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사르보다야운동과 사방승가운동

생태사회, 마을과 지역중심 재편화
산업화가 ‘떠돌이 문화’로 전락시켜
스리랑카 불교 토대로 개발운동 전개

현전승가 존재 토대는 바로 ‘사방승가’
‘사방승가운동’, 불교 가르침 실천
긴급구호와 마을개발운동도 펼쳐

▲ 2005년 대한불교청년회의 라오스 해외 구호 봉사의 모습. 최근 한국불교 역시 자비 사상에 입각한 국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세계적 파급력은 떨어진다. 한국불교도 불교적 사상을 근간으로 한 사회운동을 고민할 때이다.
붙박이 문화와 떠돌이 문화
대안적 생태사회는 마을과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조화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약탈적인 세계화에 대응하며 지역의 경제적 자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하는 방식은 결국 자신들끼리 의존도를 높여가며 서로 돕고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에 의존하는 순간 자본과 산업에 포섭되며, 고유의 문화도 파괴되며 공동체도 해체되는 경험을 이미 충분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돈과 자본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사회속에서 이미 ‘고향’의 개념은 사라졌다. ‘붙박이 문화’가 아니라 모두 ‘떠돌이 문화’가 되었다. 오늘날 집과 아파트는 거주하는 생활공간이 아니라 사고팔며 부를 축적하는 자본으로 전락했다. 한 지역에서 20년 넘게 사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된다. 더 넓은 고급아파트로, 시골에서 도시로, 더 좋은 학군으로 이동하면서 산다.

이렇듯 ‘떠돌이문화’는 이웃의 도움을 얻을 필요도, 이웃과 사귀며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다. 또한 마을의 냇물이 오염되어도, 산의 파괴되고 개발이 되어도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업화와 산업사회 이전까지 역사는 ‘붙박이 문화’였다. 한 지역에서 대를 이으며 가문을 이루며 살아왔던 것이다. 인근의 나무나 풀뿌리 하나하나 선조들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다. 냇물이 더럽혀지거나, 강물이 오염되면 마을사람들은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으며 나무가 함부로 베어지는 것을 눈감고 보고 있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인근의 자연은 자신의 선조들이 물려준 재산이기도 했지만 자신과 후손들이 살아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운동’
오늘날 개발문제와 환경오염 등의 사안에 많은 환경단체들이 사안별로 대응해 왔다. 낙동강 페놀사건, 동강댐개발, 새만금간척, 북한간 관통도로, 천성산 터널문제에서 최근 4대강개발까지 불교환경운동단체들은 대응 해야 하며 개발을 막고 나아가 개발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러나 ‘시지프스의 노동’처럼 하나가 성공하고 나면 또 다른 일련의 개발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대응 해야 한다. 이렇게 개발과 파괴를 저지하는 운동을 언제나 중앙의 환경단체나 불교종단이 모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으로 결국 지역을 지키고 지역에 애정을 갖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지켜져야 한다. 지속되는 개발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진화된 방식은 결국 풀뿌리 지역공동체운동의 강화로 모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지역풀뿌리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고, 지역운동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각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이러한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가 파괴적인 산업화에 대응하는 문명전환적 대안이라고 간디는 강조했다. 간디는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저서에서 가난한 사람들끼리의 상호부조와 마을공동체가 산업사회 자본의 횡포에 대항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가난한 나라의 개발운동으로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운동(Sarvodaya Shramadana)’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운동의 창시자 아리야라트네 박사에 의해 개인의 깨달음과 가족의 각성, 마을공동체의 각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가와 세계의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완결적 개발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스리랑카의 반이 넘는 1만3천여개 마을이 참여해 온 운동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전국 33개의 지역센터와 345개의 구역센터, 505개의 마을에 마을금고를 운영하며, 3,359개의 마을은 독립적인 법인으로 주민자치형공동체로 운영되고 있다. 사르보다야의 정신은 ‘가난도 부정하지만, 풍요도 부정한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사회개발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경·세대 넘는 일본의 사방승가운동
불교적 가르침에 근거로 한 사회운동으로는 일본 일련종 스님인 이모토 가츠유키(井本 勝幸)의 사방승가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장소에 4명 이상의 비구가 모여 대중이 형성되고, 포살과 자자, 여타의 갈마 등이 이루어지는 승가를 현전승가(現前僧伽)라고 한다.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승가공동체가 바로 현전승가다. 그러나 이 현전승가가 존재할 수 있는 토대는 ‘사방승가(四方僧伽)’다. 이는 시간적으로 과거로부터 미래에 걸쳐 확대된 공동체, 공간적으로는 우주적으로 확대되고 시간적으로 과거 미래를 통합한 승가공동체를 지칭한다.

