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미국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

日 스즈키 순류 1969년 설립
좌선·불교강좌·계절 집중 수행
노숙자, 동성애자 등 위한 봉사
유기농 채소 재배해 레스토랑 운영
본원·그린걸치 등 승단 3곳 확장

▲ 스즈키 순류(1905~1971)
196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히피들과 명상철학자, 정신적 구원을 목표로 한 생활공동체로 가득한 곳이었다. 1959년 미국을 건너간 스즈키 순류(1905~1971)는 반(反)문화의 중심지였던 이 곳에 삶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던 젊은이들에게 좌선을 권유했다.
일본 조동종 스님인 스즈키 순류는 1959년 아파트 거실에 모여 참선 지도한 것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 승단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San Francisco Zen Center)를 1969년 설립했다. 샌프란시스코 젠센터의 또 다른 이름은 초심사(初心寺)로, 스즈키 순류의 저서인 〈선심초심(Zen Mind, Beginner's Mind)〉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 학생이 지옥이 무엇이냐고 묻자 스즈키 순류는 “지옥은 바로 영어를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어렵게 영어를 익히며 불모지인 미국에 불교의 싹을 틔운 그는 〈벽암록〉과 〈법화경〉을 영어로 강의하며 LSD와 같은 마약에 빠진 샌프란시스코 젊은이들의 마음을 열었다.

도심 속 선 센터, 젊은이들과 소수자 마음 열다
꾸준히 성장한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는 본원인 시티 센터(City Center)와 캘리포니아 무이어 해안(Muir Beach)에 위치한 그린걸치(Green Gulch) 농원 선 센터, 온천과 하이킹을 즐기고 명상도 할 수 있는 전문 승원인 타사하라(Tassajara) 센터 등을 설립하고 매일 명상과 정기적인 수업과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
시티센터는 평일에 아침 5시 25분부터 좌선을 시작한다. 주말에는 초보자를 위한 선수행도 마련하고 있다.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 점심시간에 다과회를 곁들인 회화시간이 있고, 좌선과 불교 강좌가 수시로 열린다.
분기별로 불교를 심도 있게 공부하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좌를 진행하며, 계절마다 집중 선수행을 연다. 신도들은 약 3주 정도 선 센터에서 머물거나 출퇴근을 하며 참여할 수 있으며, 1년 이상 거주하는 특별수행에 동참해도 된다.
시티센터는 집 없는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법보시를 하고 있으며, 동성애자들을 위한 법회도 연다. 신행회 가운데 ‘동성애불자모임(Gay Buddhist Fellowship)’은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의 대표적 모임이다.

리처드 베이커와 그린걸치 & 타사하라
자원봉사 등에 의해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는 운영비용을 그린스(Greens)라는 채식레스토랑 운영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린 걸치 농원 (Green Gulch Farm)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야채가 이 레스토랑의 주재료로 쓰인다.

그린걸치 농원 선 센터에서는 유기농 강의와 다도 강의를, 일반인들에게는 불교 강의도 한다. 또 55세 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엘더호스텔(Elderhostel) 프로그램을 매년 수차례 개최한다. 5일간 명상 수련회 동안 참가자는 참선, 불교 공부 외에도 선 센터 부엌과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되며 이곳 거주 수행자와 비슷한 일과를 보내게 된다.

▲ 그린 걸치 농원에서 재배되는 유기농 야채는 그린스 채식레스토랑의 주재료로 쓰인다.
그린걸치 농원에서는 유기농 수련생 제도가 있다. 8 에이커의 농장에서 수련생들은 4~10월까지 6개월간 공부, 실습, 참선을 고루 조합한 훈련을 받게 된다.
1주에 30시간 일하고 5시간 수업 받고, 매일 참선하고, 2일간 계속되는 참선정진을 6개월에 한 번 하는 대신, 이들은 숙식을 제공받고 약간의 용돈을 받는다. 수련은 농사 짓는 기술, 퇴비 만드는 법, 수확하는 법에서 판매하는 법까지 두루 가르친다. 농장은 일손 부담을 덜고 학생들은 좋은 기술과 불교를 배울 수 있는 서로에게 유익한 제도다.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가 도시에 위치해 있어 생활 속 선을 실천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러나 주변 상황에 잘 휩쓸리는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공부환경이 아니었다.
스즈키 순류의 법 계승자이자 오른팔이었던 리처드 베이커(1936~)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숙박하면서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로스 파드레스 국립공원에 위치한 타사하라 센터다.

리처드 베이커는 원래 온천 휴양지였던 타사하라를 기존에 선 센터이기 이전부터 애용하던 사람들을 배려해 여름 한철을 개방했다. 숲속에 오두막형태로 숙소를 짓고 한화로 1일 머무르는데 약 15~50만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예약전화가 5월에 오픈되면 2주 만에 시즌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특히 타사하라 센터는 온천 손님들이 귀가할 때 갓구운 빵을 선물로 증정했고, 이는 입소문을 타게 됐다. 전 지역의 사람들이 제빵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1970년 〈타사하라 브레드〉를 출간하게 됐고, 1973년 타사하라 베이커리가 개점됐다. 〈타사하라 브레드〉는 아직까지도 가장 잘 팔리는 제빵책 중 하나에 속한다.
리처드 베이커는 사업적 수완이 좋았지만 스즈키 순류는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곳의 사람들이 선(禪)을 배울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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