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로 읽는 古典 - 매슬로의 〈동기유발과 개인의 성격〉

행동주의·프로이드 심리학 비판
긍정적 관점서 동기 이해 강조
자아실현 욕구의 중요성 역설도

‘트랜스 퍼스널’모델 치료에 도입
자아 정체성 찾기… 人本적 접근
서구적 분석으로 불교 ‘담마’ 이해

▲ 에이브리햄 매슬로우(Abraham H. Maslow, 1908~1970)의 모습. 그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설을 주도하였으며,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사랑, 존중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에 이르기까지 충족되어야 할 욕구에 위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설’을 주장했다.
아브라함 매슬로는 1950년대 인본주의 심리학을 주도한 후기 인간관계학파에 속하는 학자로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을 제창한 학자이다. 매슬로는 1943년에 욕구단계설을 제안해 유명해졌으며, 동기이론과 자아실현에 대한 그의 사상이 집대성된 1954년 〈동기유발과 개인의 성격〉에서 이를 상세하게 다뤘다. 그가 작고한 해인 1970년에 출간된 개정판에서는 이에 더해 심리학의 다양한 측면과 새로운 과제들을 2개의 부록에서 다루고 있다.

또한 매슬로는 욕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수많은 논문을 통해 현대 심리학의 양대 주류라 할 수 있는 행동주의적 실험심리학과 프로이트식 정신분석학의 단편적 분석방법을 비판하고 보다 종합적이고 긍정적인 차원에서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슬로는 자아실현 욕구의 중요성과 긍정적 관점으로 인간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자아실현의 욕구를 중시함으로써 인간을 선천적으로 선하게 보고 개인적 자아의 한계를 벗어나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우주적 자아와 합일하려는 자아 초월의 경향성을 타고났다고 보는 새로운 심리학 조류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의 토대를 열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과 트랜스 퍼스널 모델을 통해서 우리는 매슬로가 그의 심리학적 이론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불교 등의 동양 종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그의 사후에 출판된 그의 미완성 논문집 〈Father Reaches of Humman Nature〉에서 매슬로는 인본주의 심리학은 보다 심오한 인간의 마음의 영역을 설명하는 심리학의 제4세력인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의 준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매슬로는 당시 주로 병리적이고 불건강한 면들을 논의하는 종래의 병리적인 자아와 치유라는 정신분석의 전통과 한계를 넘어서 인간의 자아실현과 성장 그리고 자아초월의 건강하고 긍정적인 측면으로 동기유발과 정신치료 영역을 확대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하여 자아치유-자아실현-자아초월이라고 하는 인간 성장의 대로를 열어 서양 심리학이 불교심리학을 흡수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동기유발과 개인의 성격〉의 내용
행동과학이 태동하면서 세상에 소개된 책 들 중 하나인 매슬로의 〈동기유발과 개인의 성격〉은 총 16개의 장과 두 개의 부록으로 구성된 방대한 심리학적 연구서적으로 여기에는 행동과학의 주요개념과 인간심리의 동태성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매슬로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볼 수 있는 이 책의 1,2장과 ‘부록 B’는 과학에 대한 인본주의적 심리학의 중요성과 총체적 접근방법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전통적 뉴튼식 분석기법을 비판하고 있다. 후에 욕구단계설로 널리 알려지게 된 이 개념은 주로 3장에서부터 7장까지 다뤄지고 있다.

3장에는 프로이트, 아들러, 레비, 프롬, 호니, 골트슈타인 등의 논지를 통합적 차원에서 정리하고 비판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러한 논지들이 실험적 검증과 지지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장에서는 인간의 타성과 게으름, 감각적 쾌락과 자극, 공포와 불안 등의 문제를 임상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최상의 가치, 즉 미와 진리의 추구, 우수성과 성취성, 정의와 질서 및 일관성과 조화성 등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5장에서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특히 욕구충족이 이뤄진 후 방심하는 사이에 비극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욕구만족이 반드시 행복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장 본질적인 욕구로 제시한다.