이 사방승가라는 개념은 이미 한 국가단위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는 것이다. 나아가 미래세대를 포함하여 미래에 살아갈 생명들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생태위기가 우리에게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현재의 생존을 강조하고 있는 지금, 국가라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세대와 생명의 삶을 하나의 큰 공동체로 두고 사고하는 사방승가는 매우 의미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에 시작된 이모토 스님의 사방승가운동은 현재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불교국가 모든 지역에 지부를 만들어 상호 지원하고 도우며 지역의 자립적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사방승가운동은 ① Self-Sufficiency(순환적이고 자족적인 삶) ② Dharma Practice(마음의 수행) ③ Autonomy(자율적인 자치와 상호 부조적인 연계) 등 3개의 화두를 중심으로 하는 제반 활동을 총칭한다. 이 자립적지역공동체를 ‘불국토’라고 부르며 세상의 억압과 부조리에 대해 ‘제3의 눈’으로 감시하며, 비폭력 평화를 이루어나가고 있다.

이 사방승가운동은 의미있는 환경운동이자, 바람직한 개발협력운동이며, 비폭력 평화운동의 요소를 골고루 갖춘 운동이다. 이는 개발국가들의 자립적인 개발지원방식으로 적절한 불교적 가르침과 원리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모든 나라가 국가에 제한되지 않고 서로 긴밀히 네트워크해 국가간 대립과 전쟁을 어떻게 종식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비폭력 평화운동이다. 그것은 과도한 서구의 물질적인 욕망에 포섭된 개발주의가 평화를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거기에서 비롯된 정치경제문화가 바로 생태계를 위협하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갈등과 폭력의 원인이 되어 강자중심 사회로 재편됐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인도적 구호활동 중에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와 문화를 무분별하게 이식하여 선진공여국의 의존성을 높이는 개발지원이 비판받고 있는 이때, 가난한 마을의 고유한 문화와 공동체를 소중히 하면서 스스로 상호부조를 통해 자치와 자립의 촉진자 역할을 강조하는 이 운동은 대단히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사방승가운동은 기본적으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역통화(Local Money)를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이 지역통화에 가입한 사람들에 한하여 ‘소액대출운동(Micro Credit)’을 실시하고 있다. 이 지역통화운동은 현재의 화폐가 갖고 있는 이자로 인한 투기적요소를 제거하고 순수한 교환기능만 남겨둔 것으로 지역주민들의 상호부조를 공평하게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서로 대면적 거래를 통해 공동체를 심화시키는 매개이지만, 일반 화폐처럼 재산으로 축적할 수 없다.

현대사회는 상품생산을 통해 돈을 벌기보다는 금융과 투기자본, 고리대업으로 잘사는 사람을 더욱 잘살게 만드는 비도덕적 화폐시스템이다. 이것을 지역에서 걷어내면서 그 의존성을 최소화시켜나가는 것이 지역통화이다. 보완통화, 대안화폐라는 이름으로 널리 이용되는 지역통화는 1982년 캐나다의 마이클 린튼에 의해 시작돼 현재까지 가장 널리 실시되고 있는 LETS(Local Exchange & Trading System), 에드가 칸에 의해 개발된 ‘타임달러’, 일본의 ‘후레아이표’, 스위스의 ‘비어(Wir)은행’, 아르헨티나의 ‘교환클럽’, 브라질의 ‘팔마스 은행’, 독일의 ‘레시오’, 이탈리아의 ‘윤리은행’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며, 가난한 사람들끼리 상호부조하면서 지역공동체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지역통화에 참가한 사람들 간의 소액대출을 통해 가내공업을 육성하고 지역자립적 산업을 육성한다. 이 무담보 소액대출운동은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가 1976년에 만든 그라민은행(Grameen Bank)에서 시작되어 현재 방글라데시의 600만명이 넘는 빈민 58%를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상환율은 90%가 넘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도 많은 복지기구들이 도입하고 있다. 사방승가운동에서는 이 지역통화와 무담보 소액대출운동을 전담하는 기구 ‘붓다뱅크(Buddha Bank)’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사방승가운동은 긴급구호활동과 마을개발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서도 선진국의 공여에 의존하지 않고, 가까운 지역의 사방승가구성원들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종자를 주고 이익의 20%를 상환받는 볍씨은행, 농사를 위해 소를 빌려주는 소은행, 붓다연못, 붓다로드 등의 방식을 통한 자립적 마을개발을 전개하고 있다.

사방승가운동은 매년 6월에는 세계동시평화법회를 진행한다. 2006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매년 시행되는 이 법회는 지정된 몇몇 특정장소에서 사방승가에 참여하는 중심적 활동가들이 지역협력과 자립을 위한 공동의 행동을 논의하며 전쟁과 갈등, 가난이 사라지도록 평화를 기원하는 법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렇게 불교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종교를 뛰어넘는 생태적 지역운동이 곳곳에서 시도되고 미래의 희망이 되는 사례에 우리는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