아빠랑 싸우다가 크게 다쳐서 중학생이던 내가 엄마를 응급실에 데리고 가서 머리를 꿰매던 날, 의사선생님에게 “산에서 넘어졌다”고 말하던 엄마 앞에서 다짐했거든. 다시는 엄마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내 친구들 엄마 중에서 제일 세련되고 예쁜 사람이 우리 엄만데, 엄마 얼굴에 상처 나면 안 되잖아. 그런데 엄마는 그게 너무 미안했나봐. 마지막 편지에도 “착하고 예쁜 우리 딸, 몸과 마음에 상처만 남기고 떠나서 엄마가 미안해”라고 남겼지. 엄마가 그 말을 쓰며 흘린 눈물자국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 파랗게 번진 그 글자가 파랗게 멍든 엄마 마음 같아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짐을 싸며 엄마는 얼마나 울었을까, 차라리 홀가분하게 기쁜 마음으로 나갔으면 좋을 텐데 엄마는 나를 가슴에 묻어두고 얼마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지는 게 이런 거구나’ 느낄 만큼 많이 아팠어.

사실 가끔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 주말에 혼자 쇼핑을 가면 엄마 손 잡고 온 내 또래 여자애들을 볼 때나, 아빠가 내 속옷을 빨래망에 넣지도 않고 빨래를 아무렇게나 돌렸을 때, 그리고 새로 이사 간 집 내 방이 바깥에서 훤히 들여다보여서 예쁜 커튼을 달고 싶은데 아빠는 필요 없다고 해주지 않았을 때 ‘엄마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 하지만 나는 엄마를 단 한 번도 원망한 적 없어. 엄마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든 그 자리에서 엄마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내 행복이고 기쁨이야. 그래서 엄마가 7년 동안 단 한번 연락 와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엄마는 그 때도 연신 내게 미안하다는 말만 했지만 내 마음은 너무나도 가득히 기뻤어. 꼭 내가 보고 싶지 않더라도 돈이 필요해서건 내 도움이 필요해서건 엄마에게 다시 연락이 온다면 정말 좋을 텐데.

엄마!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절에 처음 가던 날 기억해? 아마 내가 5살 땐가, 분명히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어. 갈색 브릿지를 넣은 내 머리를 보고 노스님이 가위를 들고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뛰어오셔서 내가 울면서 도망갔잖아. 엄마는 박장대소하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고. 그 이후로 겁이 나서 절에 안가겠다고 떼를 쓸 때마다 엄마는 “스님이 또 가위 들고 쫓아오시면 엄마가 막아줄게”라면서 데리고 갔지. 그런데 나는 엄마가 어릴 때 나를 계속 절에 데리고 다녀줘서 엄마에게 정말 감사해. 엄마가 나를 낳아준 것 다음으로 감사해. 지금 나는 부처님 가피 안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엄마가 집을 떠난 후 많이 아팠던 적이 있어. 작은 수술을 해야 했고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판정을 받았어. 어린 나이여서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는 몰랐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심적으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어.

그런데 어느 날 엄마랑 다니던 절이 생각나는 거야. 그 곳은 너무 멀고 집 근처 가까운 절에를 혼자 갔어. 부처님 전에 삼배를 드리고 앉아있는데 너무 눈물이 많이 나서 주체할 수가 없더라. 그래서 그날부터 108배를 드리기 시작했어. 엄마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절에 가서 108배를 드리고, 돌아올 땐 언제나 환히 웃으며 왔었잖아. 나도 매일같이 108배를 드리다 보니 어느 날은 갑자기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은 어떤 이에 비하면 너무 작은 아픔에 불과하고,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다 보니 몸도 많이 건강해졌고 지금은 다른 젊은 여자들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해. 아마 원력 덕분이었겠지? 엄마의 빈자리를 부처님께서 가득히 채워주셨어. 절에 다니며 좋은 사람들도 무척 많이 만났고, 좋은 마음을 얻게 돼서 ‘엄마가 내게 부처님을 남겨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내게 불법의 연을 남겨준 엄마에게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해.

