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위한 단체 영화관람

다섯 차례 단체 영화관람 마련
공양과 여흥거리 더 좋아해


2009년 2월 말이었다. 울산 해남사 주지 스님이 내게 전화한 게. 만초 스님은 신도들과 영화 〈워낭소리〉를 단체관람했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면서 우리절 신도님들도 모시고 가라고 권했다.

내가 영화를 보고 나서 극장 사무실로 찾아갔다. 극장의 담당과장을 만나 무료급식에 오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영화를 단체로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자의 수가 적은 화ㆍ수요일날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관람하는 조건으로 1인당 2천원씩으로 할인하되 200명 이하에는 무조건 200명의 관람료를 내고 초과 인원에 대해서는 1인당 2천원씩 추가하기로 했다.

영화관람 당일에는 관광버스를 세 대 빌리고 생수 한 병씩과 삶은 달걀 2개, 찰강냉이를 한 봉지씩 비닐백에 담아드렸다. 원래 외부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처음엔 난색을 표하더니 마지못해 원칙을 깨고 허락하여 주었다.

그날은 딱 200명이 극장에 동행했다. 어르신은 170명, 나머지는 우리 젊은 신도였다. 연세가 많으신 분은 일일이 손을 잡고 자리에 앉혀드렸고, 어두운 곳에서 발을 헛디뎌 다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나는 스크린 앞으로 나가서 어르신들께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서 앞으로 매년 봄ㆍ가을로 영화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어르신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어떤 때는 소리 내 웃기도 하고, 때로는 혀를 끌끌 차기도 하면서 영화를 보셨다.

영화가 끝난 뒤 어떤 어르신은 “평생 극장에 처음 와본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젊은 시절 이후로 처음이라고 하면서 “40년 만에 왔다”고 감격스러워 하셨다. 어떤 분은 부모 생각으로, 어떤 분은 어린 시절 생각으로 많이 울었다고 하셨다.

그 이후, 봄ㆍ가을만 되면 나는 영화를 고르느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어르신들의 영화는 제약이 많았다. 자막을 보기 어려웠으므로 외화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를 골라야만 했다.
두 번째 영화는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이 주연한 〈굿모닝 프레지던트〉, 당시에는 신종 플루가 유행하고 있으므로 버스 출발 전에 어르신들의 체온을 재어 신종 플루 감염 여부를 확인하였다. 참가자 전원에게 영화관 입구에서 세정제로 손을 세척하게 하였고,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를 드렸다.

이듬해인 2010년 봄에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하모니〉, 가을에는 코믹영화 〈불량남녀〉, 2011년 봄에는 노년의 사랑과 애환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여드렸다.

나와 신도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200명이었던 참석자가 173명, 130명으로 계속 떨어지더니 마지막엔 7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중에는 봉사자들도 제법 되었으므로 실제 어르신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1년에 두 번 영화를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나는 끝까지 지키고 싶었으나 어르신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르신 공양일에 맞춰 영화관람을 하였는데도 많은 분들이 공양만 하시고 극장행 관광버스는 외면했다. 왜 극장에 가지 않으시냐고 어르신들께 여쭈었더니 “경로당에서 텔레비전 보면서 고도리 치는 게 더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어르신 영화 단체관람은 다섯 번으로 마치고 말았다.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에 수순중생원(隨順衆生願)이 있다. 이웃의 뜻을 받들라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뜻을 받들려면 공양 후에 새를 잡도록 화투를 몇 벌 갖다드려야 할 텐데, 그럴 순 없지 않은가. 절에서 뭔가를 하는 것,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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