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표준 한글 천수경·독송 CD 발간…19일 조계사서 봉정식

 

▲ 1994년 종단개혁이 일어나면서 불교의례의식 한글화 작업이 본격 추진됐고, 포교원은 그간 〈통일법요집〉과 〈한글법요집〉 등을 편찬했다.

94년 개혁 이후 경전 한글화 추진
합의 못이뤄 실패… 2008년 본격화
포교원 중심으로 한글 의례 추진
반야심경·칠정례 등 성과 이어져
불자들 한글로 법회·의례 진행해야

 

대한불교 조계종(총무원장 자승)과 의례위원회(위원장 인묵)가 지난해 12월 표준의례로 공포한 한글의례문 〈천수경〉이 한글반야심경과 칠정례와 함께 책과 CD로 제작돼 전국 사찰 및 타종단 사찰에 보급된다.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원)은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포교원이 주축이 돼 법요집 한글화를 진행해 온 결과 지난 5월 표준한글독송집 CD제작을 완성했다”며 “이제 각종 법회현장에서 가장 많이 봉독되는 반야심경과 칠정례, 그리고 천수경이 보급됨으로써 음곡의 통일을 이루어 한국의 불자들이 한글로 법회와 의례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한글 천수경〉에는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인 〈천수경〉과 함께 〈칠정례〉 〈반야심경〉이 담겨 있다. 〈반야심경〉의 경우 2011년 공표돼 현재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함께 제작된 CD 〈표준한글독송집〉에는 중앙종회 동의를 거쳐 공포된 한글반야심경, 한글 칠정례, 헌다게, 오분향게, 천수경이 실렸다.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법요집 한글화가 진행됐지만 종단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미완성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글 운곡이 확정되지 않아 대중적 보급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의례를 통한 포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한국불교 신행혁신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조계종은 6월 19일 오전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표준 한글 천수경 및 독송 CD 봉정식’을 거행한다. 행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을 비롯한 주요 사찰 스님과 포교·신도단체가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는 △봉정 고불문 낭독 △봉정사 및 법어 △한글천수경 시연 △공로패 전달 순으로 진행된다.
 

불교신행의 핵심을 보여주는 천수경

불교 입문서로서 사상적 측면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것이 〈반야심경〉이라면, 신앙적 측면에서 가장 중시되어 독송되고 있는 것이 〈천수경〉이다.
오늘날 천수경은 도량을 청량하게 엄정하고 삼매를 닦거나 염불 및 법회, 각종 불공 등의 사전 참회, 발원 작법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암송하기에 분량도 적당하고 운곡도 휼륭하며 각종의례에 등장한다.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의 준말인 천수경은 천개의 손과 눈을 가진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심으로 중생이 어려움을 해결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나라 때 가범달마(伽梵達磨)가 번역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천수경은 의식을 하기 위해 근간에 편집된 것이다. 이러한 천수다라니계 경전은 〈염불작법〉(1575)과 〈삼문직지〉(1769), 〈고왕관세음천수다라니경〉(1881), 〈불경요집〉(1925), 〈조석송주〉(1932), 〈석문의 범〉(1935), 〈행자수지〉(1969) 등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즉 〈천수경〉은 20세기 근세에 이르러 〈조석송주〉 의식을 합편한 종합적인 송주의식집으로 정립됐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행 〈천수경〉과 〈한글 천수경〉은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한국화된 불교신행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천수경〉을 비롯한 불교 의례문에는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주옥같은 가르침이 담겨있지만, 그 내용이 한문으로 전달돼 한글세대인 현대인들이 듣고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조계종에서는 여러 차례 법요집 한글화를 진행해왔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해 미완성으로 그쳤고, 여러 사찰에서 천수경을 한글로 번역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 조계종 의례위원회는 한글의례문 〈천수경〉과 〈표준한글독송집〉 CD를 발간했다. 사진 오른쪽은 〈표준한글독송집〉 CD녹음 작업에 참여하고있는 스님들.