그러니까 엄마, 혹시 지금도 어딘가에서 내게 미안한 마음을 안은 채로 살고 있다면 그러지 마. 엄마가 내 옆에 없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거 알아. 나는 밖에서 사람들이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 같다”라고 얘기할 만큼 밝고 씩씩하게 잘 자랐어. 그건 엄마가 그만큼 나한테 큰 사랑을 줬다는 뜻이야. 엄마가 없는 곳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될 수 있도록 항상 행동하나 마음가짐 하나하나에 조심하며 살게. 그러니 엄마는 스스로 자책감을 느끼며 지낼 필요도 없는 거고, 오히려 내 감사한 마음을 자부심으로 안고 살아갔으면 좋겠어. 부디 엄마가 어디에 있든 아픈 곳 없이 행복하길, 나쁜 사람들 만나 곤혹에 처하는 일이 없기를 부처님 전에 매일 기도할게. 사랑해 엄마.

엄마 손잡고 휴가를
신지웅

 오랜만에 엄마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항상 가족이란 이름 아래에 함께 있어서 서로의 소중함마저 무디게 느껴졌었는데 떨어져 있는 지금에서야 내게 엄마, 그리고 우리 가족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참 많은걸 누리고 살았는데 그것에 감사할 줄도 모르고 살았어요.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가족의 건강이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고,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야 함께 있음이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임을 알았어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무엇보다 소중하고 잃지 말아야 했던 것들인데 당시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오히려 내게 없는 것만 보여서 저는 감사할 줄도 모르고 불평불만 가득한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다고 불평하고 귀찮다고 불평하고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하며 흘려보낸 시간들이 돌이켜 보면 제 삶속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나날들이었는데 그땐 왜 알지 못했을까요?

엄마, 비록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짧지만 저는 제 인생의 너무나 많은 부분을 감사할 줄도 모르고 오만하게 살아왔습니다. 내 것이 아닌 돈과 집, 명품, 자동차 같은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음 때문이었겠지요.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내게 가까운 것부터 소중히 여기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아마 군 복무라는 서로 떨어져 있는 상황이 없었더라면 무신경한 제 성격 탓에 저는 아직도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함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을 거예요. 군 생활이 때로는 버겁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 시간 덕분에 그동안 내 인생을 되돌아보고,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엄마와 가족들과 함께한 순간들이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 시간들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주위에 사소한 것들부터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합니다. 제가 겪어온 인생은 짧을지라도 배운 게 몇 가지 있어요. 불평과 불만은 그 자체로 괴로움이 되어 내 삶을 괴롭힌다는 것과 그런 불평불만은 내게 없는 것들에 집착을 할 때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집착이 자신의 삶까지 소홀해지게 하며 결국 이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게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동안 감사함에 소홀했는데 이젠 제 인생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 것에 감사하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물론 살면서 갑자기 한 번도 불평하지도 않고 감사로 가득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요.

다만 저는 군복무를 하는 동안 가족들과 떨어져 있으며 느낀 이 소중함을 이번 기회로 가족들에게 전하고 제 마음에 새기려고 합니다. 내 것이 아닌 것들에 욕심내며 목 아프게 올려다보는 삭막한 삶에서 벗어나 사소하고 작은 마음일지라도 가족들을 항상 생각하고 감사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싱그러운 이 봄날 꽃이 피듯 저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벌써 봄이네요. 이번에 휴가를 나가게 된다면 엄마 손을 잡고 같이 꽃구경을 하고 싶어요. 꽃처럼 아름다운 엄마가 꽃을 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 한 가득 꽃향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남은 군 생활동안 제대 후에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할 나날들을 생각하며 기꺼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다 엄마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살기로 다짐한 투덜이 아들이 편지를 보냅니다. 두 번의 힘든 시기를 잘 겪어 오신 만큼 앞으로 건강하시고 항상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사랑합니다. 늘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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