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선사 탑 제작한 오채현 작가, 디자인 전장일 화백

▲ 부도탑 디자인을 맡은 전장일 화백(좌)과 석조각을 맡은 오채현 조각가 사진=박재완 기자

 “대행 스님은 가셨지만 가지 않으셨습니다. 열반은 끝이 아닌 시작이거든요. 불성(佛性)의 영원성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번 부도탑의 디자인을 맡은 전장일 화백은 15년간 한마음선원의 크고 작은 단청불사를 해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ㆍ제118호를 전승한 전 화백은 한마음선원 본원 목탱화 채색을 비롯해 부산 법당, 광명선원 법당 단청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부산 범어사, 양산 통도사, 청도 운문사, 수원 봉녕사 등 전통사찰 탱화작업도 관여했다. 이처럼 전통불화 전문가인 그가 부도탑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부담도 느꼈다. 평소 시대적 흐름에 앞장섰던 대행 스님의 뜻을 담는 일이란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마음선원 본원 법당 후불목탱화는 대행 스님의 법문을 토대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작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국 지원에는 각기 다른 내용의 후불탱화들이 있는데 이는 한마음선원만의 시대를 앞서가는 창조적인 대행 스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부도탑 제작의 총 책임을 맡은 청백 스님은 시대를 앞섰던 대행 스님의 뜻을 담아내도록 전장일 화백에게 주문했다. 부도탑이라는 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을 자유롭게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보통 어떤 작품을 맡게 되면 기존의 것을 참고하면서 연구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부도탑의 디자인을 주문 받았을 때 답습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 화백은 대행 스님이 평소 제자들에게 자주 했던 말인 “오고감도 없지만 가고 옴도 없다. 열반은 곧 시작”을 화두처럼 새기고 밤새 탑의 모양을 고안했다.

승단 운영위원회와의 거듭된 논의를 거쳐 완성된 디자인을 불상조각가인 서칠교씨가 흙으로 반죽해 탑모형을 형상화했다. 이후 조각가 오채현씨가 탑 조각의 총감독을 맡았다.
오채현 작가는 조계사, 봉은사, 월정사 등에서 개인전과 다수 그룹전을 열었다. 상도선원, 심곡암, 금륜사, 동화사 등 다수 사찰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바티칸에 가슴을 드러낸 성모상을 보내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그의 창조성은 청백 스님의 눈에 띄었다.

1주기 추모제까지 탑을 완성해야 했지만 오 작가는 올해 초까지 돌을 구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애타게 전국 산하를 돌면서 탑에 맞는 돌을 찾아다니다 마침내 경주에서 2미터가 넘는 20여 톤 크기의 화강석을 발견했다.
“엄청난 크기의 돌로 조각했다는 것이 이번 부도탑의 특징입니다. 2미터가 넘는 큰 돌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그런 큰 돌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법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부도탑 제작팀은 경주에서 2m 60㎝의 화강석을 찾아 2개월여 작업을 진행했다.
오 작가는 필연적으로 만난 화강석에 최선을 다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행 스님을 만난 적이 없던 그였기에 스님의 가르침을 오롯이 담아내기란 힘든 일이었다. 때문에 그는 100% 내가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시작했다.

“이번에는 작가로서 임하던 느낌과는 달랐습니다. 100% 내 의지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석조에 뛰어난 최고 전문가들을 투입시켜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습니다.”
오 작가는 김동철 조각가와 3월부터 2달여간 매일 작업을 진행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아 중간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욕심을 버렸다. 그때서부터 탑의 모양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만족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내가 인위적으로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구나. 내가 하고 싶다고, 내가 안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구나. 이런 걸 많이 느꼈습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알맞는 인연이 맺어지고 일이 진행 돼 가는 것을 보고 ‘아 이래서 모두가 한마음이구나. 둘이 아니게 돌아가는구나’ 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부도탑을 제작하면서 좋은 가르침을 배웠다는 전장일 화백과 오채현 작가. 두 사람은 “대행 스님의 부도탑을 맡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행 스님과 한마음선원 사부대중의 생각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으로 이끌어 냈을 뿐”이라고 흡족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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