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dha in Comic & Ani - ⑬ 주호민의 <무한동력>

88만원 세대가 그리는 고군분투기
삶이 고달픈 당신, 목표는 있는가
스스로 바로 세울 ‘正見’ 있어야

▲ 주호민의 <무한동력> 표지
2014년 한국사회의 청년들은 고달프다.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을 진학해도 캠퍼스 라이프라는 낭만대신 ‘스펙 쌓기’에 열을 올려야 하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인생 최대 장벽인 취업 관문이 존재한다. 어디 하나 쉽게 갈 수 있는 고개가 없다.

사실 한국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4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로 두 달 만에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5월 들어 다시 8.7%로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실업률(3.6%)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늘어난 일자리도 임시직·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늘면서 고용여건이나 임금은 기성세대보다 형편없이 불리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회에는 88만원 임금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88만원 세대’부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 등의 2030세대를 묘사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요즘에는 일자리 전쟁에 치여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4포 세대’, 주택구입을 포기한다는 ‘5포 세대’까지 포기 항목은 계속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00년 중후반 발표되는 만화들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젊은이들이 만화를 웹툰이라는 플랫폼에서 소비하면서 이른바 1초 개그를 선보이는 병맛·잉여물들이 쏟아졌다. 굳이 이것들을 회피라고 설명한다면 몇몇은 진지하게 정면돌파를 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이 2008년 포털사이트 야후(현재는 폐쇄)에 연재된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무한동력〉이다. 이 작품은 경쟁에 내몰린 백척간두에 서 있는 암울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낸 수작이다.

▲ 한 씨 아저씨가 만드는 무한동력
〈무한동력〉은 평범한 20대 후반의 젊은이 세 명이 등장한다. 취업 준비를 위해 학교 근처에 하숙(가장 저렴한)을 얹은 스물일곱 살 주인공 장선재. 그는 금융회사에 취직해 고액 연봉을 받는 게 꿈이지만 어설프고 비루한 그의 ‘스펙’은 자신을 점점 작아지게 만든다.

옆방에는 수능 387점을 맞고 한국 최고 대학 수의학과에 들어가 지금은 2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진기한이, 그 앞방에는 선재와 동갑내기 네일 아티스트 김솔이 있다.

또한 하숙집에는 무한동력 영구기관을 만드는 주인 한원식과 딸인 고3 수험생 수자와 동생 수동도 함께 살고 있다.

〈무한동력〉에서 한 씨 아저씨가 만드는 무한동력 영구기관은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타포다. 사실 현재 이론상으로 무한동력은 만들어질 수 없다. TV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의 소재로 아주 좋은 무한동력 영구기관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로 치환된다.

하숙 첫날, 황당한 기계를 만드는 것을 의아해 하는 주인공 선재에게 한 씨는 이렇게 묻는다. “자네는 꿈이 뭔가?”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선재에게 다시 한 씨는 재차 묻는다. “죽기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한 씨에게 무한동력은 못 이룬 꿈이다. 다시 말해 작품 이름이기도 한 ‘무한동력’은 경쟁 사회에 내몰려 어느 순간 잊어버린 주인공들, 우리들의 ‘꿈’이다.

▲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 못 먹은 밥과 못 이룬 꿈, 당신은 무엇이 생각나겠는가.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시대에 경쟁의 귀결점은 성공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그 성공이 어떤 것을 의미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현재 경쟁 사회에서 성공은 좋은 대학에 입학, 대기업에 취업해 높은 연봉을 받고, 능력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자식 낳고 잘 사는 것 정도다. 이런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성공 이유와 목적이 오로지 ‘밥’만을 위한 것이라면 무언가 서글퍼지지 않겠는가.

기성세대가 만든 무한경쟁이라는 레일 위를 폭주 전차처럼 달리는 것 또한 자신이 정말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어한 것은 ‘꿈의 가치’다. 현실에서 무모하다고 볼 수 있는 ‘꿈’을 잊지 않을 때 자신의 목표가 생기고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있게 한다. 올바로 보고 생각하고 노력함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팔정도(八正道)’ 가르침은 어찌보면 2030세대에게 꼭 필요한 화두이다.

〈무한동력〉에 나오는 3명의 청년들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각자 자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한다. 선재는 자신이 금융회사에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아냈고, 한 씨네 애견 난봉이를 구해낸 진기한은 원래 자신이 있던 수의학과로 돌아간다. 선재와 연인이 된 솔은 노력해온 보상, 자신의 가게를 가지게 된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황색눈물(2007)〉에서는 인생을 이렇게 노래한다.
“‘인생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고, 인생은, 단 한 번도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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