6장은 기본 욕구의 본성에 대한 내용은 초판에서와는 달리 유전공학에 대한 최근의 이론을 통해 인간의 본능은 동물의 본능보다 강하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9장에서 ‘파괴적 성향이 과연 본능적인가’하는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문화와 환경의 유전적 잠재력이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7장에서는 상위욕구와 하위욕구를 구분해 비교 설명함으로써 상위 욕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8장에서는 인간 욕구의 좌절 현상 및 갈등 문제를 다뤘으며, 9장에서는 동물과 아동에 대한 최근 이론과 임상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10장에서는 인간의 행동 표현 요인, 11장과 12장에서는 자아실현의 욕구에 대한 세부 내용을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13장에서 16장까지는 개인의 인지활동, 동기와 반응, 정신치료 및 정상적인 상태에 대한 심리적 연구 결과를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
매슬로는 자신의 욕구단계설을 듀이의 기능주의, 베르트하이머와 골트슈타인의 전체주의, 그리고 프로이트, 호니, 라이시, 융, 아들러의 역동주의를 결합한 ‘총체적·역동적 이론’이라 칭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자아실현과 자아초월의 욕구에 이르는 일종의 계층적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는 인간은 일단 어느 정도까지 기본적인 욕구가 적당하게 충족되면 거기에 만족하여 정체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한층 더 고차원적인 욕구로 이동하면서 성장한다.

1. 생리적 욕구 : 피로, 졸음, 모성애적 반응, 식욕, 성욕, 갈증 등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한 욕구로서 유기체가 생리적 욕구의 지배를 받게 되면 다른 모든 욕구는 존재하지 않거나 뒤로 밀려나게 된다.
2. 안전 욕구 :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성, 의지나 보호, 공포 및 불안, 법 질서, 안전장치 등과 같은 일련의 안전장치 등과 같은 일련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새롭게 생겨나게 된다. 건강한 사회에서 고용안정이나 예금 및 사회보장이 강화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3. 소속 및 애정 욕구 :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가 만족되면 애정과 호의 및 소속감이 나타나면 친구나 애인, 아내와 자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애정은 성욕과 다르며 상호 간에 주고받는 사랑으로 해석된다.
4. 자기존중의 욕구 : 자기존중의 한 부류는 강인함과 성취감, 타당성, 전문성과 적성, 자신감, 독립성과 자유 등으로 구성되며, 또 다른 부류는 명망, 존경, 신분, 명성과 명예, 우월감, 인정, 관심과 중요성, 존엄 및 진가의 인정 등으로 구성되는 욕구다. 자기존중이 부족할 경우에는 열등감, 나약함,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5. 자아실현의 욕구 : 위와 같은 욕구가 모두 충족되더라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을 하지 않으면 불만과 불안이 새롭게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흔히 알고 있듯이 욕구의 단계가 실제로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순서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매슬로도 강조하고 있다. 즉, 실제로 정상인이라면 다섯 가지 기본 욕구에 대해 부분적으로 만족하는 동시에 불만족도 느낀다는 것이다. 예컨대 보통 사람들은 생리적 욕구에 85%, 안전의 욕구에 70%, 소속 및 애정의 욕구에 50%, 자기존중의 욕구에 40%,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에 10% 정도의 만족도를 보인다고 한다. 즉, 우선적인 욕구 A가 10%만 충족될 경우에는 욕구 B가 나타나지 않지만 욕구 A가 75% 만족되면 욕구 B가 50%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만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나 자아초월에 대한 욕구 또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성 이해와 연구에 그 폭을 한층 더 넓혀주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보다 긍정적 태도를 가능하게 해준다. 생리적 욕구와 충동만을 인간의 본능적 측면으로 강조하던 종래의 이론은 인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매슬로의 계층적 욕구구조론은 '물질이냐’ '정신이냐’ 하는 이원론적 극단적 논쟁을 극복하고 인간은 물질에서부터 마음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불교와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
매슬로는 뒤에 자신의 욕구단계설을 삼단계 모델로 수정했다. 즉, 개인을 욕구위계배열에서 생리적 욕구로부터 승인의 욕구까지에 의해서 동기화되는 결핍 유형, 자아발견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인본주의적으로 동기화된 유형, 그리고 자아초월을 향해서 나아가는 초자아 수준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기 개인의 수준에 맞는 정신치료와 병리적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트랜스 퍼스널 심리학은 인간의 잠재성 개발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넘어서서 자아초월의 영적 정신적 측면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욕구로 보았다.

