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 흥선 스님(직지사 주지)

숭례문 부실 보수 사태 이후 문화재 보존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눈길을 끈다. 불교계 문화재전문가로 꼽히는 흥선 스님은 4월 2일 불교중앙박물관이 개최한 불교문화강좌에서 ‘숭례문 등 문화재 보존현황과 실태’를 주제로 강연했다. 스님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미술사를 전공했고 불교중앙박물관장, 문화재위원을 여러 차례 지낸 대표적인 불교계 문화재 전문가다. 이날 스님은 특히 최근 논란이 인 석굴암과 팔만대장경 긴급안전점검단에 참여해 살펴본 내용을 소개하며 정부와 국민, 그리고 불자들이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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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숭례문 부실 보수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숭례문은 복원 5개월 만에 단청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일단 단청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잘못이 큽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통기법이 실전(失傳)됐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험도 없으면서 서둘렀던 데에 있습니다.

단청이 떨어진 이후 나무가 문제였다고 지적됐습니다. 제대로 안 말린 나무를 써서 수축현상이 일어나 단청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지적됐습니다.

문화재청에 전문가가 포진해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그 체계가 엉망이었습니다. 먼저 현장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됐습니다. 숭례문도 완공 시기나 방식에 대해 수십 년간 이 일에 종사한 이들의 얘기를 들어야지, 정치적으로 관여했습니다.

1970년대 이후로는 한국에서는 전통방식으로 보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경복궁ㆍ광화문 모두 그렇습니다. 그런데 숭례문은 전통기법으로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단청장, 대목장, 석장 등이 동원돼 전통적인 방법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런 원칙을 오늘날 100% 지킬 수 있을까요. 모두 지키기에 불가능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통기술 기반 전무한 상황

도구를 예로 들어봅시다. 먼저 벌목만 하더라도 전기톱을 사용합니다. 벌목은 굉장히 위험한 작업입니다. 요즘에는 작업효율과 함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전기톱을 사용합니다. 본격적인 복구에 앞서 도끼로 일일이 벌목을 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수급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애써 벌목한 나무를 운반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는 우마차를 이용해서, 하천에서는 뗏목으로 만들어 운반해 왔습니다. 지금시대에 이런 방식으로 운반한다면 언제 복구가 되겠습니까. 또 이런 방식으로 운반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요. 이게 무슨 퍼포먼스인가하면서 볼 것입니다.

작업 방식이 시대별로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대패의 경우 도구부터 조선시대, 일제 강점기가 다릅니다. 전통방식으로 한다고 해도 이러한 시점에 대한 의견이 공유가 돼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런 점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수많은 각계의 논의가 진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복구에서는 이런 과정이 축약되고 성급하게 복구가 진행됐습니다.

재료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전통기술로 복구 한다고 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통기술에 대한 기반이 전무합니다. 이번에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부분인 ‘아교’를 예를 들어봅시다. ‘아교’는 기술자가 수십 년을 써보지 않으면 각 상황에 맞는 배합 비율을 비롯해 가공법 등을 알지 못합니다.

제가 있는 직지사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웅전의 지장시왕도의 경우입니다. 일본의 경우 불화를 수리하는데 있어 바탕인 비단을 복구할 때 똑같은 비단 조직을 만들고 풍화과정까지 주변과 흡사하게 하여 붙입니다.

그렇게 한 작은 불화 복구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겠습니까. 전통안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전통안료는 몇몇을 빼고 전부 수입했습니다. 안료를 가져온 중국도 실크로드를 거쳐 중앙아시아의 안료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런 안료를 예전처럼 할 수 있을까요.


전통기술 기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 전해 받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손으로 실습하는 구전심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런 절묘한 배합기술을 가진 기술자를 길러내는 노력이 아주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아교’를 쓰니, 의당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차라리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전통기술의 맥, 특히 기초기반의 맥이 끊겼다. 이번 숭례문 사태를 계기로 전통기술을 살리고, 미숙하나마 차근차근 기초기술부터 다져나가겠다. 미숙하지만 긴 관점에서 이해해달라고 했으면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조급증에서 인지 ‘최고의 장인을 동원해 최고의 전통기술로 완벽하게 복원하겠다’고 선언해 놓고 한 달 만에 부실공사가 된 것으로 나타나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멀쩡한 부분도 안 좋게 보일 수밖에요. 나무기둥의 문제가 그렇습니다. 나무가 갈라진 것을 보고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나무는 5년 정도 건조시키면 갈라집니다. 다만 겉에서만 갈라진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분노한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여론몰이로 문화재 전반을 호도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적도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 제기야 언제든 환영하지만 사실만을 갖고 얘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는 결국 스스로를 겨누는 칼이 됩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이번에 문제가 된 자격증 대여만 해도 그렇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문화재 보수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사단이 발생한 것입니다. 관련법 상 문화재 수리 기술자를 4명 이상 등록해야 3000만 원 이상의 사업을 발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 관리는 현재 문화재청이 지자체에 위임을 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불나기 전 숭례문만 하더라도 중구청에서 관리하고 있었지요. 지자체는 가급적이면 그 지역 업체에 사업을 주려고 합니다.

