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보살의 인과이야기

틱낫한 스님의 정념수행
마음챙김 수행에 도움
“설거지 할 때는 설거지만,
언제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

 

정념수행-지금 이 자리에서의 삶을 배우다
불교에 입문해서 틱낫한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챙김의 정념수행을 한 것이 18년 전 일이다. 지금까지 스님을 세 번 뵙고 수행을 했는데, 첫 번째 1996년에는 괴산 공림사에서, 두 번째인 2003년에는 천안국립청소년수련원에서, 세 번째인 2013년에는 월정사에서였다. 작년에 틱낫한 스님이 방한했을 때 스님이 주도하시는 월정사 수련회에 참가하면서 떡을 한 상자 준비해 가지고 갔다. 남편과 아들이 떡을 싣고 월정사까지 같이 가준 것이 고마움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처음 뵌 틱낫한 스님의 모습은 봄바람처럼 가볍고 깃털처럼 가벼워보였으나 내면은 태산보다 더 단단하고 넉넉함으로 충만해 보였다.
불교를 쉽게 가르치고 수행이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이 신행생활을 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
틱낫한 스님은 시인이자 선사요, 평화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수행자다.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스님, 한국의 숭산 스님과 함께 세계 3대 생불로 알려져 있는 분이니, 그 수행력과 인품은 말할 것이 없는 분이다. 평생을 평화와 화해를 위해 일해 왔고, 평화를 위한 굽히지 않는 의지와 솔직한 표현들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금지되자 프랑스로 망명하여 수행공동체 마을 프럼빌리지를 세우고 그곳에서 수행하고 글을 쓰며, 난민들을 위한 작은 공동체 지도자로 일하고 계신다.
틱낫한 스님이 방한하셨을 때 법문을 듣고 또 정념수행에 동참하면서 마음챙김 수행을 하게 되었다. 수행은 바로 삶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과 일치해 정념수행은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님은 말씀하셨다.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만 해야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는 자기가 설거지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런 단순한 일에 왜 그리 역점을 두는지 좀 이상해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게 요점이예요. 내가 여기 서서 그릇을 닦고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놀라운 현실입니다. 내 숨을 따라,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내 생각, 내 행동을 모두 알아차림으로써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예요. 그러면 물결 위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병처럼 생각 없이 떠밀려 다닐 리 없겠지요.”
우리가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에서 헤매느라, 자기 삶의 한순간도 알차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었다.
설거지를 하고 목욕을 하고 이부자리를 개고 물통을 나르고 이를 닦는 등 모든 행동을 할 때마다 우리 의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어나면서 “이제 일어났구나, 바라노니 모든 사람이 저마다 큰 깨달음을 얻어 밝은 눈으로 볼 수 있기를!“ 하라고 가르쳐주셨다.
마음챙김 수행에서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는〈염처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걸어갈 때 수행자는 마땅히 자기가 걷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앉아 있을 때 수행자는 마땅히 자기가 앉아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몸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지 수행자는 마땅히 그렇게 하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수행함으로써 수행자는 몸소 한결같은 마음챙김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염처경〉을 말씀하시면서 스님은 “그러나 자기 몸의 자세에 마음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숨결, 모든 동작, 모든 생각과 느낌, 남들과 맺는 모든 관계를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자각이라는 말을 그토록 많이 쓰고 살았으면서도 이러한 모든 것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 진정한 자각임을 알지 못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정념수행을 하다 보니 서두르지 않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삶에 목표를 두고 살 수 있었다.
걸으면서 하는 경행수행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품이 넓은 대지를 걷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한 발 한 발 마음챙김을 하면서 길을 걷는 것이 경행수행이다. 경행수행을 하면서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적이며 걸을 수 있고 푸른 하늘을 느끼고 볼 수 있고 전철 안에서 엄마에게 안겨 있는 아기의 검은 눈동자가 곧 기적임을 느낄 수 있었다.
틱낫한 스님에게 청중이 물은 적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마음챙김 수행을 할 수 있나요?”
“언제나 눈길을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능력 있고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것이 마음챙김입니다. 하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여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마음챙김이 서로 달라야 할 까닭이 없어요. 사람이 의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발생하는 일에 대처하여 좋은 결과를 보려면 고요한 마음과 자기 통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지요. 만일 우리가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 대신 조바심을 내거나 화를 낸다면 우리 하는 일이 더 이상 가치 있는 일이 되지 못합니다. 마음챙김은 곧 기적이예요. 그것으로 우리는 자기를 제어하고 회복하지요.”
기적은 어디 먼 곳,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 마음을 챙기며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씀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고, 내 의식을 지배했다. 정성과 집중으로 살 수 있다면 안생(安生)은 매순간이 기적이라는 생각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귀하게 대할 수 있게 했고, ‘사랑’ 만이 전부임을 깨닫게 했다. 마음챙김 자체가 깨어 있는 삶이며, 삶의 순간순간들을 알차게 살 수 있는 수행이었다. 나는 일찌감치 틱낫한 스님을 만남으로써 삶의 현실에 집중하는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삶이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라면 부처님 지혜 속에서 날마다 나에게 주어지는 문제들을 올바로 선택하고 그것에 몰입하는 것만이 보람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호흡을 지켜보며 마음챙김을 유지하고서 10분 쯤 숲길을 걷다보면 신선하게 회복되는 자신을 느꼈다.
스님은 “무슨 일로 화가 나 있거나 마음이 어지러워서 마음챙김 수행을 하기 어려울 때는 호흡으로 돌아가십시오. 호흡을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챙김입니다. 호흡이야말로 의식을 놓치지 않는 아주 놀라운 방법이지요.”라고 하신다.
주변 환경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40년 넘게 틱낫한 스님의 제자로, 수행동반자로 늘 함께 해오셨다는 찬콩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여러분은 폭풍이 불어올 때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 ‘저 나무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나무 둥치를 보면 나뭇잎과 달리 단단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을 합니다. 굳건한 뿌릴 보면 더 안심이 됩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마음이 이 뿌리에 있으면 여러분은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평화는 “깊은 집중”에 있다는 것이다.

“입은 닫고 귀는 열고 마음은 깨어있으라”
언제나 가슴에 담고 있는 스님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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