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생태기행, 착한관광은 무엇일까

▲ 한살림에서 진행한 생태기행. 생태적 기행은 결국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삶과 애환, 고통에 귀기울리는 것이다.
여행은 자유를 의미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한 광고의 카피문구다. 떠난다는 것은 곧 업무와 인간 관계로 얽혀있는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동시에 미지의 새로운 것과 접촉하며 경험하는 것이다.

10여전 유흥준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의 답사여행 붐을 조성한 적이 있었다. 이후 많은 문화기행단체들이 생겨서 인원을 모집해 답사기행을 떠나는 활동들이 많았다.

그러나 여행과 기행에도 트렌드가 있고 유행이 있다. 아주 오래전, 계곡이나 유원지는 술먹고 춤추는 소비적 여행자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노는 사람을 볼 수 없다. 그후 여행이 문화답사라는 학습 형태로 붐을 이루다가 최근에는 ‘걷기여행’이 유행이다. 제주도 올레길 부터 지리산과 북한산 둘레길, 고양시의 가을길, 남양주시 다산길, 강화 나들길 등등. 이 ‘걷기바람’으로 인해 지방자치체마다 ‘길만들기 사업’을 벌여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어한다.

걷기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순례고, 수행이기도 하다. 이미 도법 스님이 5년간 전국을 걸으며 생명평화순례를 했고, 수경 스님이 4대강 유역을 역시 걸었다. 한편 훨씬 이전부터 원공 스님 같은 분은 34년간 일체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전국을 걸어다녔다. 이미 많은 스님들에겐 만행의 경험도 축적되어 있어 걷기에 관한한 불교에 더 많은 경험과 내력이 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관광과 여행은 결국 그 지역 자연을 오염시키고 사람과 토착문화를 파괴한다. 과연 생태적으로 바람직한 여행과 기행은 무엇일까?

관광, 여행, 기행, 답사, 순례의 차이
관광과 여행, 기행, 답사, 순례 등의 용어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차이를 갖고 있다. '관광'은 본래 ‘나라나 지역의 빛을 본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경치를 구경하고 휴가와 여흥을 위해 풍광을 둘러보는 뜻으로 사용된다.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위해 지방이나 외국으로 가는 것을 말하는 통칭의 포괄적 언어로 사용한다다.

그러나 '기행'은 자기만의 즐거움과 여흥을 추구하는 관광과는 의미가 다르다. 기행은 방문한 지역을 배우려하고 보고 느끼려는 학습 여행이다. 여기에 ‘답사’는 더 적극적으로 지역과 사람을 배우려는 학습적 의지를 분명히 한 여행이고, ‘순례’는 장소가 갖는 역사성을 되새기면서 사람과 지역의 성스러움을 느끼며 숭앙하는 수행이자 의식으로서의 여행이다.

관광으로 표현되는 여행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고 소비적이며 향락적이다. 또한 관광지가 대체로 자기를 모르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이라 퇴폐적인 문화가 번창하게 되게 되고 지역의 타락한 문화를 전염시키는 곳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기행은 다르다. 자연을 느끼고,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지역 문화에 대해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기행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그리고 각 국가마다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의 물품을 판매하고 호텔이나 기타 시설을 활용하게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의 즐거움과 쾌락 중심적인 관광은, 자연이 훼손되건 지역문화가 파괴되건 아랑곳하지 않고 산천을 휩쓸고 지나가는 메뚜기때처럼 지역을 황폐화시키고 파괴시킨다.

그래서 관광지는 유흥지가 되고 쓰레기가 넘치며 지역의 전통문화가 상업회되고 오염된다. 더욱이 많은 물건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은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해외여행은 어떨까? 한때 우리나라는 인도여행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그 열풍이 중동방문열풍으로, 또 사막과 아프리카로 그 유행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약 10~15년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일본인들이 지나간 여행 코스와 스타일을 한국인들이 따라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중국인들이 이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인이 지나가면서 문화를 오염시키고 지역주민의 문화를 파괴시키는 일들이 두드러지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여행은 상업화되었다. 지방이든 국가든 한명이라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한 경제 부흥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업적 관광은 산도 강도 바다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넘쳐나는 쓰레기및 오염으로 고통 받게 된다.

