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세계불교] 다불교 현상이 한국 불교에 미치는 영향

국제선센터에서 참선 수행 중인 외국인 스님들. 이들을 활용하는 것은 한국불교계의 몫이다.
세계불교가 한국서 각축을 벌이는 작금의 현실에서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불교가 처한 ‘다불교적 상황’을 불교의 위기이자 기회로 보았다. 사실 전통불교가 존재하는 나라 중 한국처럼 해외의 여러 불교가 들어와 있는 예도 흔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불교가 다불교적인 상황이지만 전통불교 국가는 아니다. 이에 대해 조성택 교수는 “한국에는 조계종 등 기존 대승불교 전통 뿐만이 아니라, 상좌부 전통을 대표하는 태국과 미얀마 등지의 동남아불교, 티베트불교, 대만불교, 그리고 최근 서구불교까지 다양한 불교가 공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서로 다른 수행법을 주장하고 불교사 이해 또한 각양각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불교적 상황은 한국인 특유의 개방성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며 “이런 상황은 오히려 한국불교에게 새로운 기회도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두천 용수사에서 관불의식을 올리는 네팔 불자들
이주민 신행활동 지원

먼저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스님들은 한국불교가 해외불교와 교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민 쉼터역할을 담당하는 한국내 동남아 국가 법당들은 주로 200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이들은 국내의 한국스님이나 사찰로부터 물질적인 후원을 받아 문을 연 경우도 있다. 그동안 해외불교와의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더라도 스님 개개인이거나 개별 사찰의 포교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사찰 주지 스님의 관심 여부에 따라 해외불교와의 교류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 흐름이 언제 끊기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내 한국 사찰과 지속적인 교류를 갖고 법당 운영비 등 지원을 받는 사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이주민들을 위한 법회를 꾸준히 열어온 한국 사찰도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김포 용화사, 부천 석왕사, 안산 법흥사, 구미 대둔사 등 10여 곳도 안된다. 대부분의 사찰은 여전히 시혜적인 입장에서 이주민을 지원하고 있다. 다불교 시대를 맞아 앞으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교류협력과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사찰들은 이주민들의 신행과 복지, 인권문제, 한국 생활 적응 지원, 쉼터, 한국어 교육이나 일자리 소개 등도 한다. 그래서 이들 법당과의 체계화된 접근이나 지속적인 교류가 절대 필요하다.

담마프렌즈 대표 담마끼띠 스님은 “상좌부 불교와 한국불교 간에는 엄격한 계율과 치열한 수행가풍 등의 발전적인 요소가 많다”며 “세미나 등을 통해 한국불교와 이웃불교 간에 실질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이주노동자들의 맏형으로 꼽히는 스리랑카 와치싸라 스님 역시 한국사찰과의 연계를 주장했다. 2004년 한국에 온 이후 10년 넘게 경기도 양주서 스리랑카 법당을 지키고 있는 와치싸라 스님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며 “자국 법당이 그런 역할을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지처는 불교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 사찰들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간절한 바램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불교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는 중국과 베트남의 법당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화교와 중국인 유학생, 베트남 이주민이 있음에도 자국 불교의 기반 부족 및 경제문제 등으로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웃종교의 경우 선교 차원에서 중국 화교들과 베트남 이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비해 한국불교계가 갖는 관심은 미미하다.

2011년 마주협 아시아문화축제 중 조계사 탁발의 한 장면.
외국인 스님들, 한국불교 세계화 위해 활용 필요

외국인 스님들을 적절한 곳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외국인 스님은 우리나라가 외국인 스님들의 해당국에 가서 활동하는데 가교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 오는 스님들은 대부분 해당 국가와 불교계에서 어느정도 일정 수준을 넘는 인정받는 스님들이 많다. 이들이 가교 역할만 제대로 해준다면, 불교계와 NGO 등의 활동이 훨씬 수월해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진각종 종비 장학생인 위덕대 박사과정에 있는 스리랑카의 실라 스님과 네팔의 나빈 법사는 한국어와 자국언어 둘 다 능통하기 때문에 한국서 배운 불교 지식을 자신의 나라에 방학 때면 찾아가 포교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실라 스님은 국내 사찰 및 NGO 단체들이 현지 포교나 봉사를 위해 스리랑카 정부와 긴밀한 협약을 맺거나 교류하는게 효율적인 상담 역할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앞으로 학술적, 문화적인 면에서 양국의 불교발전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민 쉼터인 구미 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도 “자국 스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며 “외국 스님들과 해외 불교로부터 한국불교가 호감을 얻게 되면 자연히 이들 국가에서도 한국불교를 알리게 된다”고 말했다.

