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K. 거머 박사 불교진흥원 강의

▲ 크리스토퍼 K. 거머 박사 (Christopher K. Germer, PhD.)는 임상심리학자이자 개업의로, 마음챙김, 수용, 그리고 연민심 기반 심리치료 전문가다. 그는 1978년부터 명상의 원리와 수행을 심리치료에 통합해 오고 있다. 거머 박사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심리학 임상지도자이고, 명상과 심리치료 연구소의 설립 멤버로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에 관해 국제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인간에게 고통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 대부분 그 고통을 거부한다. 부처님은 2500년전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는 불교의 수행방법을 심리과학에 적용, 연민심을 통한 자기 치유 방법을 개발해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돌보고 위로하기 보다는 자학하기에 가까웠던 대부분의 대중들은 자기연민을 통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거머 박사. 한국을 방문한 그가 9월 17일 대한불교진흥원 3층 다보법당에서 강의를 가졌다. 불교의 마음챙김에 근거한 불안과 공황 치료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이번 특강에서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의 힘’을 주제로 대중들을 찾았다.

  

일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기 마련

이때 자기자신을 연민하면

마음의 평화 얻을 수 있어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졌을 때 남한테 연민을 가지는 경우는 78%인데 자기자신한테 연민을 갖는 사람은 2%라고 합니다. 저는 1977년 스리랑카 불교사원에서 처음으로 명상을 배웠습니다. 이후 임상심리학자가 되었고 불교명상과 심리 연구를 함께해왔습니다. 전 예전에 대중 앞에서 연설하고 강연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때 말을 더듬었죠. 그동안 많은 고충이 있었습니다.

제 명상 스승님께 어떻게 명상해야 하냐고 질문을 하니 “당신 자신을 위해 잘 명상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석에 앉아 제 자신이 안전하기를 평안하기를 행복하기를 기원하니 굉장히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이것은 올바른 명상법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생각 속에는 명상은 무엇보다 어려워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제 방식대로의 명상 수행을 하고 밖을 보니 모든 것이 명확하고 밝고 환해졌습니다. 내 자신에게 친절하고 연민을 가짐으로써 다른 것들을 분명히 볼 수 있었고 내 문제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넉 달이 지난 후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하려고 일어서려는 순간 다시 공포가 밀려왔죠. 그런데 그와 동시에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머릿속에 내가 안전하기를 행복하기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또 함께 있는 많은 대중들을 둘러보며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안전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순간 25년만에 생애 처음으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통찰이었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저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대중 앞에서 말하고 강의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일반적 두려움이 아니라 부끄러움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부끄러움의 문제를 다루기 전에는 그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문제 안에는 “나는 능력이 없어…” 이런 자기 비하의 마음, 두려움 등이 있습니다.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끌어안기 전에는 이를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불안과 싸우는 한 불안은 커지기만 합니다. 불안과의 싸움을 멈췄을 때 마음에 평화가 왔습니다.

우리는 대개 힘든 감정과 싸웁니다. 불안과 싸운다면 그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공황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만약 밤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잠이 들지 않는다고 그 상황과 맞서 싸우면 무슨 일이 일어나죠? 잠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밤새 깨어있게 됩니다. 우리의 삶속에서 무슨 일이 잘못 되어 갈 때, 실패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하죠? 또 우리 몸에 스트레스가 있다고 할 때 우리한테 나타나는 반응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비난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자기자신을 격리시킵니다. 또는 자신의 몸을 내버려둡니다. 영화 보고 술 마시고 하면서 말이죠. 무슨 일이 잘못 되어 갈 때 스스로를 비판하고 격리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화살이 안 좋은 일이라면 두 번째 화살은 자기자신에게 쏘는 화살이 됩니다. 이 두 번째 화살에서 고통이 생깁니다. 특히 어떤 일이 잘못 되어 갈 때 우리 자신에게 쏜 화살에서 고통이 나오는 겁니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기연민입니다. 자기 연민이 불편하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를 이기적이고 게으르게 만들고 약하게 만들고 자아도취에 빠진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의 동기나 목표 성취를 약화 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기연민은 그런 것들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자기연민이 높은 학생의 경우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20%정도가 더 자기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시험에서도 더 좋은 점수를 받고 말이죠. 이들은 자기 자신에게 동기 부여 방법이 다릅니다. ‘너는 할 수 있어’ ‘너에게는 능력이 있어’ ‘너는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어’ 이렇게 격려로 자신을 대합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겠죠.

연구에 따르면 자기연민은 우울감을 낮게 하고,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높게합니다. 더 많은 지혜와 행복을 얻고 건강까지 좋아집니다. 술과 담배를 덜하게 되고 보살핌을 주는 사람이 됩니다.

저는 텍사스대 심리학과 크리스틴 네프 교수와 공동으로 자기연민 연구를 했습니다. 자기연민에 대한 8주 프로그램 구성을 했죠. 이 프로그램을 거친 사람들은 자기 연민과 타인에 대한 연민이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그래서 연민은 불안과 우울을 감소시킵니다. 모든 사람이 연민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에게 더 많은 연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있는데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하고 돌아온 미국 군인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자기연민의 여부가 외상후스트레스의 강도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보통은 참혹한 경험이 이런 증세를 낳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경험을 해도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면 그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갈 때 당신은 자신과 싸웁니까? 스스로를 비난합니까? 여러분 모두에게 자기 연민의 직접적인 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 다들 주먹을 쥐어 보십시오. 어떤 게 느껴지십니까? 긴장을 하게 되죠. 또 주먹을 펴서 이렇게 둥글게 팔을 모아보면 지기연민을 수용하는 자세가 됩니다. 또 한 손을 심장 가까이에 두고 눈을 감고 심장과의 접촉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따뜻함이 느껴지죠. 이것이 자기 연민의 몸짓입니다.

이는 8주 프로그램 중에서 고통을 느낄 때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행동인데요. 몸을 편안하고 이완되게 해줍니다. 우리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푸는 것은 중요한데 종종 잊게 됩니다. 그렇다면 마음챙김의 자기연민이란 무엇일까요? 현재 자신이 고통스러울 때 그 고통을 아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자신 속으로 침잠해 버리고, 비판하고 격리시키고 자기 생각에 빠져듭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그거 참 안 됐구나 고통스러웠구나 이렇게 말하며 친절을 베풀어 보세요.

고통스러울 때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 생각하고 ‘자신에게 연민의 편지쓰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한 집단은 7일 동안 자기자신에게 편지 쓰기를 수행하도록 하고 또다른 집단은 어린시절의 기억에 대해 쓰도록 했습니다. 3개월이 지난 후에는 연민의 편지를 썼던 집단이 우울감이 줄어들고 상당히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친절함으로 스스로를 대하는 것입니다. 낮잠, 수다, 가슴에 손을 얹는다거나 하면서 자기자신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고 자애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연민과 마음챙김이 마음을 바꾸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밤에 잠 못 드는 것은 힘들구나. 내일 중요한 미팅도 있는데 이렇게 못 자면 내일 몰골이 말이 아닐텐데”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연민을 보내는 것은 잠을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잠 못 드는 나를 돌보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기연민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스코틀랜드의 한 명상 스승님은 수행의 목적은 ‘자비로운 엉망진창을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그 목적은 온전히 인간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고충을 겪고 혼란스럽고 불확실하지만 말입니다.

 

 

▲ 이날 강연에는 300여 명의 대중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다. 참가자들이 거머 박사의 지시에 따라 자기연민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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