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진 고려대 교수, 1월 16일 불교평론 열린논단에서 주장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우주를 구성하는 힉스 입자는 자성(自性)이 없는 무아적 존재입니다. 이러한 입자가 연기법에 의해 서로 모이며 의미와 성질을 갖고, 우리 세상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힉스입자 발견 이후 불교와의 관계를 조명하는 첫 자리에서 양형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연기법에 의한 존재의미를 강조했다.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1월 16일 서울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1월 열린논단에는 스님들을 비롯한 100여 학자들이 모였다.

환원주의 설명으로 상호작용 파악 못해
양형진 교수는 먼저 우주의 기본입자를 잘 이해하면 인간사회와 인류문명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양 교수는 “비슷한 접근 방식으로 유전자를 파악해 질병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지만 이들 노력 또한 유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1961년에 겔만(Murray Gell-Mann)과 니만(Yuval Neeman)은 강입자들을 입자의 성질에 따라 기하학적 대칭성을 지니는 모형으로 배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겔만은 너무나 기뻐서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을 의미하는 팔정도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겔만은 강립자의 하부구조를 구성하는 기본입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쿼크라고 이름지었다”고 소개했다. 양 교수는 이러한 쿼크와 경입자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라며 이들이 우주를 구성하는 것은 연기의 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상호 의존과 연기의 맥락 위에서 세 개의 쿼크가 결합해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에 없던 핵자의 성질이 발현된다”며 “세 쿼크가 모이는 인연과 서로 의지한다는 인연에 의해서만, 핵자가 나타나게 된다. 핵자라는 존재와 속성과 명칭은 개별적인 쿼크만으로는 도저히 드러날 수 없는 것이어서 각각의 쿼크를 아무리 분석해도 해명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논단에는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서지미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원 등 물리학자들과 김종욱 불교학술원장, 방영준 성신여대 명예교수, 이준 건국대 명예교수 등 학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양 교수는 또 “단순히 하위 요소 세 개가 결합한 게 아니라, 그 셋이 서로 의지하고 연관되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하위요소에 없던 새로운 요소가 창조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며 “이를 연기론에서는 상의성(相依性) 혹은 상호 의존성이라 한다”고 말했다.
 
힉스입자 존재 의미 상의성에서 드러나

양 교수는 이어 〈노경〉의 갈대에 대한 비유를 예로 들었다. 양 교수는 “〈노경〉에서는 세 개의 갈대가 땅에 서려고 할 때 서로서로 의지하여야 서게 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데 ‘갈대의 묶음’이라는 존재는 ‘하나의 갈대’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그 자체로서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 관념”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또 “쿼크는 그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입자로 기본 입자인 쿼크조차도 변치 않는 자성을 가지고 그 스스로 존재할 수 없는 무아의 존재자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힉스입자를 포함한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특수한 자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인연 화합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변하지 않는 본성이란 있을 수 없는 ‘무아(無我)’라고 강조했다.
 
소립자 생멸하기에 모든 존재 ‘무상’

양 교수는 “소립자의 수명은 10-6 초에서 10-23 초밖에 안 되기에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찰라에 생멸하고 있다”며 “무아무실체적인 존재가 인연의 화합과 별리에 의해 어떤 것이 형성됐다가 소멸해가는 과정이 우리 우주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능엄경〉에서 나온 “모든 것이 인연이 화합하면 허망하게 생겨나고, 인연이 별리(別離)하면 허망하게 멸한다”는 부분을 소개한 양 교수는 “우리 우주에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란 없으므로 무상(無常)”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진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의 시각에서 불교사상을 설명한 〈산하대지가 빛이다〉를 비롯해 〈과학으로 세상보기〉 등 저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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