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38) 연화색의 애욕 업장 소멸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다. 우선나읍에 어느 젊은 거사 한 사람이 연화색이라는 여인을 아내로 맞게 되었다. 연화색은 마음과 용모가 곱고 아름다웠다. 얼마 후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친정으로 거처를 옮겨 딸아이를 낳았다. 남편은 아내가 해산을 했으므로 한 동안 아내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은 그녀의 어머니와 정을 통하고 말았다. 부인 연화색이 그 사실을 알고는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부부의 인연을 끊으면 부모에게 누가 될까 두려웠고, 또 젖먹이 아이가 가여워서 부끄러움을 꾹 참고 남편의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딸을 여덟 살까지 기르고 난 다음에 집을 떠나 바라내에 이르렀다. 부인은 오래 굶주리고 몹시 지쳤던 터라 물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때 한 장자가 그녀를 보고는 한 눈에 들어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디 사는 누구인데, 혼자 이러고 있는 겁니까?”
“저는 아무개의 딸인데, 지금은 혼자 있습니다.”
“만약 남편이 없으시다면 저의 정실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러겠습니다.”
그래서 그 장자는 연화색을 부인으로 삼았다. 연화색은 그 집안을 두루 돌보며 모두가 화합하게 하였고, 서로 중히 여기면서 사이좋게 여덟 해를 살았다. 어느 날 장자는 그의 부인에게 말했다.
“나에게 우선나읍에서 받을 돈이 있는데, 거두어들이지 않은 지가 벌써 8년이나 되었소. 따져서 계산해 보면 엄청나게 큰돈이 될 것이오. 한 동안 집을 비우고 다녀와야 할 것 같소.”
“그 마을의 여인들이 방탕하다고 들었습니다. 여인들의 유혹이 많을 것입니다. 당신을 그런 곳에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비록 못나고 어리석지만 그 정도로 막나가는 사람은 아니오.”
“그렇다면 가셔도 좋습니다만, 맹세 한 마디는 듣고 싶습니다.”
“그래 좋습니다. 나는 절대로 부정한 마음을 일으키지도, 행하지도 않을 것이오.”
장자는 그렇게 부인에게 맹세를 하고 우선나읍으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한 장자는 돈을 거두어들일 곳이 많았기에 어느덧 해를 넘기게 되었다. 오랜 시간 홀로 지낸 장자는 여인의 대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부정한 음행을 한다면 본래의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그러나 다시 정식으로 첩을 들인다면 그것은 부정한 음행이 아닐 것이며, 맹세를 저버리는 일도 아닐 것이다.”

삽화=강병호
장자는 그 후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이내 구혼을 하여 둘째 부인을 얻게 되었다. 장자는 수금을 마치고 새로 얻은 부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부인을 따로 집을 마련해 살게 했다. 장자는 매일같이 아침이면 나갔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돌아오곤 했다. 이상하게 여긴 연화색이 은밀하게 그의 몸종에게 남편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자 몸종이 말했다.
“주인께서는 새로 작은 부인을 얻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남편이 돌아오자 연화색이 물었다.
“당신께서는 새로 작은 부인을 보았다던데 무엇 때문에 숨기는 것입니까?”
“당신이 알게 되면 나를 원망할까 두려웠기 때문에 밖에 따로 살게 한 것이오.”
“제가 싫어하거나 시새움이 없을 것을 맹세하오니 작은 부인을 집으로 들여 당신 돌보는 일을 돕게 하십시오.”
그러자 장자는 바로 작은 부인을 집으로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부인은 머리를 감고 있는 작은 부인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작은 부인은 연화색이 고향에 두고 온 딸이었던 것이다. 며칠 동안 작은 부인의 모습을 살펴본 연화색은 결국 작은 부인이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옛날에는 어머니와 함께 남편을 나누었고, 지금은 딸과 남편을 같이하게 되었구나. 나고 죽고 혼미한 어지러움이 여기까지 이르렀구나. 애욕을 끊고 출가하여 도를 닦지 않으면, 이러한 뒤바뀜을 무엇으로 그치게 할 수 있을까.”
연화색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기원의 문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침 대중에게 에워싸여 설법을 하고 계셨다. 연화색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음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정사에 들어갔다. 세존의 법을 들은 연화색은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이해가 되면서 배고픔과 목마름이 싹 가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대중 속에 있는 연화색을 알아보시고, 사성제를 설하니, 연화색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때를 여의면서 법눈의 깨끗함을 얻었다. 연화색이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 법 가운데서 출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바로 제자로 받아주시며 대애도에게 말씀하셨다.
“이 여인을 제도하여 주십시오.”
대애도 비구니가 이내 연화색을 출가시켜 구족계를 받게 하니 연화색은 부지런히 공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8해탈을 갖추게 되자 얼굴 모습에 빛이 나서 옛날보다 훨씬 아름다워졌다.
그 후 연화색이 마을에 들어가 걸식을 하게 되었는데, 어떤 바라문 하나가 그를 보고 음심을 품게 되었다. 연화색이 뒤에 다시 걸식을 나갔는데, 그 바라문이 몰래 뒤따라 들어가 그의 침대 밑에 숨어 있었다. 마침 철야정진을 마친 연화색은 방으로 돌아가 깊은 잠에 빠졌다. 이때 숨어 있던 바라문이 연화색비구니에게 부정한 짓을 하려 했다. 그러자 비구니의 몸은 이내 허공으로 솟아올랐고, 그 바라문은 평상 위에서 산 채로 곧바로 지옥에 떨어졌다. (<미사색부화혜오분율> 제5권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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