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속 신이한 이야기(35) - 전생에 우유죽 공양한 수타의 공덕

전다월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바라문을 받들어 섬겼으므로 국정을 다스리는 데도 역시 바라문들을 임용했다. 왕이 작은 부인을 중히 여기자 다른 부인들은 미워하고 질투하여 그의 신하 중 하나인 바라문에게 금을 선사하면서 왕에게 그녀를 헐뜯는 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신하는 왕에게 말했다.
“그 작은 부인이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나라에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하면서 신하인 바라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어미와 자식을 함께 죽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중한 것인데, 어떻게 죽이겠습니까?”
“만약 죽이지 않으면 나라도 망하고 대왕도 죽을 것입니다.”

삽화=강병호
얼마 후 작은 부인이 아들을 낳자 왕은 결국 두 사람을 죽여 버렸다. 그러나 잘못 죽여 아이는 무덤 안에서 살아났고, 그 어머니의 몸은 반이 썩지 않았기에 아이는 그 젖을 먹고 살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 그 무덤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아이는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이는 산짐승들과 함께 놀다가 날이 저물면 무덤으로 돌아가곤 했다. 아이의 나이 여섯 살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아이가 산짐승들과 놀고 있는 것이 염려되어 사문으로 변하여 아이에게 가셨다. 그리고 그를 불러 물으셨다.
“너는 누구 집의 아이냐? 어디에 살고 있느냐?”
“저는 집이 없습니다. 다만 이 무덤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문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을 하려고 그러느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사문을 따르는 일 밖에 없을 것 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데리고 기원으로 가셨다. 그 아이는 비구들의 점잖은 행동과 법칙을 보고는 매우 좋아하면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도 비구가 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내 허락하시고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옷은 가사로 변했다. 이름은 수타라고 지었다. 계율을 지키고 정진하여 게으른 마음을 품지 않아서, 7일이 지나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수타에게 말씀하셨다.
“전다월왕을 제도해야 한다.”
수타가 그 국왕에게 갔더니 국왕이 말했다.
“나는 마음에 큰 근심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타가 말했다.
“국왕의 근심이란 무엇입니까?”
“내 나이 이미 늙었고 벌써 때가 지났는데도 후사가 없습니다. 나는 그것 때문에 근심하고 있습니다.”
수타가 왕의 말을 듣고 아예 대답도 하지 않고 혼자 웃고 말자, 왕은 이내 성을 내며 말했다.
“내가 사문에게 말을 했는데 아예 대답도 하지 않고 도리어 혼자서 웃기만 하는구나.”
그러면서 왕은 이내 수타를 죽이려 했다. 수타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가벼이 날아올라 공중에 서서 분신으로 몸을 끝없이 나고 들고 하자, 왕은 수타의 신통을 보고 이내 허물을 뉘우치며 말했다.
“제가 실로 어리석어서 참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원컨대 귀명(歸命)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수타는 이내 공중에서 내려와 왕에게 말했다.
“만약 귀명을 하시겠다면 매우 좋은 일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하여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저의 스승이시며 삼계의 높은 분으로서 중생을 제도하십니다.”
수타는 순식간에 왕과 백성들을 데리고 부처님께로 가서 3존에 귀명하고 5계 수지를 청하여 우바새가 되게 했다.
그 때 부처님이 나타나 말씀하셨다.
“수타가 바로 왕자이다.”
왕은 부처님의 말을 듣고 두려워하며 어쩔 줄 몰랐다. 그러자 다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옛날 구선니불 세상에 불사달이라는 국왕이 있었다. 그 나라 안의 백성들은 모두가 3존께 공양하며 살았다. 그때 어느 평범한 백성 하나가 일거리도 없이 너무나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언제나 나라 안의 부자와 귀한 이를 위하여 품팔이로 수백 마리의 소를 대신 치며 살았다. 한 번은 왕과 백성들이 비구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백성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지금 3존께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가는 곳마다 안락하고 존귀하며 힘들여 고생하는 일이 없게 됩니다.’
그 백성은 생각했다.
‘나는 너무 가난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소의 젖을 달여서 우유죽을 만드는 것뿐이다. 그것이라도 깨끗한 마음으로 스님들께 올려야겠다.’
그러자 비구 스님들이 그를 위하여 축원을 했다.
‘그대로 하여금 태어나는 세상마다 복을 얻게 하리라.’
그때부터는 그는 나고 죽기를 거듭하는 동안 내내 그 일로 인한 복을 받았다. 어떤 때는 하늘로 올라가 천인이 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땅으로 내려와 왕후가 되기도 했다.
한번은 왕이었을 때에 사냥을 나갔다가 새끼를 밴 좋은 암소를 죽이게 되었다. 그러자 부인은 왕에게 말했다.
‘제발 그 새끼만은 죽이지 마십시오.’
그래서 소의 주인은 죽은 소의 배를 갈라 꺼내 길렀다. 그 주인은 성이 나서 말했다.
‘장차 저 왕도 이 소와 같이 되어라.’
그 후에 송아지의 혼신이 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아직 출생하기도 전에 그 어머니가 왕에 의해 죽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의 수타이다. 수타의 어머니는 바로 그때의 왕의 부인이며, 바라문은 바로 소의 주인이다. 수타가 무덤 안에서 태어났고, 그 어머니의 몸은 반쪽이 썩지 않아서 아이가 그 젖을 먹고 혼자서 자라나 클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생에 우유죽을 스님들께 공양했기 때문이다.”
왕은 이 말씀을 듣고 뜻이 풀리면서 수다원의 되었다. (<전다월국왕경〉에 나온다.)
동국대역경원 발행 〈경률이상〉에서 발췌 재구성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