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미국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
日 스즈키 순류 1969년 설립
좌선·불교강좌·계절 집중 수행
노숙자, 동성애자 등 위한 봉사
유기농 채소 재배해 레스토랑 운영
본원·그린걸치 등 승단 3곳 확장
일본 조동종 스님인 스즈키 순류는 1959년 아파트 거실에 모여 참선 지도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승단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San Francisco Zen Center)를 1969년 설립했다. 샌프란시스코 젠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초심사(初心寺)로, 스즈키 순류의 저서인 〈선심초심(Zen Mind, Beginner's Mind)〉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 학생이 지옥이 무엇이냐고 묻자 스즈키 순류는 “지옥은 바로 영어를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어렵게 영어를 익히며 불모지인 미국에 불교의 싹을 틔운 그는 〈벽암록〉과 〈법화경〉을 영어로 강의하며 LSD와 같은 마약에 빠진 샌프란시스코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었다.
도심 속 선 센터, 젊은이들과 소수자 마음 열다
꾸준히 성장한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는 본원인 시티 센터(City Center)와 캘리포니아 무이어 해안(Muir Beach)에 위치한 그린걸치(Green Gulch) 농원 선 센터, 온천과 하이킹을 즐기고 명상도 할 수 있는 전문 승원인 타사하라(Tassajara) 센터 등을 설립하고 매일 명상과 정기적인 수업과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분기별로 불교를 심도 있게 공부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좌를 진행하며, 계절마다 집중 선수행을 연다. 신도들은 약 3주 정도 선 센터에서 머물거나 출퇴근을 하며 참여할 수 있으며, 1년 이상 거주하는 특별수행에 동참해도 된다.
시티센터는 집 없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법보시를 하고 있으며, 동성애자들을 위한 법회도 연다. 신행회 가운데 ‘동성애불자모임(Gay Buddhist Fellowship)’은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의 대표적 모임이다.
리처드 베이커와 그린걸치 & 타사하라
자원봉사 등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는 운영비용을 그린스(Greens)라는 채식레스토랑 운영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린 걸치 농원 (Green Gulch Farm)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야채가 이 레스토랑의 주재료로 쓰인다.
그린걸치 농원 선 센터에서는 유기농 강의와 다도 강의를, 일반인들에게는 불교 강의도 한다. 또 55세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엘더호스텔(Elderhostel) 프로그램을 매년 수차례 개최한다. 5일간 명상 수련회 동안 참가자는 참선, 불교 공부 외에도 선 센터 부엌과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며 이곳 거주 수행자와 비슷한 일과를 보내게 된다.
1주에 30시간 일하고 5시간 수업 받고, 매일 참선하고, 2일간 계속되는 참선정진을 6개월에 한 번 하는 대신, 이들은 숙식을 제공받고 약간의 용돈을 받는다. 수련은 농사 짓는 기술, 퇴비 만드는 법, 수확하는 법에서 판매하는 법까지 두루 가르친다. 농장은 일손 부담을 덜고 학생들은 좋은 기술과 불교를 배울 수 있는 서로에게 유익한 제도다.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가 도시에 위치해 있어 생활 속 선을 실천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러나 주변 상황에 잘 휩쓸리는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공부환경이 아니었다.
스즈키 순류의 법 계승자이자 오른팔이었던 리처드 베이커(1936~)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숙박하면서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로스 파드레스 국립공원에 위치한 타사하라 센터다.
리처드 베이커는 원래 온천 휴양지였던 타사하라를 기존에 선 센터이기 이전부터 애용하던 사람들을 배려해 여름 한철을 개방했다. 숲속에 오두막형태로 숙소를 짓고 한화로 1일 머무르는데 약 15~5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예약전화가 5월에 오픈되면 2주 만에 시즌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특히 타사하라 센터는 온천 손님들이 귀가할 때 갓구운 빵을 선물로 증정했고, 이는 입소문을 타게 됐다. 전 지역의 사람들이 제빵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1970년 〈타사하라 브레드〉를 출간하게 됐고, 1973년 타사하라 베이커리가 개점됐다. 〈타사하라 브레드〉는 아직까지도 가장 잘 팔리는 제빵책 중 하나에 속한다.
리처드 베이커는 사업적 수완이 좋았지만 스즈키 순류는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곳의 사람들이 선(禪)을 배울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