서양의 정신치료는 이상 범부의 마음병을 치유하는 일에 머물러 있지 않고 범부에서 출세간의 길로 가는 것을 모색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를 시작하였다. 특히 켄 윌버(Ken Wilber)가 말하는 트랜스 퍼스널 단계나 매슬로가 말하는 자아초월의 단계가 바로 세간의 범부에서 출세간의 열반으로 가는 단계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아를 전제함으로 인해 무상, 고, 무아의 삼법인의 진리를 순간 생멸하는 마음과 물질의 관찰을 통해 통찰지혜를 얻어 욕구라는 모든 번뇌의 원인인 갈애와 탐욕을 영원히 근절해 버리는 깨달음의 단계와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불교와 서양심리정신치료는 모두 그 출발점을 고통으로 본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부처님이 성도하신 후 최초로 하신 설법이 사성제이고 사성제의 첫 번째가 고제이다. 즉,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의 원인을 설하시고 그 고통은 치료될 수 있으며 치료하는 방법으로 팔정도를 설하셨다.

불교에서 보는 인간관의 부정적인 시각은 범부들의 윤회의 원인인 무명이며 이로 인해 범부들은 탐진치라는 삼독에 기반된 마음을 조건으로 생노병사를 이어 나간다. 그러나 흐름에 든 출세간의 성자들은 종성이 바뀌어 고통을 유발하는 삼독을 비롯한 오염원이 제거되어 나간다.

인간의 본성을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든지 관계없이 고통은 우리가 뭔가에 집착해 있는 정신적 족쇄에서 비롯된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해서는 그 속박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된다고 하는 점에서 불교와 정신치료는 상통한다.

매슬로는 트랜스 퍼스널 모델을 정신치료에 적용하였다. 첫 단계인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 승인욕구 충족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결핍 수준의 개인을 위하여 행해지는 정신치료는 전형적인 의학모델의 방식으로서 치료자는 환자를 권위적으로 지시하고 환자가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단계인 인본주의적 수준에서 행해지는 정신치료는 개인이 자신의 정체감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치료자는 주로 개인이 당면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도록 도움을 주며 대인관계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불교의 요체는 계정혜 삼학이다. 계를 지켜 선한 마음을 많이 내고 불편한 마음을 줄여 나가면 악업이 줄어들고 선업이 많게 되어 그 결과로 마음이 점차 수승해 진다. 이렇게 마음이 고요해 져야만 선정을 닦을 수 있다. 선정에 들 수 있는 바른 집중이 있어야만 오장애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변화를 통찰하는 지혜를 닦을 수 있다.

이렇게 지혜를 얻어야 지혜의 예리한 칼날로 번뇌들을 뿌리째 뽑을 수 있다. 번뇌를 없애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무명에서 벗어난다. 무명에서 벗어나야 생로병사의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가 있다.

매슬로의 결핍단계의 존재들에게는 지계가 중요하다. 계를 지켜 바라밀을 쌓아야 바른 법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결핍으로 인해 감각적 욕망 등의 탐욕과 성냄이 많으므로 불선한 신의구업을 짓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계율을 지키려 노력해야 하며 법을 많이 보고 들으려 노력해야 한다.

또 매슬로의 인본주의 단계에 있는 자아실현 욕구자들에게는 정학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바른 집중으로 일상에서나 수행에서나 집중력을 키워나가면 일의 성취가 용이하게 이루어지고 수행에서는 선정과 삼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단계의 초자아 수준의 존재들에게는 혜학 즉 알아차림 통찰지혜 수행이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깨달음은 알아차림이라는 사띠로부터 여러 가지 통찰지혜가 나오고 종내에는 열반이라는 소멸의 경지를 체험하여 원인결과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붓다가 되기 때문이다.

매슬로는 마치 부처님이 당시 신본주의의 세계에서 인본주의 정법을 제창하신 것처럼 환자 중심의 서양정신치료의 영역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신문제인 욕구와 동기 차원에서 출발하여 인본주의 심리학을 태동시켜 서구의 분석적 시각으로 동양의 담마를 정교하게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위오기 공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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