생태기행이란 무엇일까
그러면 무엇이 좋은 기행일까. 생태적 여행이란 무엇일까? 생태기행은 자신의 여행이 자연과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더나아가 여행을 통해 지역을 배우고 사람을 느끼며, 역사를 인식하는 학습 여행이다. 따라서 가능한 자가용 이용보다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권장하고, 도보로 두리번 거리면서 게으르게 걷기를 권장한다.

자동차가 느끼는 자연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풍경일 뿐이다. 그러나 걷게 되면 풍광 하나하나와 새록새록 다가와 깊이 사색 하고 그들과 대화 할 수 있게 된다. 깊섶에 풀꽃을 허리 조아리며 깊이 자세히 들여다볼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걸으면 다가오는 새로운 장면이나 상황을 마음을 열고 담담히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정상을 목표로 하는 산행은 올라가는 과정이 괴롭고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진정한 산행의 목표는 산을 오르는 행위 그 자체이지 정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행도 목적지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보다 준비하고 걸어가는 과정 자체도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한다.

가능한 고속도로보다 국도로, 국도보다는 시골의 작은 도로를 이용할 일이다. 둘레길이나 올레길도 걸으려면 몇시간에 주파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목표에 연연해 하지 않는 여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역의 역사나 문화, 자연에 관심 갖고 충분한 사전 학습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돌과 나무가 단순히 보이지 않고 숫한 역사적 두께와 사연을 간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보다 깊은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생태적 기행은 결국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삶과 애환, 고통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을 방문하면 그곳의 경로당을 먼저 찾아가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박물관을 가보길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그렇게 해야 그 마을과 고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공연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며 지역민들의 문화에 부정적인 충격이나 영향을 주거나 생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나 옷차림도 안될 것이다.

여행자는 절대 과도한 쓰레기를 발생시키거나 자연을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나아가 지역의 환경을 잘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쓰레기 발생은 최소화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가져오도록 하며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지역의 환경을 위해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적은 인원일 경우 지역의 환경과 문화에 충격이 적지만 인원이 많으면 그만큼 큰 충격을 주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그곳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수 있도록 지역의 음식이나 물품을 구입하고, 지역의 숙박시설을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벌레와 짐승 등 자연을 놀라게 하는 마이크나 고성방가는 감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만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도 공정여행과 착한여행으로
인도나 네팔 라오스 베트남 등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를 방문할 때 한국인들은 현지인에 대한 오만한 태도로 지탄 받거나, 눈살 찌푸리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었다. 더욱이 성매매를 위한 관광이나 엽기적 보신관광 문화는 근절되어야 할 악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돈을 극도로 아끼려는 배낭여행객들은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여행자는 언제나 현지인들에게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여행도 학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순대나 번데기를 먹거나 오징어를 굽는 냄새에는 강한 혐오감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많다. 이처럼 여행을 통해 나라마다 문화적 특징들이 다르다는 점을 경험하게 된다.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러한 음식문화를 비난해서는 안되듯이, 우리도 또한 다른 동남아의 전통문화와 음식문화에 대해 “더럽다. 징그럽다. 흉측하다”라는 말이나 표현을 해서도 안된다.

해외여행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켜보되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같이 문명으로부터 떨어진 곳은 우리와 같은 문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들의 삶이 우리와 전혀 달라 우스꽝스럽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다만 다를 뿐,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행에서 조금 더 나아가자. 이제 우리는 자연을 더욱 거룩하게 여기고,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부처로 보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와 문화를 가슴으로 배우고 삶으로 실천하는 자세, 곧 순례의 자세로 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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