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2) 남달왕이 무한한 복을 짓다

사위국에 남달이라는 왕이 있었다. 토지가 비옥하고 백성들은 온순하면서 믿음이 있었으며, 임금과 신하며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도로써 이끌었다.
후왕이 즉위하자, 법과 풍속이 차츰 가벼워지고 정치와 행이 평등하지 않았으며, 왕은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굴고 죄 없는 이를 멋대로 베었으므로, 바른 것은 어지럽혀지고 재앙이 응하여 비는 제때 내리지 않아 오곡이 익지 않았으며, 서로 요괴한 짓을 하여 마침내는 거칠고 잔악해졌으며, 왕은 위험과 망할 것을 두려워하여 사악한 도를 가르치는 5백의 외도들을 받들어 섬겼다.
또 요망한 신을 섬기는 풍조가 번졌고, 백성들은 다투어서 나쁜 짓을 했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서로가 서로를 다치게 하고 죽였고, 남의 재산을 빼앗고 도리를 따르지 않았으며, 남의 부녀자를 간음하였고, 임금과 신하는 늘 취해 있었으며, 미혹은 날로 자랐다. 가뭄이 3년 동안 이어지자 임금과 백성들이 청하고 기도하였으나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은 왕에게 말했다.
“이제 큰 제사를 지내야겠습니다. 어린 사내아이 일곱과 흰 소와 흰말 각각 열 마리씩을 불에 태워서 하늘에 제사지내야 비를 얻게 될 것입니다.”

삽화=강병호
왕은 신하들이 말하는 대로 제사를 준비했다. 이때 부처님께서 나라 안이 흉흉하고 소란스러움을 보시고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남달국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몹시 고생한다. 3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너에게 해탈을 얻어야 할 것이니, 가서 개화해야 할 것이다.”
목련이 가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며 그의 뜻을 풀려 하였으나, 나라 안의 백성들은 애초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다. 목련은 키가 수십 길이 되는 큰 귀신의 몸으로 성문에 버티고 앉아 큰 소리로 왕과 신하들을 부르며 나오게 했다. 임금과 신하들은 당황하며 두려워했고, 왕은 이내 가까운 신하들을 데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살려 주십시오.”
귀신이 왕에게 말했다.
“신하로서 충성하지 않고 아들로서 효도하지 않는 자를 급히 찾아오너라. 내가 잡아먹겠다.”
왕은 이내 여기저기 물어보고서 대답했다.
“없습니다.”
이때 목련이 다시 진짜 몸을 나타내고 가서 귀신과 함께 말을 하자, 왕은 목련을 보고서 머리를 조아리고 부탁했다.
“청을 들을 터이니 저 귀신에게서 풀려나게 하소서.”
목련이 왕에게 말했다.
“이 귀신이 무엇을 구하려 합니까?”
“나쁜 사람을 잡아먹겠답니다.”
목련이 물었다.
“나라 안에 진실로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거듭 청합니다. 내보내 주십시오. 제가 평생토록 도인에게 귀명하겠습니다.”
목련은 큰 귀신에게 말했습니다.
“이 나라 안의 백성들 중에 그대가 찾는 이는 없소. 그대는 그 죄를 용서해 주시오. 만약 다시 범하는 이가 있다면 다시 와서 잡아먹으시오.”
그러자 귀신이 그 말을 듣고 홀연히 떠나가 버렸으므로 왕과 신하와 백성들은 이내 머리를 조아리고 감사하고서 귀명하기를 청하니 목련이 말했다.
“왕께서 만약 귀명하시겠다면 먼저 부처님께 귀명해야 합니다. 왕이 부처님의 공덕을 물으므로 목련이 말했다.
“부처님이야말로 삼계에서 홀로 높으시고 말씀하시는 법의 음성은 삼천세계까지 들립니다.”
목련이 설명하자 왕이 말했다.
“저는 이제 다행스럽게도 기이한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내 목련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을 청하여 높으신 법의 음성을 받고 종신토록 받들어 행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목련이 왕에게 말했다.
“진실로 그러할 수 있다면 그 복은 측량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마음을 깨끗이 하여 부처님께 두셔야만 합니다.”그러자 왕은 이내 가르침을 받고 목욕재계하고 멀리서 부처님 나라를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예배하면서 말했다.
“제가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백성 위에 군림하게 되었기에 깨끗한 마음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나라를 공허하고 거칠게 했으니, 허물은 저의 몸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광명을 드리우셔서 널리 백성들이 끝없는 복을 얻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과 함께 오시다가 백 리쯤의 거리에서 미리 공중을 거니시자, 다섯 빛깔의 연꽃이 발아래를 받쳤으며, 여러 하늘들은 돕고 따르면서 보배 장막과 꽃 일산으로 길에서 받들어 맞이하였고, 여러 이름난 음악이 울리면서 공중을 꽉 채웠다.
부처님의 거룩한 신력과 천지가 빛나는 것을 보고 왕과 신하들이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네거리에다 널리 장막을 펴며 쓸고 뿌리고 깨끗이 하여 놓자, 부처님께서 저절로 된 사자자리에 앉으시니 깔린 천은 모두가 하늘 비단이었다.
왕은 손수 음식을 나르고 몸소 물을 돌렸으며, 축원을 마치고 부처님께서 괴로움과 공과 무상과 4제의 법요를 말씀하시자 왕은 기뻐하면서 5계 받기를 청했고, 맺음이 풀리고 때가 없어지면서 수다원이 되었다.
그때에 왕이 섬기던 5백의 외도들은 비구가 되기를 청했고, 부처님께서 이내 허락하시면서 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만지시자,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으며, 그로부터 7일 후에 다 같이 아라한이 되었다. 모였던 백성들도 수다원이 되었고, 혹은 5계를 받아 부지런히 열 가지 선행을 하며 3존께 귀명하여 매달 6재와 매년 3재를 받들면서 차츰차츰 서로가 이끌며 늘 행하는 법으로 삼았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왕과 백성들은 전생에 목련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유위불(惟衛佛) 때에 목련은 우바새였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계행을 받들어 행하였고, 뜻을 수호하며 깨뜨리지 않았다. 산에서 꽃을 따다가 수문나무를 보고 나무에 올라가 꽃을 따려 했는데, 앞에 벌집이 있는 것을 몰랐다. 벌떼 수천 마리가 놀라 흩어지면서 달려들었으므로, 생각하기를 ‘만약 내가 도를 얻으면 너희들을 제도하리라’ 했다. 오늘에 도를 얻은 이들은 모두가 그때의 벌들이다. (〈남달왕경〉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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