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 24시’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적인 문제 가족 관계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자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민을 같이 들어줄 사람만 있었어도 자살을 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원장 도현)는 이웃의 고통을 나누며 그들을 위로해주고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상담기관이다. 10월 8일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 상담 현장을 찾았다. 올해로 23년째를 맞는 자비의 전화 24시 현장을 통해 대중들의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봤다.

 

1990년 개원 23년째 전화상담

청소년 사이버 성상담도 병행

매월 50여 명 봉사자 상담 진행

‘전문가 양성’ 자살 예방 적극 대처

▲ 자비의 전화는 23년째 내담자들의 상담을 들어주고 있는 상담프로그램으로 1990년부터 2012년까지 8215건의 전화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자비의 전화는 23년째 내담자들의 상담을 들어 주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한 달 평균 40~50명의 자원봉사들이 상담을 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지금(2012년 기준)까지 82125 건의 전화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 2001년 사이버 상담실( www.jabi24.org)과 2003년에는 청소년 사이버 性상담(www. ahsex.org) 등이 개설돼 인터넷 상담이 이어지면서 3천여 건에 달하는 상담을 진행되고 있다.

불교상담개발원장 도현 스님은 “자비의 전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자기 얘기를 쉽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너무 답답한데 나를 드러내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요. 이럴 때 자비의 전화는 즉각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응급 처치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자비의 전화는 매일 오전 9시~ 오후 9시까지 진행(일요일 제외)되며 수요일만 야간 상담을 한다. 상담원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하면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고민은 다양했다. 불륜관계에서 오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 호소, 경제적 궁핍에서 오는 짜증과 분노, 가족 모두가 개신교인인데 혼자 불자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신행 상담 등등.

상담원 박현주(50) 씨는 매주 화요일 8시간 전화상담과 주 2회 면접상담을 하고 있다. 불법을 몸소 실천하는 길을 찾던 중 만난 상담봉사는 그녀에게 큰 보람을 찾아주었다. “반찬 나누기, 설거지 봉사 등을 해보았지만 보람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2008년부터 불교상담개발원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상담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상담봉사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얻었다고 한다. “사춘기를 맞는 아들의 문제, 간섭이 심한 엄마 때문에 고민하는 딸 등 수많은 문제들이 있어요. 상담을 통해 그들이 삶의 의욕을 다시 찾는 과정을 보며 정말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상담을 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상대를 보게 되니 제 스스로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박 씨는 이렇게 자신의 가족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가족과의 관계도 원만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연화심(53) 보살은 2002년 학생 상담을 시작으로 불교상담개발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며 꾸준히 상담 영역을 넓혀왔다. 그녀의 목표는 수행을 통해 상담을 이어가는 것. “일반상담과 불교상담을 모두 공부해 보니 불교상담이 왜 필요한지를 절실히 알게 됐죠. 일반상담은 상담의 기법만을 가르치다 보니 분명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부처님의 법문은 어느곳에서나 인용할 수 있으니 한계가 없죠. 결국 상담자도 수행이 돼야 어떤 문제에도 불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월 16시간 전화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연화심 보살은 위빠사나 수행과 병행해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연화심 보살은 “상담을 통해 불교를 공부하고 불교를 공부하며 상담을 하니 불교 자체가 상담인 줄 알게 되었어요. 무궁무진한 부처님 법 안에서 꾸준히 상담과 수행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불교상담개발원은 꾸준한 전문가 양성을 통해 상담의 깊이를 더해 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불교상담대학원을 통해 불교상담심리전문가 7명, 불교상담심리사 1급 자격 취득자 10명, 불교상담심리사 2급 158명 등을 배출 시켜온 불교상담개발원. 앞으로도 불교상담개발원은 자살예방센터 등을 통해 상담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02)737-7378

글=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사진=박재완 기자 wanihollo@hyunbul.com

 

 

 

 

“이웃의 고민 들어주며 22년 늘 그 자리에”

자비의 전화 상담봉사자 이석진 보살

“뭐 봉사가 따로 있나요?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인데. 그냥 늘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무거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1991년부터 자비의 전화 상담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이석진 씨(50)는 지난해 봉사 1만 시간을 넘긴 베테랑 상담사다. 그녀는 1993년 자비의 전화 개통 3주년 때 상담 최다 봉사상을 수상했고 지난 2006년에는 제 18회 포교대상 원력상을 받기도 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취업이 너무 안 되니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이밖에도 부부문제 애정문제 다양한 고민을 들으며 저도 세상을 배우죠. 가장 기억에 남는 내담자는 20년째 전화를 하고 있는 개신교인이에요. 자비의 전화를 친구처럼 생각하며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죠.”

