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인연은 팔천겁이라 했다. 그 어마어마한 시간을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해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다고 하니 부부의 인연이란 참으로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맺어진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신행생활을 통해 부부의 정을 돈독히 다져 가는 부부들을 만나봤다. 불교계 대표 연예인 부부 남일우·김용림 씨, 수행을 통해 불법을 전하고 있는 배광식·권수형 부부, 예술과 나눔을 실천해가고 있는 박애리·팝핀현준, 공존과 공생을 보현행으로 펼쳐가고 있는 이성희·정재원 부부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생명나눔 알리며 나누는 ‘기쁨’

탤런트 남일우 김용림 부부

불교계 가장 대표 연예인 부부를 꼽으라면 탤런트 남일우 김용림 부부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은 오랜 연기 생활만큼이나 신실히 다져온 불심으로 똘똘 뭉친 도반이다.

불교가 기복 신앙을 벗어나 좀더 세상과 소통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두 부부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설립 초기부터 홍보활동을 통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항상 마음속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는 아내 김용림 씨는 결혼을 결정할 때에도 남일우 씨와 종교가 같은 점에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다.

“저는 불교가 모태신앙이고 어머님이 신실한 불자셨죠. 그런데 연애시절 보니 남일우 씨네 집이 청량리에 있는 청량사를 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남일우 씨와 가까워지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죠.”

김 씨는 불교방송 ‘신행 365일’을 25년째 진행하고 있다. 방송진행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포교라 생각 한다는 김 씨.

“이렇게 오랫동안 진행을 하는 것이 부처님의 특별한 가피라고 생각을 해요. 보살님들이 저를 보고 방송 잘 듣고 있다며 존경을 표할 때는 그저 황송할 뿐입니다. 저는 마이크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전달자일 뿐이에요.”

김 씨가 불교방송 진행 10주년을 기념해 상으로 받았다는 인간문화재 박찬수 작가의 불상을 집안에 모시고 작은 법당을 마련했다는 부부. 둘은 지극한 마음으로 매일 예불을 드리며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일우 씨는 한국불교가 좀더 현대화되어 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는 종교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내 몸이 허락할 때까지 예불을 드리고 싶어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현대식 예불이 개발되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도 신행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부처님 법을 세상에 전하고 있는 남일우 김용림 부부. 그들은 오늘도 부처님께 공양올리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지극히 살아가며 진정 아름다운 회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매일 새벽 염불선…‘금강 카페’ 전법

서울대 배광식 교수·시인 권수형 부부

“바다에서 길이 열리듯/ 당신 안으로 걸어 들어가/ 허공이 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 행복합니다.”

시인 권수형 씨의 시집 〈당신을 만나서 행복합니다〉의 시 일부분이다. 남편인 배광식 교수(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의 회갑 때 아내가 헌정한 시집이라 하니 참으로 애틋한 부부애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세속에서 말하는 알콩달콩한 애정의 관계를 넘어서 있다. 두 사람은 철저한 수행자로 살아가고 있는 도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두사람은 문학써클에서 만났다. 당시, 수형 보살은 무종교였고 배 교수는 삼보법회에서 운허 스님의 〈능엄경〉과 〈금강경〉을 들으며 불교를 이상향으로 삼던 때였다. 이후 수형 보살은 배 교수를 통해 서서히 불자로 물들어 갔고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두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 염불선을 하는 수행자다. 수형 보살은 새벽 두시에 배 교수는 세 시에 일어나 각각의 정해진 수행을 한다. 부부가 이렇게 발심을 한 것은 1985년 청화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서다. 배 교수는 “태안사에 계시는 청화 큰스님을 뵙자마자 이 생에 성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부부는 개인의 수행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불법을 전하고자 금강카페를 개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8년째 금강강독회와 철야정진을 이어가며 재가자들의 수행을 이끌고 있다.

