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웅전 마당에서 기와시주를 받는 것은 보기에 좋지가 않다. 충남 ㄱ사찰
어느 절이나 불사가 없는 절은 없다. 오래된 건물이 퇴락해서 대보수를 하는 경우, 기와가 낡아서 번와를 하는 경우, 기둥이 썩어서 갈아 넣는 경우 등과 같이 기존의 건물이나 구조물 혹은 시설물을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에 의해서 새로 건물을 짓거나 구조물을 축조하거나, 시설물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부터 사찰의 불사는 그 사찰의 스님들이나 신도들이 화주보살이 되어 불사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중창이나 중건불사를 위해 건물을 해체하거나 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상량문이나 연기문을 보면 무슨 연유 때문에 누가 언제 시주를 했으며, 그 당시 주지스님은 누구이고 화주는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사찰의 불사는 일차적으로 그 절의 신도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서 지원되는 보조금이 보태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최근에는 사찰에서 불교대학이나 박물관대학, 템플스테이 등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불사금을 마련하기도 한다. 또한 찻집이나 서점, 음식점을 운영하여 얻어지는 이익금을 불사금으로 쓰기도 한다. 이것을 보면 과거에 불자들에게만 의지했던 불사금 마련이 점차 사찰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사금 마련의 한 방법으로 기와를 시주받는 경우가 있다. 기와에 소원을 적어 그 기와를 사찰에 봉납하는 방법인데, 보통 기와 한 장에 만원 정도를 내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서인지 여러 사찰에서 불사금을 모으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불사가 없어도 일년내내 기와시주를 받는 사찰도 있어 절에 가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사찰의 가장 중요한 대웅전 마당에도 판을 펼치고 기와시주를 받는 사찰도 있어 보기에 좋지가 않다. 사찰의 중심공간은 다양한 신앙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며 한편으로는 존숭되어야 할 공간이기 때문이다.

기와시주를 통해서 불사에 참여하는 것은 불자들에게는 복전을 일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소속 사찰의 불사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와시주를 받는 방법은 조금 더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다. 불사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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