자본이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청에서 은퇴한 전직 문화재 관련자들과 함께 각 지역에 업체를 만듭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자본이지요. 예를 들어 경북도에서 문화재 사업을 발주하면 경북 지역에 등록된 업체가 응찰하는 것입니다.

자본 흐름을 보면 업체는 많지만 메이저는 몇 군데입니다. 여기에 군소업체가 껴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전국의 각 사업을 낙찰 받습니다. 낙찰 받은 이후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줍니다. 두단계, 세단계 거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수리 기술자들이 필요하니 자격증을 대여합니다.

그렇다면 실재 기술을 가진 이들이 왜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바로 기술자 자격시험이 가방 끈이 긴 사람에게 유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관련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면 인센티브가 있습니다. 또 자격증 시험이 필기와 실기시험으로 나뉘는데 수십 년 도제방식으로 현장에서 기술을 익힌 이들보다 대학원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이들이 더 잘 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실기 시험을 혹독하게 보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 실기시험은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실제 기술을 가진 이들이 기능자 자격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기능자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자격증을 딴 사람이 현장 능력이 있느냐 입니다. 업체에서 낙찰을 받았지만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보수를 진행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하청을 주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가 오래됐습니다. 대여를 안 할 수 없고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것입니다.

모두가 잘못되어 있지만 원인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경찰에서는 법에 맞게 했느냐 안했느냐만 따집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자격증 대여에 대해서만 처벌하고, 그 대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개선이 없으면 이런 일은 또 발생합니다.

정부에서 책임지고 있는 주요 책임자들이 법률부터 바꿔야 합니다. 자격시험을 대폭 개선해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문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국민인식부터 바꿔야

문제는 바로 국민인식입니다.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절에가 기와불사에 동참할 때 직접 손으로 만든 기와라고 하여, 10배가량 가격이 비싸다면 기와불사에 동참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문화재를 관리하는 예산이 5~6000억 원 가량입니다. 우리나라가 IMF를 맞았을 때 쓰러져 가는 대기업들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이 얼마입니까.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준다고 하여 다 회수하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부은 돈이 60조원입니다. 1년에 문화재청에서 쓰는 예산의 약 100배에 달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예로 들어봅시다. 대장경 경판을 돈으로 따질 수 없지만, 한번 따져 봅시다. 경판 1장이 매매가 된다면 얼마에 될까요. 최소를 잡아도 하나에 1억 원은 될 것입니다. 8만 경판이니 8조원이 넘습니다. 8조원 규모의 기업이 휘청하면 어떻게든 살리려고 더 큰 자금을 투입하면서도,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문화재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에 투입되는 예산에는 인색합니다. 이 대장경 관리는 물론 스님들도 하고 있지만, 25명이 3교대로 하고 있습니다. 다 어르신들로 정부에서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관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지난번 각황전 방화사건은 그 반증입니다. 20세기 이전에 만든 목조건물 중 가장 큰 건물이지만 한순간에 잿더미가 될 뻔 했습니다. 진정 우리 문화재가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면 국민 모두의 힘으로 관리하고 해야 합니다.

올해 불교중앙박물관은 국가와 함께 전국의 금석문을 총조사하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 사업 예산이 20년 동안 총 600억 원이 투입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금석문 12000점에 대해 총망라해 조사한 적이 없습니다. 국가 학문의 기초가 되는 금석문의 중요성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를 총 조사해 국가유산으로 남기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배정된 예산은 얼마일까요. 올해 예산은 1억 5000만원입니다. 1년에 청계천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70~80억 원이 들어갑니다. 서울 중심의 하천을 관리하는 비용보다 못한 것이 바로 문화재 관리입니다.

문화재관리 대한 과한 우려도 없어야

문화재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바람직하지만, 과한 우려도 없어야 합니다. 현재 있는 문화재들 대부분은 그 상태로 안정화 단계이기 때문에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문화재를 해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석굴암과 대장경 훼손에 대한 것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최근 저를 비롯한 전문가 10명이 석굴암을 찾았습니다. 석굴암 균열은 10년 내에 생긴 게 아니라 오래된 것입니다. 새롭게 균열이 생겼다면 문제가 되지만 이미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전문가들도 꼼꼼히 살폈지만 숨긴 것이 없었습니다. 팔만대장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부 경판에 문제가 있지만 최근에 악화됐다고 보는 점검단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석굴암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 시멘트로 돔을 씌웠습니다. 이후 돔 위에 돔을 덧 씌웠습니다. 50년 정도 흐른 모습이 바로 지금입니다. 이미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된 상태입니다.

다른 문화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이 안 좋더라도 그 환경에 적응을 한 것입니다. 석굴암의 환경은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을 구축할 자신이 없습니다.

확실히 지금보다 좋은 환경이 되겠다고 확신이 들면 이미 손을 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급격한 변화를 주는 것은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대장경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만대장경을 수리한다며 옻칠된 부분에 새 옻칠을 하는 것은 오히려 경판을 망칩니다. 모든 보수에는 이 작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과정이 없이 급한 대로 수리를 해왔기 때문에 문제를 더 키운 부분이 있습니다.

숭례문 사태에서 나타난 문제를 보면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야 하며,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기초기술부터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지혜의 모습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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