조계종 외국인 승려연수에서 대화를 나누는 각국 스님들
다양한 수행법에 대한 연구 시작

이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다양한 불교와 한국불교 수행법 등을 함께 연구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미얀마나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 국가들은 위빠사나를 비롯해 남방불교 수행 특색을 살려 한국 불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실제로 많은 불자들이 해외불교의 수행법에 관심 갖고 배우고 있다. 한국 불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해외불교 수행법을 배우기 위해 유명 스님들을 초청하거나 선원을 설립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이들 국가와의 불교교류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각 나라의 불교특징과 수행법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불교라는 공통분모를 갖는 만큼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불교와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한국불교 역시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07년 위빠사나 수행에 관심 있는 불자들을 지도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담마야나 선원장 아신 빤딧짜 스님은 “선불교 중심의 한국불교가 다양한 불교와 조화를 이룰 때 불교도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현재 미얀마 유학생들과 불자들을 위해 담마야냐 선원을 설립하고 기초교리 강의와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이어 빤딧짜 스님은 “미얀마 불교가 성장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점은 최근 젊은 불자들의 이론과 수행을 함께 병행하고자 욕구 등에 부응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다불교 시대를 맞아 모든 불교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 수행 정체성 살려야

조계종 교수아사리 명법 스님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불교가 새로운 정체성 형성이란 과제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명법 스님은 “한국의 전통 불교는 도전받고 있고 새로운 불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불교가 먼저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명법 스님은 “최근 한국불교는 테라바다불교, 티베트불교, 심지어 미국불교 등 다양한 수행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혼란스러움을 줄 정도이며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전승된 전통불교와 충돌하고 있다. 한국불교가 이 다양성을 어떻게 회통시켜 세계의 여러 불교전통을 수용하면서 전통불교를 재해석하고, 동시에 현대성의 문제에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형성하느냐가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한 “한국불교의 역사가 더 오래되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서로 배우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현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실험과 새로운 시도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 양식의 용인 와우정사의 불두

해외불교 문화 그대로 옮긴 한국사찰들 증가

한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불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교에 나서는 사찰들도 많다. 한국불교와 다른 독특한 매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용인의 관광명소인 와우정사(주지 해곡)다. 이색적인 정취를 뽐내는 와우정사에는 동남아 불교신도들이 몰려 2013년 만해도 태국에서 약 20만 명이, 중국ㆍ라오스 등 다른 불교국가에서는 10만 명이 찾았다. 불국사 연간 방문객의 3배다.

1970년대 지어진 와우정사에는 유서깊은 문화재가 없다. 그럼에도 외국 불자들이 모이는 것은 일종의 ‘글로벌 불교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다.

와우정사에는 인도에서 기증받은 향나무로 만든 와불, 태국국왕 취임 80주년을 기념해 태국 공주가 기증한 태국 불상, 8m에 달하는 초대형 불두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 불자들이 가져온 돌로 현재 탑을 쌓고 있다. 와우정사를 찾는 불자들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도 볼 수 없는 볼거리’라고 말한다.

인도 성지의 성소를 그대로 옮겨온 사찰도 있다. 인덕원 삼천사(주지 성운)에는 인도 아쇼카 석주를 본따 만든 세존진신사리4사자9층석탑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탑 안에는 1988년 성운 스님이 미얀마 마하시사사나 사원에서 모셔 온 진신사리가 있다. 세존진신사리4사자9층석탑은 지역 성소로 많은 순례객들이 찾고 있다.

아예 해외불교계와 협약을 맺고 불교성지를 한국에 조성하는 곳도 있다. 용인 보문정사(주지 덕산)는 미얀마의 세계적인 불교유적인 쉐다곤 파고다를 한국에 짓고 있다. 미얀마 불교계와 협약을 맺고 현재 ‘세계평화황금탑’을 세우는데 100억 원이 넘는 불사금 중 30%는 미얀마의 불사추진위원회가 담당한다.

일제 시대인 1913년 지어진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는 일제시대 아픈 기억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 조동종 운상사(주지 이치노헤)와 함께 일제의 수탈과 이에 동조한 일본불교계의 만행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2013년에는 일본 조동종의 사과를 담은 참사비를 경내에 세운데 이어 최근 ‘침탈사료 기획전’을 여는 등 역사의 현장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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