1994년부터 한글의례 편찬사업...천수경은 2008년 부터 시작
조계종은 종단개혁이 일어난 1994년 통일법요집 편찬을 주요 종책사업으로 상정하고, 포교원이 중심이 돼 1995년 3월 통일법요집 편찬 사업을 시작했다. 첫 법요집은 2003년 1월에 발간됐으나, 발간 동시에 수정의견이 제시됐다. 2003년 10월 편찬위원회가 발족돼 〈한글법요집〉 개정판 작업에 들어갔고 2006년 한글통일법요집이 완성됐다. 이후 2008년 1월 편찬위원회가 다시 구성되면서 〈한글 천수경〉도 재검토 됐다. 포교원 포교연구실이 중심이 돼 진행되던 한글의례의식은 의례법 제정 이후 의례위원회로 통합됐다. 기존에 편찬위원회에 활동하던 연구위원들은 의례실무위원회 편입돼 활동을 이어갔다.

위원회는 △의례분야 △음악분야 △문학분야로 나뉘어 해당분야의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한글화의 원칙을 정하고 원문과 저본에 대한 검토, 문맥의 간결성과 문학성, 음곡의 다양성, 의례의식 절차의 적절성 등을 점검하며 한글화 연구를 진행했다.

위원회가 천수경 및 한문 의례를 한글로 번역하면서 세운 원칙은 △가능한 쉬운 우리말로 한다 △부처님 말씀, 경에 부합되게 한다 △의식에 부합하도록 가사와 음악의례의 종합을 추구한다 △오역은 무조건 수정한다 △시방, 보시, 도량 등 이미 굳어진 어휘들은 관용하는 음대로 적는다 등이다.

의례위원회가 결정한 〈한글 천수경〉은 가능한 우리말을 사용하고, 원뜻과 맥락을 고려해 3음보와 4음보 율격을 쓰면서 간혹 2음보도 넣어서 자유롭게 했다. 염불호흡도 고려해 445조 4444조, 344조도 포함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한글 천수경은 17차의 회의를 거쳐 2013년 12월 16일 최종 확정됐으며, 12월 19일 총무원 종무회의에서 공포를 결의하고 〈한글 천수경〉을 공포했다. 위원회와 포교원은 2014년 5월 한글 천수경을 〈표준한글독송집〉CD로 제작했다.

포교원은 헌다게와 오분항게, 칠정례는 독송(비구, 비구니)과 합송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반야심경, 천수경 독송은 화암 스님(의례위원회 위원)과 금강 스님, 합송은 어산작법학교 스님들과 전승원 스님들이 참여했으며, 합송은 법안 스님(의례실무위원회 위원)과 염불교수아사리 스님 등이 참여했다.



“한글의례 상용화에 동참하자”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

▲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사진〉은 이번 한글 의례문 〈천수경〉과 CD 발간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의례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포교원에서 일상 의식이나 천도다비의식을 한글화해 줄곧 진행해 왔지만, 종단적 합의를 얻지 못해 한글 의례가 널리 확산되지 못했다”며 “수 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회의를 거쳐 이제야 천수경이 공포되고 CD로 제작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원 스님은 한글 의례가 대중화되려면 결국엔 사찰과 스님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각 사찰 스님들이 앞장서서 한글의례로 조석예불과 법회는 물론 각종의례의식을 진행해야 하고 신도들도 한글의례를 일상화 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원 스님은 “한문으로 된 경전이나 천수경을 100독 1000독 해도 그 의미를 모르고 읽으면 아상만 쌓일 뿐이다. 경전의 뜻을 알고 그것이 아름다운 음곡을 타고 전해질 때 감동과 감화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또한 지원 스님은 “앞으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글 의례를 상용화 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불자들이 아침 저녁으로 하는 예불과 사시불공 및 상장례문도 한글화해 보급할 계획”이라며 “한글 천수경을 비롯한 한글 의례가 신행 현장에 스며들어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평화로운 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 생활의례문 한글화에도 주력”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

▲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

의례위원장 인묵 스님〈사진〉은 2011년 의례위원장을 맡아 반야심경, 칠정례에 이어 최근 천수경까지 한글화를 이뤘다.

인묵 스님은 “그동안 포교원 주관아래 통일법요집이 편찬되긴 했지만 수년간 논의를 거쳐 불교 의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찰과 불자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일상에서 한글 의례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글 천수경이 공포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인묵 스님은 “단어 하나 선택하는 데도 의례위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며 “함축적인 표현을 다른 말로 표현하거나 좀 더 좋은 뜻으로 고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역사 동안 한문 의례가 고착화 돼 있는 상황에서 이제 시작한 의례 한글화 작업을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한글화 작업을 시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 불공 및 상장례문 등 불교 생활의례문 한글화 보급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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