권수형 보살은 “청화 큰스님께서 두 사람이 전생의 도반이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집 안에서는 각자의 수행을 하면서 청화 큰스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도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3차 천일기도를 진행중인 금강카페는 충남 태안 쪽에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수행공간 불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배 교수는 전한다. “어떤 부부가 수행터를 희사해 주셔서 내년 즈음 불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월 철야정진을 할 때마다 전국에서 많은 불자들이 참여를 해요. 유독 부부 회원이 많은 곳이 저희 카페이기도 하죠. 수행 공간이 확보되면 더 많은 분들한테 수행의 기쁨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국악과 힙합의 조화처럼 불심으로 장기기증 서약

국악인 박애리·비보이 팝핀현준 부부

 

힙합만 추던 남자와 국악을 하는 여자가 만나 결혼했다. 국악과 힙합의 만남으로 화제를 뿌린 팝핀현준 박애리 부부는 판타스틱한 무대와 나눔을 동시에 실천하며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얼마전 KBS ‘불후의 명곡’에서 아리랑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또 최근 두 사람은 불교계와 생명나눔실천본부 장기기증 서약을 통해 인연을 맺으며 나눔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3년 전 국립극장에서 기획한 ‘뛰다 튀다 타다’라는 퍼포먼스 공연에 함께 출연한 것이 이들의 첫 인연이다. 국악계의 이효리라고 불리는 박애리 씨를 처음 본 순간 팝핀 현준은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만남은 최근 ‘불후의 명곡’을 통해 명창 박애리의 소리와 춤꾼 팝핀현준의 판타스틱한 무대를 만들어 내면서 그 빛을 발했다.

부부는 요즘 산사음악회 출연 섭외도 많이 받고 있다. 수덕사 용문사 조계사 등의 음악회 무대에 함께 서고 있는 두 사람은 찬불가 보다는 대중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아리랑 공연을 주로 하고 있다고.

사실 박애리 씨는 오랫동안 산사음악회에서 찬불가를 불러왔던 명창이기도 하다. “안숙선 선생님께서 부모은중경을 교성곡으로 부르실 때 뒷소리(코러스)를 하기도 했는데 2005년부터 제가 직접 부르고 있죠. 그러다 보니 대만불광사에서 개최하는 무대에 서기도 했어요.”

박 씨는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신 탓에 부모은중경을 부르며 늘 어머니의 천도를 기도한다. 팝핀현준의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기증할 만큼 나누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아버지를 평소 좋아하던 사찰인 심불사 수목장에 모셨어요. 그래서 늘 절에 가면 아버지와 함께 있는 듯해 편하고 좋아요”

극과 극 대척점에서 예술활동을 하던 두 사람이 만나 가장 아름다고 조화로운 무대를 연출한 팝핀현준 박애리 부부. 두 사람은 진정한 조화를 통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행공동체 결성·환경운동 등‘공존·공생’의 삶 실천

교사 이성희·시민활동가 정재원 부부

 

공생과 나눔을 실천하며 보현행을 펼쳐가는 도반이자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정토회에서 만나 7년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도반에서 3년 연애 끝에 올 5월 결혼한 서른 한살 동갑내기 부부 이성희 정재원 씨.

인천 검암에서 뜻이 통하는 도반들과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은 최근 SBS스페셜 등에 소개 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들의 사랑은 빠르게 달아오른 양은 냄비가 아니라 오랜 시간 달궈지는 가마솥 같은 것이었다. “2003년 대학교 2학년 때 봉사활동 프로그램인 인도선재기행에서 둘이 처음 만났어요. 그 인연으로 정토회에서 계속 대학생부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재원이는 대학생정토회 대표로 당시 휴학생이던 저는 운영위원이자 환경팀장으로 활동했죠.”

이후 성희 씨는 학교로 복학해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재원 씨는 인도, 필리핀 선재수련 등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또 두 사람은 제 3세계 어린이를 돕기 위한 대학생 봉사활동인 작은짜이집을 운영하고, 대학교 내 통일강좌와 열린 법회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나눔과 신행을 실천해 왔다. 이후 성희 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원 씨는 군대 제대후 시민활동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청년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사랑을 키우게 되었다.

“성희는 교사로 에코캠퍼스 운동을 하며 지렁이 퇴비 만들기, 쓰레기 제로 운동, 빈그릇 운동을 펼쳤어요. 무아 무소유의 삶을 통해 공존과 공생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이 시대 환경운동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 해요. 그런 성희를 보면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죠.”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왔기에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는 두 사람. 끊임없이 소비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나눔을 통해 소박한 삶을 실천해 가는 이 부부는 매일 기도하고 1주일에 한번씩 가족 법회를 열며 공생과 공존의 의미를 이웃과 함께 나누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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