그녀는 특히 매주 수요일 저녁 야간상담 봉사를 자청해왔다. 밤새 상담을 하고 아침에 바로 직장인 인사동 서예원으로 출근 한다는 그녀. 고되지 않냐는 질문에 늘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미소를 짓는다.

“힘들지는 않아요. 자기 심정을 누구에게 말 못해 잠 못 드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에요.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는 들끓었던 내담자의 목소리가 전화를 끊을 즈음에는 밝아지는 것을 느껴요. 그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죠.”

어린 시절 수많은 스님들 책을 읽으며 불법에 대한 믿음을 키워 왔다는 이석진 보살. 한때는 출가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재가자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선택했다는 그녀는 오늘도 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저는 늘 그 자리에요. 그리고 이런 삶이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22년을 이렇게 한결같이 살 수 있으니 너무나 복된 삶이죠.” 매일 아침저녁으로 108배를 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 야간 전화상담, 주말이면 사찰순례나 보육시설 봉사를 간다는 그녀는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보현행을 실천해 나가고 있었다.

 

 

자비의 전화 ‘상담사례’

▲ 자비의 전화 내방 상담 장면
Q: 저는 같은 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해 왔습니다. 2년 전 남자친구는 회계사 시험에 붙어 명망 있는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진 저는 다시 시험을 준비했지요. 그런데 남자 친구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제 전화를 받지도 않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저는 또 시험에 낙방했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세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A: 한 여인이 아들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자 부처님께서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을 찾아보라고 했죠. 하지만 어느 한 집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만나면 누구나 헤이지게 돼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갈 길을 간 겁니다. 원망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일상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Q: 저는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 별탈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6개월전 남편이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얼마 안 남은 인생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줬지만 너무 화가 나고 모든 게 원망스럽고 힘이 듭니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이지 모르겠습니다.

 

A: 모든 일은 인연 따라 오고 가는 겁니다. 지금 남편이 떠났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제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남편과의 인연이 다 했다면 새로운 삶을 찾으면 되고 남편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돌아 올 겁니다.

 

Q: 2003년 3월부터 한 종교단체에 가입해 도를 닦게 되었습니다. 당시가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대학 4학년이었는데 이를 포기하고 열심히 수도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자 저는 혼란에 빠졌고 그 종교단체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업에 대한 열정도 사라지면서 2~3년을 그냥 어정쩡하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종교단체를 만난 것을 무조건적으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성격적으로 많은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태해지고 부정적입니다. 극복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저도 힘나는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성격적 결함을 이겨내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 심신의 안정을 기도합니다. 가정 사회 신앙 이 세 가지의 균형을 잘 맞추고 살고 싶습니다.

 

A: 취업준비는 놓쳤다고 생각하시지만 종교를 만나서 지속적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시고 계시네요.

또 이로 인해 성격적으로 많은 장애를 겪으셔서 집중력도 떨어지고, 나태해 지고 부정적으로 되어 스스로 극복하시기가 쉽지 않아 참회하며 심신의 안정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시네요. 혼자서 기도의 힘에만 의지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마음의 문을 열어 직접 상담실을 찾으셔서 의논해 보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거 같습니다.

성격적 결함 꼭 이겨내시고 안정된 직장 구하시어 바라시는 대로 가정, 사회, 신앙생활이 원만히 성취되길 두손 모아 기도 드릴게요.

자비의 전화는 매일 오전 9시~ 오후 9시까지 진행(일요일 제외)되며 수요일만 야간 상담이 진행되고 있으면 내방 상담도 가능하다. 사진은 내방 상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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