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승 성철연구실장, 한국선학회 ‘춘계학술세미나’서 강조

불교 사회참여 ‘통속적 시각’ 비판
경허·성철 스님의 방식 고찰
불교 세속화 영향 비판도 나와

흔히 산중불교로 대변되는 근현대 한국불교가 역으로 수행정신 확보를 통해 사회참여를 해나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희승 성철선사상연구원 연구실장〈사진〉은 4월 25일 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가 연세대 외솔관에서 개최한 춘계학술세미나에서 ‘간화선의 현실 인식과 대응’ 주제발표를 통해 “간화선사들은 근현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불교와 사회개혁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은 종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성을 유지하기 위한 신행활동이며, 그 중심에는 종교인들의 수행이 있음을 강조했다.

박 실장은 “최근 ‘간화선에 현실 참여 의식이 결여됐다’, ‘선에서 현실 대응 방안이 나올 수 없다’, ‘깨달음 지상주의가 현실대응에 장애다’는 주장이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불교를 통속적으로만 보는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성철 스님의 수행을 사회참여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성철 스님이 군사독재 시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둔 것은 불교의 선풍진작을 통해 불법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박 실장은 “당시 불교는 전체 승려 중 대처승이 80%이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불교의 본질회복을 통해 대중들에게 불교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며 “조선조 이래 수백 년 동안 산중으로 밀려나 겨우 명맥을 이어온 불교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재양성과 교단 쇄신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섣부른 사회참여가 아닌 불교 근본의 정체성을 살려 현대의 마음에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 또한 종교의 사회참여”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경허 스님이 1895년 도성출입금지 해제 당시 불교계에 한양구경 열기가 일던 시절 ‘경성 땅을 밟지 않겠다’고 선언한 현실인식도 예로 들었다.

박 실장은 “산중에서 선풍을 세우고자 한 것은 불교 정체성을 세우고자 한 것이며 경허 스님은 일제강점기 일부사찰 대표가 일본 조동종과 연합을 도모할 때 임제법통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1876년 개항 이후 유대치, 오경석, 이동인 등 불자거사들이 선(禪) 정신으로 혁신을 도모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종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세속에서는 불교의 초세속적 삶의 양식에 위안을 얻고자 한다. 오히려 불교의 사회참여 위기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불교계의 세속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선과 명상, 선과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류상윤 박사(동국대)는 ‘조사선에서 원용하는 경영의 위기관리’에서 “선수행을 통한 평상심 유지가 경영일선에 정신적 토대가 될 수 있다”며 “변화 감지 및 대응, 구성원들에 대한 능동적 대처 등에 효율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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