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은 인연관계로 굴리어져

하나의 용서도 없어

용서 빌 사람도 없고

용서 받을 사람도 없어요.

나사못 하나만 틀려도

비행기가 떨어져

그거 무섭습니다.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법성계 안의 소식

 

북소리

[시] (홑첨지) 달바위 너에게 묻노라. 이제로부터 이천년 전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북을 쳐서 호병 십만을 살수에서 무찌른 사실을 아느냐.

(달바위) 압니다.

(홑첨지) 그때 두둥 울렸던 북소리는 어디로 쫓아왔느냐.

(달바위) 북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아니다.

(달바위) 채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아니다.

(달바위) 북과 채가 마주친 데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어찌 소견머리가 그 따위냐. 아니다.

다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 을지문덕 장군이 호병 십만 명을 살수에서 몰살시켰습니다. 말 들어 보니 어디에 동상 세워진다고 합니다. 동상 세워 드릴만 합니다. 그런데 그때 걸 내가 비유를 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 니 북소리 들었느냐. 이거 내가 비유로 해 놓은 겁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 말입니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북소리가 어디서 나왔느냐. 북에서 나왔습니다. 아니다. 채에서 나왔습니다. 아니다.

채하고 북하고 마주쳐서 인연이 돼서 나온 건 사실이거든요. 그걸 내가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 그 앞 소식이에요. 소리는. 그 말입니다. 마주친 데서 나왔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여러분의 머리가 날카롭다면 이 자리에서 답 나옵니다. 선재 보살, 어디 갔노? 거?? 알아들었나? 그 목소리 어디서 나왔노? 채와 북이 인연은 되어 있다. 인연. 그렇지? 만약 인연이 되어 있다면 바로 인연이게? 어디서 나왔노? 좋다.

 

[시] (달바위) 마음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남의 말을 도적질하지 말라.

마음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하는 것은 무슨 말이냐 할 테면 육조 혜능 대사가 삭발을 하려고, 다시 말하자면 중이 되려고 법성사로 가는데 문 앞에 세워 놓은 깃발이 펄럭거려. 두 중이 있다가 하는 말이 기가 펄럭거린다 아니다 바람이 펄럭거린다 기가 펄럭거린다고 해도 맞는 말이고 바람이 펄럭거린다고 해도 맞는 말이에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육조 혜능이 하는 말이, 두 스님 그거 아닙니다. 당신네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겁니다. 이랬거든요. 그래서 놀랐습니다. 이 말을 빌어서 하는 거 아니냐.

이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러분. 기가 펄럭거리는 거다 바람이 펄럭거린다고 하면 마음이 움직인다고 해도 돼. 마음도 아니라고 하면 여러분들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건 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도 아니라고 하면 여러분 뭐라고 대답할 겁니까? 물론 이것도 남의 일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들의 일이에요. 이런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분들이 당하고 있어. 꼭 기만 움직거려야 펄럭거리는 건가요? 주장자도 펄럭거리고 있거든. 바람에 나무도 흔들흔들하고 있거든. 하루에 수십 번 여러분들이 당해. 당해도 여러분들이 모를 따름이여.

그러하니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금시 그 말입니다.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하니 니가 남의 말 도둑질 하지 마라. 육조 대사의 기를 보고 얘기한 그걸 본 따지 마라. 니 살림살이를 내 놓아라 그 말입니다.

 

[시] (달바위) 모르겠습니다.

(홑첨지) 힌트를 줄 터이니 자세히 들어라.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하구나.

(달바위) 알았습니다.

이거 말해도 몰라. 그러니 천상 그 경계를 한 번 인도를 해 줘야 돼. 물길을 조금 뚫어줘야 돼. 조금만 뚫어주면 나중에 가서는 줄줄 나오다가 홍수가 되는 법이에요. 둑마저 확 날려버려. 그래서 힌트를 준 것이거든.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한다. 아니, 겨울에 개구리 있습디까? 겨울에 개구리가 없거든. 그러나 나는 있어. 나는 있기 때문에 힌트를 줬어. 눈보라 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굴개굴하는 이 말마디에 얼붙어서는 이 답이 안 나와. 다른 거도 다 그래요. 답은 말마디 밖에 있거든. 참 그야말로 누리의 바탕을 알아. 알아서 허공중에 이루어진 춘하추동 사시 이것까지라도 전부 명자거든.

허공중에 이루어진 모든 명자가 전부가 실답지 않은 하나의 환상계에 지나지 못하다 말이여. 다시 말하자면 법성계에 이루어진 모든 법이, 법성계 중에서 굴리어지는 일체법이 환상에 지나지 못하다. 사실로 환상이거든. 이 도리를 뼈저리게 느껴야 이 답이 나옵니다. 그만 아는 것만 가지고서 어디서 들은 대로 생각한 대로 이건 안 됩니다. 솔직한 말로 들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다간 이거 죄 범합니다.

왜 그러느냐. 인연관계라는 것이 엄숙하거든. 모습은 인연관계로 굴리어지는 것이거든. 하나의 용서도 없어요. 용서 빌 사람도 없고 용서받을 사람도 없지만 그대로 비행기가 허공에 뜨는 거예요. 나사못 하나만 틀려도 비행기가 떨어져. 그거 무섭습니다.

그러하니 자,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굴개굴 해.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법성계 안의 소식이라 말이여. 법의 성품의 세계, 법성계. 법성계 내의 소식이에요. 무슨 말을 했든지 법성계 안의 소식 아니에요? 이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이 말 하고도 남아요. 물론 그만 이것만이 전부라고 해서 어쩌고 어쩐다면 택도 없는 소리라고 거부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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