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별기고 - 일본 조동종 이치노헤 쇼고 스님

▲ 이치노헤 쇼고 스님/ 일본 아오모리 윤쇼지 주지
한국의 3.1운동과 일본 불교
식민지 조선의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의 ‘무단정치(武斷政治)’에 반발해 일어난 것이 한국의 3.1운동이다.

조선총독부는 약 20,000여 명의 사상자를 낼 만큼 철저히 탄압했지만, 그와 반대로 한국의 민족독립운동은 벌판의 들불과 같이 퍼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일본 불교계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지배자에게 동조하는 민족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불교계가 실패한 최대의 원인은, 그 행동이 비불교적이었기 때문이다. 불교는 공존의 종교이며, 권력의 하부조직이 아니다. 당시 일본 불교계는 불교적으로 보면 실로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다케시마=독도 문제를 생각한다
그러면, ‘3.1운동’후 약 100년이 경과한 현재의 일본 불교계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있는 것인가? 답은 아니라고 본다.

필자는 작년 9월, 1992년에 일본 조동종이 내놓은 ‘참사문’을  새긴 석비를 군산시(群山市)에 소재한 조계종 동국사에 세웠다. 참사비의 내용은 식민지 지배나 전쟁에 일본 조동종이 가담한 것을 참회하며 사죄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진정한 반성’이라고 높게 평가했지만, 일본 조동종은 참사비 철거를 나에게 정식 공문서로 요구한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다케시마(竹島) 문제로 한일 관계가 긴장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참사비 건립은 어울리지 않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인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조동종은 불교단체가 아니라 마치 일본 외무성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인은 항상 정치권력과 분리되어 독립하고 있어야만 한다.

불교인은 영토적 내셔널리즘(nationalism)에 절대로 농락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면, 다케시마(竹島)=독도(獨島) 문제를 불교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현행 국제법에서는 다케시마(竹島)=독도(獨島)는 일본 영토이지만, 하야시 시헤이(林子平) 의 <삼국통람도설(三國通覽圖說, 1785)>에서 보듯이 역사적으로는 한국 영토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문제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지만, 불교적 시각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다케시마(竹島)=독도(獨島) 문제로 인하여 한일 양국의 불교교류에 방해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긴장이 더해지고 있는 동아시아에는 불교라고 하는 공통의 종교가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일본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만든 〈삼국통람도설〉 영인본 일부. 이 지도에는 독도를 “조선의 것(朝鮮ノ, 持ニ)”이라고 적고 있다. (□ 부분 참조) 사진 자료=동국사 주지 종걸 스님 제공
불교는 中道가 원칙
불교는 ‘중도’가 원칙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자는 것은 아니다.  1930년대, 일본의 신흥불교청년동맹을 주도했던 세노오 기로(妹尾 義郎)(1889∼1961)는, ‘중도’를 “도(道)에 들어 맞는다”라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불교적인 것을 ‘중도’라고 진술했다. 필자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케시마(竹島)=독도(獨島) 문제를 그레이존(gray zone:중립지대)으로 둔다는 것도 잘못된 ‘중도’이다.

그러면 이 문제를 불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 것인가? 지금 일본에서는 영토문제로 한창 시끄러운데, 내가 보기에는 일본 불교계의 그 진의가 문제되고 있는 것 같다.

결론으로서, 다케시마(竹島)=독도(獨島) 문제를 계기로, 불교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완전 독립해야 하는 것을 재확인해야만 한다.

불교는 민족이나 영토를 넘은 제3의 지점이 되지 아니면 안 된다. 그 지점을 놓친 것이 식민지 조선시대이며 전쟁에 가담한 일본 불교의 과거 흔적이다. 필자는 이것을 굳이 ‘일본국불교’라고 부른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국가와 완전히 별도의 차원에서, 한일 양국 불교인은 부처님이 꿈에 그린 ‘공존하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모두 계속해서 정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결론을 지나치게 안이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말하고 싶다. “불교는 로맨틱 종교이다”라고….

이치노헤 쇼고 스님은… 1949년 아오모리현 출생으로 고마자와대학 대학원 영미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아오모리현 운쇼지(雲祥寺)·주지이자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회장이다. 저서로는 〈조동종의 전쟁(2010)〉,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엇을 했나(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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