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해, 백마부대 호국백마사를 가다
매년 초파일 백마등 제작
2014년 전역장병 포부 밝혀
백마사 신축불사 추진 ‘기대’
늦지 않게 찾아간 호국백마사에서는 동지기도를 겸한 신년법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로 다소 적은 20여명의 장병들만이 법회에 참석했다.
호국 백마사 주지 소천 정연태 법사는 “오늘따라 사병들이 적게 왔는데, 취재 거리가 되겠냐”며 미안함을 표했다. 하지만 이날 법회에는 장병들과 함께 자원봉사자와 신도 40여 명이 함께해 법당을 가득 메워 이런 걱정을 덜어줬다. 이날 법회에는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정광태 씨와 독도사랑회 회원, 고양시민연합 봉사팀, 호국 선우회 등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천수경 독경을 시작으로 진행된 기도법회 내내 장병들은 함께 기도하며 신심을 고취시켰다. 이날 법회에 다소 적은 인원이 참여했지만 호국 백마사는 100여 명의 불자 군장병들이 신행생활을 하는 열성 법당이다. 신심 넘치는 장병들은 매년 봉축 때 부대를 상징하는 백마상 연등을 만들어 군악대와 함께 일산사암연합회가 주최하는 연등축제에 참가하기도 한다. 또한 백마사에서는 2010년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개최한 ‘제1회 군종병 불교교리경시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법회 이후에는 팥죽과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됐다. 장병들은 함께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신영옥 고양시민연합 회장은 “봉사자 모두가 장병들 또래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다”며 “많은 장병들이 군법당을 찾아 좋은 법문을 듣고 용기와 의지를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해를 앞두고 불자장병들은 기대감을 표했다. 모두가 2014년이 전역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종열 상병(22)은 “군대에 있으며 밖에 나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용기를 얻었다”며 “2014년 말의해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같은 소대 동기인 이준하ㆍ김주환 상병(21)도 “법당을 함께 다니며 동기의 더욱 많은 부분을 알게 됐다”며 “전역을 하면 여행도 다니고 학업을 위해 돈도 모으고, 모임도 지속적으로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1년 넘게 호국 백마사의 궂은일을 담당한 문영현 상병(21)은 봉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전역을 200여일 앞둔 문 상병은 “군종병으로 있으며 여러 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나도 평생 다른 이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천 정연태 법사는 “군내에서 종교 활동이 장병들의 의지처가 되고 있다”며 “예전 폐쇄적인 부대 분위기에서 자율적인 분위기로 바뀌며, 군법당 신행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호국 백마사에도 2014년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예정이다. 백마부대의 호국백마사는 1975년 8월 초대법사가 부임하며 준비를 시작해 1980년 3대 도중 정선진 법사 재임 시 창건됐다. 이후 2007년 노후화된 기존 법당으로 3년 동안 신축불사를 시작해 2010년 현재 원통전을 낙성했다.
특히 2010년 원통전 낙성 이후 중단된 불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정 법사는 “사실 정부의 복지예산 증액과 국방예산 삭감으로 군법당 불사와 관련된 예산이 없어졌다”며 “진작에 부지가 마련 된 상태여서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정 법사는 “내년에는 예산이 배정돼 다시금 불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도 이날 법회를 함께한 이들은 모두 파이팅을 외치며 새해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호국 백마사의 새해맞이는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9사단 백마부대 명칭의 시작은 현재 5사단이 방비하고 있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나왔다. 1950년 10월 25일 서울 청계초등학교에서 창설된 이후 곧바로 지리산 공비토벌 작전을 진행해 놀라운 전과를 올린 백마부대는 6·25전쟁에서 매봉산 전투, 한석산 전투, 고지전 등의 눈부신 활약을 했다. 특히 철원 396고지에서 두 배가 넘는 중공군과 12차례나 고지를 내준 공방전을 통해 철원평야를 지켜냈다.
이후 1966년에는 월남전에 파견돼 베트남 중부지역을 담당했다. 당시 베트남전은 전후방 구분이 없는 전쟁이었는데 1973년 귀환 때까지 대부대작전 478회, 소부대 작전 21만여 회를 벌였다. 백마부대가 해외에 알려지게 된 계기도 이때 즈음이다. 부대마크 자체도 일명 ‘간지’나게 생긴 덕분에 현재 해외 군사연구자들에게 ‘화이트호스’로 불리고 있다. 화제를 모았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부대 또한 바로 백마부대였다.
진취성과 기동력 등을 의미하는 ‘말(馬)’을 명칭에 사용한 군부대는 그다지 많지 않다. 말이 온순한 초식동물로서 용맹함과 전투력을 상징하는 호랑이, 용 등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9사단 백마부대 호국 백마사와 함께 육군에는 제3군수지원사령부 삼마부대 호국 삼마사, 제57사단 용마부대 호국 용마사가 있다. 활발한 수송을 상징하는 삼마(三馬)부대의 삼마사는 부평에 위치하고 있으며 1997년 부천 석왕사의 지원에 힘입어 완공됐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사단인 57사단 용마부대는 2012년 부대통합에 따라 56사단으로 통합됐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호국 용마사는 1991년 건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