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서 고찰 순례-④ 교토 킨카쿠지

장군의 별장을 선종 사찰로
미시마 유키오 소설 <금각사>
더욱 유명세… 日 탐미주의 절정

▲ 킨카쿠지의 명소 ‘금각’과 정원의 전경. 본래 이름은 로쿠온지이지만 금각이 너무 유명해 킨카쿠지로 불리운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됐다.
“내일이야말로 금각이 불타리라.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형태가 사라지리라. 그 순간 꼭대기의 봉황은 불사조처럼 되살아 날아가리라. 그리고 형태에 속박돼 있던 금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닻에서 벗어나 도처에 모습을 나타내어, 호수 위에도, 어두운 바다의 조수 위에도, 희미한 빛을 흩뿌리며 자유로이 떠돌아다니겠지.”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中)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 ~ 1970)는 20세기 일본 문단의 최고 문제아였다. 자기 소멸에 이르는 극단적 유미주의부터 동성애자, 극우주의자, 전공투 학생들과의 맞장 토론, 공개적인 할복까지 그는 전 생애 거쳐 항상 문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선의 공안(公案)을 중심으로 말더듬이 수행승의 치열한 고뇌를 묘사한 <금각사>를 쓰게 된 것은 좀 의아하기도 하다.

교토의 찬란한 금빛 사찰, 킨카쿠지(金閣寺)의 공식적인 이름은 로쿠온지(鹿苑寺)다. 그러나 물 위에 떠 있는 금박의 누각이 워낙 유명해 금각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사실 미사미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의 모티브가 된 것은 정신병이 있는 한 승려가 저지른 금각사 방화사건이다. 1950년 일어난 이 방화사건으로 킨카쿠지가 자랑하는 금각 전각은 소실됐고, 지금의 전각은 1955년 재건축된 것이다. 전각의 금박은 1962년에 이어 1987년에 다시 입혀졌으며, 이후 매년 교토 시민들의 세금으로 보수되고 있다.

킨카쿠지가 일본에서 유명세를 탈 수 있던 것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때문이라고 하지만, 금빛 전각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 여행객들을 킨카쿠지로 모여들게 하는 원인이다. 실제 이 같은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킨카쿠지는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 킨카쿠지 경내에 있는 류몬바쿠(龍門瀑). 이무기가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고 하는 중국 황하의 용문을 재현했다.
킨카쿠지는 본래 무로마치 막부 시대의 장군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1397년에 지은 별장이었으나,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로쿠온지라는 선종(禪宗)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는 임제종 소코쿠지(相國寺)파 소속 사찰이다. 금각을 중심으로 한 정원과 건축물은 극락정토를 세상에 표현했다고 해 조성 당시에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실제 고코마츠 천황(무로마치 고승 잇큐 스님의 아버지)이 초대돼 다녀가기도 했다.

킨카쿠지의 명소 금각은 무로마치시대 전기의 기타야마(北山) 문화를 상징하는 3층 건물로서 각 층마다 건축양식의 시대가 다르다. 1층은 후지와라기, 2층은 가마쿠라기, 3층은 중국 당나라 양식으로 각 시대의 양식을 독창적으로 절충했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이고, 2층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셔두었으며, 3층은 선종 불전이다. 이 가운데 2층과 3층은 옻칠을 한 위에 금박을 입혔다.

금각의 잔영이 잔잔히 비치는 정원도 절경이다. 킨카쿠지의 정원에는 당시의 다이묘가 헌납한 바위들로 조성된 크고 작은 섬들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했던 일본인들의 미적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다.

킨카쿠지에서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문화상품 강국 일본의 면모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킨카쿠지의 입장권이다. 킨카쿠지의 입장권은 우리말로 하면 일종의 부적이다. 하얀 한지 위에 ‘금각사’의 사명과 가내 안녕, 건강, 길운에 대한 메시지가 함께 써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입장권이 일회용 통행증의 용도라면 킨카쿠지의 입장권은 말 그대로 소장할 가치가 있는 기념품이다.

또한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도 눈에 띄었다.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원피스’부터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구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헬로 키티’가 일본 기모노를 입고 금각과 함께 있는 캐릭터 상품들이 킨카쿠지 상점가에 즐비하다. 모두 ‘킨카쿠지 한정’으로 오직 킨카쿠지에서만 판매된다.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을 일컫는 신조어, 아니메라고도 한다)’에 관심있는 푸른 눈의 서양인 가족들이 이들 캐릭터 상품들을 구매하는 모습을 킨카쿠지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두 가지 사례 모두 ‘사찰의 세속화’라는 비판도 제기할만 하지만, 자신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사찰 재정에 활용하는 부분은 한국불교가 고민해볼 부분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에서 주인공은 금각의 방화 직전까지 임제 선사의 ‘살불살조(殺佛殺祖)’를 읊조린다. 그리고 금각을 방화함으로서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일체 경계를 허물고 자신 안에서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완성시킨다. 그래서인가. 다시 돌아본 킨카쿠지의 금각이 아름답지만 애처로운 것은.
▲ 킨카쿠지 경내 특산물, 기념품 가게들. 특색있는 문화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원고는 조계종 승려 연수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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