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41) -일난왕이 세 생명을 구한 이야기

옛날 마천라국에 일난이라는 왕이 있었다. 세간의 무상함을 깨닫고서 영화와 즐거움을 버렸다. 그리고 법복 한 벌과 발우 하나, 그리고 사문의 계율을 받아 신림에 들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이미 그는 도를 얻어 신통을 지니게 되었다. 가까운 숲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멀리서 그곳을 바라보니 숲속에 깊은 구덩이가 보였다. 그 구덩이엔 사냥꾼과 까마귀 한 마리와 뱀 한 마리가 함께 빠져 있었다. 사냥꾼이 사슴을 쫓아 달리다가 그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는데, 그때 까마귀 한 마리와 뱀 한 마리가 함께 떨어져서 몸을 온통 다친 것이다. 모두는 울부짖으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일난왕이 그 모습을 모두 보고 한 걸음에 구덩이로 달려가 그들을 구했다. 목숨을 건진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들은 사문의 한량없는 어진 은혜를 받아 하늘의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은혜를 갚겠습니다.”
일난왕이 말했다.
“나는 국왕으로 나라가 크고 백성도 많았으며 궁궐과 보물과 하녀 등이 여러 나라에서 으뜸이었으므로 원한다면 무엇이든 다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사문이 되었다. 소원은 부처님 도를 얻어서 중생을 교화하여 본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어찌 너희들 셋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큰일이라 하겠느냐?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각자 옛날 살던 데로 돌아가서 너희 친족들을 만나 삼보에 귀의하고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하라.”
사냥꾼이 말했다.
“저는 세상에 여러 해 살면서 일찍이 착한 사람은 보았으나 부처님의 제자처럼 자기를 용서하듯 남을 용서하고 중생을 구제하며 숨어서 이름을 알리지 않는 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언제라도 저희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자 이번에 까마귀가 말했다.
“저의 이름은 발입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저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언제든지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뱀이 말했다.
“이름은 장입니다. 만약 사문께서 어려움에 닥치시거든 저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반드시 달려가 은혜를 갚겠습니다.”

삽화=강병호
그러고 나서 모두 인사하고 각자 물러갔다.
어느 날 일난왕은 사냥꾼의 집으로 갔다. 사냥꾼은 멀리ㅣ서 드가 오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말했다.
“저기 상서롭지 못한 사람이 오고 있소. 그 사람이 오거든 음식을 마련하되 천천히 차리시오. 그는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소.”
사냥꾼의 아내는 사문을 보고 불쾌한 안색을 드러내고 머뭇거리면서 음식을 장만하는데 헛된 말만을 지껄이다가 한낮을 지나 버렸다. 그러자 사문은 물러나와 산으로 돌아와서 까마귀를 불렀다. 까마귀는 사문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했다.
“어디서 오십니까?”
“사냥꾼의 집에서 오는 길이다.”
“공양은 하셨습니까?”
“그가 공양을 차리는 중에 해가 이미 한낮을 지나쳐버려서 기다리지 않고 나왔네.”
까마귀가 말했다.
“흉악한 물건이라 자비로도 구제하기 어렵습니다. 어짊을 모르고 은혜를 저버리는 못된 사람입니다. 저는 공양할 만한 음식이 없으니 잠시 앉아 계십시오. 금방 이웃 나라에 다녀오겠습니다. 이웃 나라에 간 까마귀는 궁에 들어가 왕비의 머리 장식 안에 꽂힌 명월주(明月珠)를 물고 나왔다. 그리고 까마귀는 물고 온 명월주를 사문에게 공양했다.
왕비의 명월주가 없어진 것을 알고 왕은 신하와 백성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왕비의 명월주를 찾아오는 이에게는 금과 은을 각각 천 근 씩, 소와 말을 각각 천 마리씩 상으로 주겠지만, 훔친 자와 얻었으면서 궁에 바치지 않는 자는 그 종족을 모두 멸할 것이다.
사문이 월명주를 사냥꾼에게 주었더니, 사냥꾼은 사문을 포박하여 왕에게 데리고 갔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이 월명주를 얻었느냐?”
사문은 깊이 생각했다.
‘만약 그 주인을 말하면 반드시 온 나라의 까마귀가 몰사하게 될 일이니, 이것은 부처님의 제자가 할 일이 아닐 것이다.’
사문은 장형 천 대를 맞으면서도 왕을 원망하지 않고 자비로 서원했다.
‘저를 부처가 되게 하여서 뭇 괴로움을 제도하게 하소서.’
왕은 사문을 감옥에 가두고 다음 날 그를 죽이려 했다.
사문은 그때 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뱀이 듣고 사문에게 달려갔다.
“왜 이렇게 되셨습니까?”
사문이 까닭을 말하자 뱀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제가 궁중으로 들어가서 태자를 물어 죽이겠습니다.”
그리고 뱀은 신약(神藥)을 사문에게 주면서 말했다.
“그것을 바르면 상처가 나을 것입니다.”
뱀이 밤에 궁중으로 들어가 태자를 물자 태자는 즉사했고, 왕은 명을 내렸다.
“태자를 살릴 수 있는 이가 있으면, 나의 나라를 나누어 주리라.”
그리고 왕은 감옥에 갇힌 사문 앞을 걸어가게 되었다. 그때 사문이 말했다.
“내가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
왕은 기뻐하며 사문을 풀어주자 사문은 뱀이 준 신약을 태자에게 발라주었다. 그러자 죽었던 태자가 깨어났다. 왕은 기뻐하며 사문에게 나라를 나누어주려 했다. 그러나 사문은 왕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러자 왕은 그 자리에서 깨달았다.
‘나라를 나누어 주어도 받지 않는 이가 도둑질을 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사문에게 물었다.
“어디서 구슬을 얻으셨습니까?”
사문이 자세히 설명하자 왕이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의 자비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사문은 정진하여 마침내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의 사문은 후에 석가모니부처님이요, 까마귀는 사리불이며, 뱀은 바로 아난이요, 사냥꾼은 조달(백반왕의 맏아들)이 된다. (<마일국왕경>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