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엔지니어·세계적인 명상가 차드 멩탄 내한

▲ 차드 멩탄은 10월 15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내에 있는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창의적 리더십과 명상’이라는 주제로 포럼의 장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불교계 인사들과 김정훈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재계 CEO, 주한 외국 대사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10월 11~18일 방한, 한국불교 체험
템플스테이, 명상세미나·포럼서 강연
“호흡 집중하면 두려움서 자유로워져”
불교 각광 이유…고통해결, 과학·체계적

현대 사회에서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입으로는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떠들지만 상대를 짓밟고 경쟁을 통해 목표물을 쟁취해야 하는, 지독한 경쟁만 존재하는 성공 지향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치열한 현실에서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이 ‘세계평화’를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고 각국을 다니며 명상 수련법을 전파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구글(Google) 엔지니어인 차드 멩탄(Chad Meng Tan·43)이다. 2000년 구글에 입사한 차드 멩탄은 사내 비영리법인 ‘내면검색 리더십 교육기관(SIYLI, 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을 설립해 ‘마음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은 10월 11~15일 차드 멩탄을 초청해 무한경쟁 사회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선(禪)과 명상을 통해 행복과 평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육지장사에서 포교원장 지원 스님(왼쪽)·진우기 통역사(오른쪽)와 발우공양 체험중인 차드 멩탄(가운데).

육지장사서 템플스테이… 호흡에 집중
차드 멩탄의 첫 일정은 10월 11~12일 1박 2일 동안 육지장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며 참가자들에게 명상강의를 펼치는 시간이었다.
아내·딸과 함께 한국을 찾은 멩탄은 템플스테이에 참가해 발우공양, 온구체험, 건강명상, 산행명상 등을 체험했다.

강의에 앞서 포교원장 지원 스님과 육지장사 경내를 둘러본 멩탄은 발우공양을 체험하면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을 알겠다. 사찰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한국불교를 체험한 소감에 대해 “매우 특별하고 뜻 깊은 경험이었다. 초청해준 지원 스님과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강연에서 멩탄은 “명상은 쉽고 간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 번의 들이쉼과 내쉼에 온전히 집중해 내면의 평화를 찾아보라. 이것을 반복해 10번 100번 늘려가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서 근육을 키우듯 호흡명상을 꾸준히 하면 마음의 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가 전파하는 명상기법은 사마타와 위빠사나, 자비관 등 남방불교 수행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루에 한 호흡만이라도 집중하라”고 강조한 그는 “호흡에 집중하면 자동적으로 숨이 느려지고, 긴 숨이 척추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 수가 낮아진다”면서 “호흡에 집중하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멩탄은 10초 동안 배가 닻을 내리듯 마음을 내려놓기,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위에 나비가 앉아있는 모습 상상하기 등을 통한 명상법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나는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문을 외우는 방식으로 마음을 쉬듯 명상을 쉽게 해야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버리고 그냥 쉬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으로 마음을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계속하면 숙달이 되고 선정에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애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멩탄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라. 그게 어렵다면 하루에 두 명씩 그들에게 행복을 축원해 주자”며 “그렇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비심과 기쁨이 충만해지고 그 기운이 쌓이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되고 결국 나를 세속적인 성공으로 이끌게 된다”고 말했다.

▲ 차드 멩탄은 사마타와 위빠사나, 자비관 등 남방불교 수행법을 바탕으로 한 마음챙김 명상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불교는 미래지향적인 과학의 종교
차드 멩탄은 템플스테이에 이어 1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이날 차드 멩탄이 방한했다는 소식에 불교와 명상에 관심 있는 사부대중 300여 명이 참석해 세미나의 열기를 더했다.
‘명상의 세계적 트렌드와 불교명상의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그는 불교가 왜 서양에서 각광받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멩탄은 “서양에서는 불교를 굉장히 멋진 종교로 인식하는데 이 사실은 내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내가 살던 싱가포르에서는 불교는 오래되고 따분하고 나이든 그저 그런 사람들이 믿는 종교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멩탄이 살 던 곳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불교라고 하면 창피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사람들에게 불교를 믿는다 하면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멋진 사람으로 인정해줬다.
멩탄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불교가 과학의 시대와 알맞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며 “불교는 미래지향적인 우주적 종교에 기대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었다. 또한 불교는 인격신을 초월하고, 교조주의와 신학을 벗어나며, 자연과 영성을 함께 아우르고 자연적 차원과 영적 차원의 만물을 의미 있는 하나로 느끼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종교적 감각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멩탄은 불교가 3가지 이유로 서양에서 각광받는다고 했다. 첫 번째로 불교는 고통 해결에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 두 번째는 불교는 과학적·개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세 번째는 상당히 체계적이며 영적으로 깊이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불교는 고통을 다루는데 능숙합니다. 부처님은 ‘내 가르침은 고통과 고통으로부터의 해탈을 가르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불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불교는 과학적이고 개방적입니다. 달라이라마는 ‘과학적 분석이 불교의 그릇된 면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받아들이고 불교 가르침을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불교가 자연스럽게 현대 과학적 사고방식에 부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성제, 사념처, 칠각지 등의 불교 가르침은 상당히 체계적입니다. 저 같은 엔지니어도 이해할 수 있어 불교는 멋진 종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인 종교인 불교도 처음 구글에 도입했을 때는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였던 구글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명예훈장이나 우등상장처럼 여겼기 때문에 ‘스트레스 완화 클래스’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

멩탄은 ‘위빠사나’ 같은 전문용어 대신 ‘주의력 발달’ ‘내적 평화’ 같은 표현을 쓰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포장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며 효과적인 불교에 마케팅은 필수였다. 불교와 명상을 현대인에게 맞추어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명상에 대한 가르침을 널리 알리며, 보통의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로 선택해 구성하고, 유튜브에 가르침을 올리거나 원격으로 비디오 컨퍼런스를 여는 등 기술을 사용하여 명상 훈련에 도움을 줘야 한다. 지속적으로 과학자들과 일하며, 신경학적인 면에서 명상에 대한 이해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드 멩탄은 세미나에 이어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창의적 리더십과 명상’을 주제로 포럼의 장을 열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세미나에서 차드 멩탄은 불교가 왜 서양에서 각광받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