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계사 원문·원타 행자

원타  불화 그려 불법 쉽게 전달 ‘꿈’
원문  선방 수좌 ‘꿈’…지금도 명상

▲ 지난해 2월과 4월에 15세의 나이로 출가한 화계사 수암 스님의 상좌 원문(왼쪽), 원타 행자.
화계사에는 특별한 동갑내기 행자들이 있다. 낮에는  화계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 아침 저녁으로는 행자생활을 하는 원문·원타 행자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둘은 지난 1년 동안 화계사에서 행자 생활을 해왔고 이번 가을 행자교육을 마치면 사미계를 받는다. 이들의 출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어렸을 때 절에 들어와 사는 동진출가와는 다르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출가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물질문명의 편리함 속에 자라온 이들은 절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이 좋다고 말하는 의젓함까지 보이니 이들이야말로 전생을 믿지 않는 사람도  전생에 스님이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난해 2월 출가한 원타 행자는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집에 모신 작은 불상 앞에서 매일 관음기도를 할만큼 신심이 깊다. 스님이 30년 썼던 목탁을 선물할만큼 원타 행자는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스님들 권유로 화계사 주지 수암 스님 밑으로 출가를 하게 된 것이다. 

“절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은 아침 예불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꽉 채워져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게임하고 평범한 가정에서 학교 다니는 것이 크게 부럽지는 않아요. 절의 생활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원문 행자 역시 지난해 4월 수암 스님의 제자가 되었다.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출가 1년 전부터는 매일 절에 나갔다. 원문 행자도 스님들의 추천과 부모님 권유로 출가했다.

“이곳 생활이 너무 좋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없어요. 스님들이랑 생활하는 절 생활이 좋습니다. 스스로 고요하게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절생활 4~5년은 돼야 느낄 수 있는 장점을 어린 행자들 입에서 들으니 주변 스님들도 그저 놀라울 뿐이라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들의 일과는 새벽 4시 예불 아침 공양 준비를 시작으로 학교를 다녀와서는 저녁예불 준비하고 학교 숙제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물론 행자가 배워야 할 〈초발심 자경문〉 등의 기본교육도 필수로 받고 있다. 그리고 올 가을 수계식에 사미계를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10년후 이들은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을까? 원타 행자는 불화장을 꿈꾼다. “불화를 그리고 싶어요. 변상도는 부처님 말씀을 쉽게 전달해 주고 있잖아요. 저도 많은 이들에게 불화를 통해 부처님 말씀을 잘 전달해 주는 불화장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혼자서 그림 연습을 하고 있어요”

원문 행자는 선방수좌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모든 일과를 끝내고 혼자서 명상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습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화두 하나에 몰입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너무 존경 스럽습니다”

두 행자는 화계사 뜰에서 포즈를 취했다. 둘은 우연하게도 같은 시간에 같은 나이에 절에 들어와 도반이 되었다. 

10년 후 서로 다른 모습의 수행자가 되어 있을지 모를 두 행자는 도반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구도자의 길에 들어선 그들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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