卍→卍

卍자는 불교의 심볼이다. 이 卍자는 곧 불교이다. 따라서 불교에 관련된 모든 것에서는 바로 이 卍자가 없는 데가 없다. 그런데 흔히 卍의 모양을 보고 만자(卍字)라고 부른다. 그러면 글자인가? 그러면 만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알려면 먼저 사전들을 찾아본다. 역시 조형언어에 관한 한 모든 사전류는 악사(惡書)들이다. 〈한한대자전〉(민중서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자해(字解): 만만. 범자(梵字)의 만(萬)字. 원래 부처의 가슴에 있다고 하는 형상으로서,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 번역함. ‘一, 音之謂萬. 謂吉祥萬德之所集也’《화엄경음의》

자원(字源): 象形. 본디 인도의 쿠리슈나신(神)의 가슴의 선모의 상형으로, 길상만덕을 나타냄.

참고(參考): 일설에, 자형이 卍은 잘못이고, 이 옳다고도 함.

 

이상을 보면 이미 자원(字源)에서 길상만덕이란 말을 쓰고 있어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전이라고 모두 믿으면 안 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려내며 읽어내어 지식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운허 스님이 펴낸 〈불교사전〉을 보면,

범어 ㅡ Svastika, 파알리어 ㅡ Svatthika, 길상의 표상, 중국에서는 색박실저가(塞縛悉底迦)라고 음역, 길상(吉祥), 유락(有樂), 덕상(德相), 경복(慶福), 행운(幸運) 등으로 번역. 예전부터 불교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썼다. 불교에서는 만덕원만한 모양(吉祥海雲相)으로서 부처님의 가슴에 그리고 불심인(佛心印)이라 부름. 또한 부처님의 발자국에도 있음.

 

그 다음에는 〈불교미술사전〉(동경서적)을 보면, 아예 卍의 항목이 따로 없다. 다만 ‘길상문’의 항목에 아주 간단히 ‘卍字’는 뱀이나 태양과 관련되어 행운을 뜻한다, 라고만 쓰여 있다. 그런데 〈사능형(紗綾形)〉이란 항목은 따로 두어 ’卍자를 경사지게 하여 사방으로 전개시킨 문양‘이라고만 설명하고 나머지는 직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전을 무조건 믿으며 卍이란 조형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으며 모든 논문도 이를 바탕으로 쓰여 지고 있는데, 이상의 언급은 대부분 옳지 않다. 오직 취할 것은 〈자원(字源): 상형(象形). 본디 인도의 쿠리슈나신(神)의 가슴의 선모(旋毛)의 상형〉이란 글이다. 그런데 선모란 ‘오른 쪽으로 도는 털’이란 말인데 이 말 조차 올바른 말이 아니다. 오로지 새겨서 취할 것이란 ‘오른 쪽으로 도는 털 같은 형상’이지 털이 아니다. 이처럼 우리가 믿는 사전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조형미술에 관한 한 거의 모두가 올바르지 않다. 그러나 때때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제부터 卍의 본질을 향한 멀고도 먼 길을 걸어가 보자. 그것은 여래와 보살을 만나러 가는 희열에 찬 역정이다.

 

卍과 의 조형은 다르다

卍과 의 조형에서, 첫째 것은 왼쪽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다음 것은 오른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선회한다는 모양이 보이지 않는 분들은 반복하여 그려보기 바란다. 즉 서로 반대로 되어 있는 두 가지를 혼용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절대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 조형은 세계적으로 기원전(紀元前)부터 유행하던 조형으로 원래 글자가 아니요, 더구나 용어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卍자이다. 즉 글자로 되어 있는데 중국 당나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글자가 아니데 글자로 만(萬)자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인가? 그것은 사전에서 이미 읽은 만덕(萬德)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른 말이다.

더구나 〈화엄경〉 같은 권위 있는 책은 없다. 이미 사전에 나와 있다시피 그 제48권에는 “여래(如來)의 가슴에는 훌륭한 분의 특징인 卍자 모양이 있다. 이것을 길상해운(吉祥海雲)이라고 부른다. 조화가 자재한 마니보주(摩尼寶珠)로 장엄하여 온갖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가지가지의 광염을 둥글게 뿜어내면서 온 누리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온 누리를 깨끗하게 하는 묘음(妙音)을 내어서 온통 세계를 진리의 바다처럼 넘실거리게 한다.”고 하였다.

자, 그러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양의 모든 불화에는 卍자를 여래나 보살의 가슴에 커다랗게 붉은 색으로 표시하고 있다. 여래와 보살의 가슴이라는 것은 마음이라는 뜻인데 여래와 보살의 마음에 표현하였으니 매우 중대한 의미를 품고 있으리라. 실은 논문으로 써야 할 주제이지만 이 연재에서 가능한 한 간단히 해석해 가도록 노력해 보려 한다. 예컨대 조선시대 개암사(開巖寺) 괘불의 여래의 가슴에 큰 卍자를 빨간 색으로 표시하여 놓았는데 과연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것일까.(그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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