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위기와 종교공동체의 역할’

세계적 종교 공동체의 공통점은?

유대와 공감이 사리지고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로 변모한 현대사회의 위기 원인을 찾고 이 대안을 종교공동체에서 모색하는 국제학술포럼이 열린다. 불광연구원(이사장 지홍)은 10월 19~20일 서울 불광사 보광당에서 ‘현대사회의 위기와 종교공동체의 역할’이란 주제로 국제학술포럼을 개최한다. 불광사 중창불사 낙성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학술포럼에서는 세계적 명성의 종교공동체의 대표자들이 나서 불교와 한국종교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과 신행방향을 제시한다. 불광국제학술포럼 발표내용을 미리 소개한다.
정리=노덕현 기자

10월 19~20일 플럼빌리지·불광산사 등 7개국 사례 발표
불교 공동체 발전 위해서는 출재가 공동의 노력 필요

조화롭고 깨어있는 수행공동체
- 프랑스 플럼빌리지

첫 발표는 틱찬팝캄 스님이 진행한다. 틱찬팝캄 스님은 플럼빌리지 아시아생활불교연구소 소장으로 틱낫한 스님과 함께 플럼빌리지를 일군 핵심인사다.

1982년 틱낫한 스님에 의해 프랑스 남부지역에 몇몇 수행자들과 함께 시작된 플럼빌리지는 현재 800명의 승려와 1000여 재가불자들이 모여 수행하는 공동체다. 플럼빌리지 구성원들은 매년 6~8개월씩 만행을 하며 틱낫한 스님의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머물라’는 가르침에 따라 매일 걷기명상, 좌선, 이완 명상 등과 같은 마음챙김 활동을 실천한다.

이날 틱찬팝캄 스님(플럼빌리지 아시아생활불교연구소 소장)은 플럼빌리지의 가르침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플럼빌리지 사상의 핵심은 고통과 아픔을 평화와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생활불교다.

틱찬팝캄 스님에 따르면 플럼빌리지 수행의 특성은 4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도착했습니다. 집에 왔습니다’, 둘째는 ‘강물이 되어 흐르기’, 셋째는 ‘진실과 시간의 본질: 상호연결성’, 넷째는 ‘끊임없이 생성되고 익어가는 우리의 의식’이다. 첫째 도착했습니다의 과정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늘 무엇인가를 쫓았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완의 과정이다. 둘째 강물이 되어 흐르기 과정은 수행공동체 속에서 일원으로 함께 속하는 과정이다. 셋째 ‘진실과 시간의 본질’은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분별하는 시야를 교정하는 과정이다. 넷째 ‘끊임없이 생성되고 익어가는 우리의 의식’은 다섯가지 깨어있는 마음 수행을 하는 자리다. 여기서 다섯가지 깨어있는 마음은 생명존중, 진정한 행복, 진실한 사랑, 사랑의 말과 경청, 의식적인 소비로 표현된다.

신의 임재와 세상의 치유를 위한 공동체
- 미국 퀘이커 공동체

‘성령의 지혜와 통찰의 원천은 외적 권위에 있지 않고 개인의 마음속에 있다’는 17세기 퀘이커교의 창시자인 조지 폭스 이후 미국에는 퀘이커교가 발달해있다. 특히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근방의 퀘이커 연구센터 펜들힐 공동체는 상호 소통적인 영적 수행에 기반을 두고 사회봉사에 헌신하고 있는 공동체다. 1930년 9월 개원한 펜들힐 공동체는 특히 수행에 있어 특색있는 모델이 되고 있다.

먼저 펜들힐 공동체는 명상과 예배 그리고 사회 활동이란 신행활동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스티븐A 스미스 박사는 “흔히 명상과 묵상을 하려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개인적인 공간 속으로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도, 명상, 묵상 등 정신적 수행을 통해 더 심오한 영적인 삶을 키우면 봉사 참여에 활력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활동이 더 효과적으로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이 공동체는 이 과정에서 독단 및 강제성을 없애기 위해 다른 종교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스스로의 종교적 수행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성찰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

스미스 박사는 “과거 기독교 전도사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메시지를 전함에 있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어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정신적 곤봉을 너무나 자주 휘둘렀다. 그런 접근 방법은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전통에 무례함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박사는 이어 “불교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말고 달을 보라는 말이 있다. 기독교 언어 또한 그 모든 종교와 마찬가지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박사는 “퀘이커 교와 선불교는 모두 언어를 넘어선 신앙적 직관이 핵심임으로 ‘깊이 듣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깊이 듣기는 인내와 관용을 지닌 열린 소통의 자세다. 스미스 박사는 이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서로 영감을 줄 수 있으며 그 존재를 확장시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희망과 의미를 갖는 젊은 공동체
- 프랑스 떼제 공동체

1940년대 프랑스의 작은 마을 떼제에 로제 수사가 창설한 떼제 공동체는 현재 약 30개국에서 온 개신교, 성공회, 가톨릭 출신 수사 100여 명이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 수사들은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일하며, 함께 봉사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그리스도의 부름을 받았다고 느낀다. 초기에 알려지지 않았던 떼제 공동체는 분열된 기독교 교회들 간의 화해의 표시로 현재 인식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기도와 나눔의 모임을 위해 떼제로 모였다. 2013년 매주 5000명의 젊은이들이 모이고 있으며 매해 연말에는 3만 명의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이 모인다. 떼제 공동체는 단순한 수행자들의 공동체가 아닌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움직임으로 커가고 있다.

앤써니 수사(서강대 명예교수)는 떼제 공동체의 규칙은 공동의 봉사를 실천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앤써니 수사는 “그리스도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타인의 짐을 감당하고, 일상의 작은 고통을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 규율”이라고 말했다. 또 앤써니 수사는 “사회에 그 빛이 스며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떼제 공동체는 현재 세계 여러 곳에 곳에서 젊은이 모임을 조직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용기, 희망, 영감을 고취시키고 사회 분열을 극복하는데 앞장서도록 하고 있다.

승가와 재가의 함께 하는 공동체로
- 대만 불광산사·미얀마 마하시 수행센터

먀오판 불광산사인간불교연구소 연구원은 대만 대표사찰인 불광산사를 예로 출재가가 함께하는 불교공동체를 제시했다.

불광산사는 개산종장 성운 스님이 교육으로 인재를 키우겠다는 원력으로 1967년부터 대만 고웅에 사찰을 창건하고 불학원을 세우면서 출발했다. 현대화, 생활화, 대중화, 인간화, 국제화의 이념으로 전 세계 200여개의 도량을 건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먀오판 연구원은 “1991년 성운 스님은 재가신도를 위주로 조직된 국제불광회 중화총회를 대만에 결성하고 1992년에 미국 LA에서 국제불광회 세계총회를 창립해 출재가가 함께 하는 구조로 불광산사를 바꾸었다”며 “이는 각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문화, 교육, 자선, 대중수행 등에 승가와 함께 신도들의 힘이 함께 해야 함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하시 명상센터 국제불교포교학교 교수 담마냐나 스님은 마하시 명상센터 또한 출가자와 재가자 모두에게 차별없는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함으로서 전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마하시 명상센터는 1949년 위빠싸나 방법에 조예가 깊었던 마하시 사야도가 미얀마 우 누 초대수상의 초청으로 출가수행자와 재가자 모두에게 수행법을 교육하며 시작됐다. 먀오판 연구원은 “국내외 출가 및 재가 수행자는 어떤 어려움도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마하시 명상센터 산하 협회인 BSNO에서 무상으로 필수품을 제공받는다”며 “출가자와 재가자는 각자 그들의 소임에 책임을 다하게 되고, 마하시 수행센터를 안정되게 하려고 서로 화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먀오판 연구원은 “이는 모두 출재가가 붓다의 가르침에 기반한 철학에 굳게 합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의 완벽한 협력이 있기에 마하시 수행센터와 마하시 수행 방법은 훨씬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기적 세계관의 실천에 앞장서야
- 한국 승가 및 정토회 등 불교공동체

불교에서 승가는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의 사부대중으로 구성되는 불교공동체를 의미한다. 불교공동체 분야에서는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와 유정길 정토회 에코붓다 前공동대표가 나서 승가와 재가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승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실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그동안 승가는 전통적이고 소극적인 복전(福田)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복전 역할에서 벗어나 개방적 공동체를 지향하고 연기적 세계관을 실천하며 도덕성과 전문성이 결합된 실천단위로서의 승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택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 할 사부대중의 승가는 ‘실천단위로서의 현전승가’와 함께 ‘불교적 상상의 공동체’인 ‘사방승가’라고 하는 중층적인 구조로 이해돼야 한다”며 “우리는 불교적 실천을 통해 ‘모든 생명의 안녕과 행복’이라는 가르침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정길 토회 에코붓다 前공동대표는 “승가공동체의 전통은 지역사회와 결합돼 ‘향도’를 만들었고 ‘승도’란 마을주민 생활과 하나가 된 공동체를 형성했다. 또 ‘결사’라는 이름으로 함께 뜻을 이루기 위한 공고한 공동체를 만들어왔다”며 불교공동체의 역사를 설명했다.

유 前공동대표는 지리산 실상사의 공동체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 새로운 불교공동체로 생산과 소비, 교육 등을 겸한 마을공동체의 현재화 과정이라고 밝혔다. 또 유 前공동대표는 정토회의 실천을 예로 들었다. 유 前공동대표는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내세우면서 개인의 수행과 사회활동을 겸하면서 환경, 평화, 구호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서울과 문경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공동체”라고 정토회를 설명하며 “미래의 불교는 사찰 자체가 신도들간의 협동과 상호부조의 생활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랑스 떼제공동체의 예배 모습.
정토회 정토수련원 수행자들의 나무심기 장면.
프랑스 플럼빌리지 틱낫한 스님과 참가자들의 걷기명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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