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명사 초청법회 - 박문호(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우주와 불교의 세계관

박문호는 … 1986년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일하다 1991∼97년 미국 텍사스 A&M대에 유학하여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천문학과 물리학,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통하는데 삼성경제연구원, 서울대, KAIST, 불교TV 등에서 우주와 자연, 뇌를 주제로 강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1년 펴낸 〈뇌, 생각의 출현〉은 그해 베스트 10에 오르기도 했다.

 우주의 출현은 중중무진
“의상대사 화엄법계도
우주의 흐름을 극명히 표현”

〈뇌, 생각의 출현〉 저자이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인 박문호 박사 초청 재가불자 특강이 12월 30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렸다.

박 박사는 이날 우주 빅뱅 이후부터 인간의 의식까지 가는 방향으로 봤을 때, 10가지 큰 사건을 열거하여 설명하고 화엄경 ‘여래출현품’과 ‘입법계품’, 반야심경을 토대로 불교적 연관성을 설명했다. 우주의 세계와 불교의 연관성을 설명한 강연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정리=노덕현 기자


우주의 시작은 언제부터 일까요. 대략 137억년이라고 합니다. 2003년 이후 자연과학계에서는 우주의 나이를 137억년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의 가장 큰 발견은 우주의 나이를 비교적 정확히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주에 있어서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일까요.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시간동안의 10대 사건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는 빅뱅입니다. 우주의 시작인 것입니다. 인류가 우주의 나이를 알게 된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대칭붕괴가 일어난 것입니다. 태초에 우주는 그 어떤 하나로 설명되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힘이 빅뱅 이후 10의 마이너스 43승 초라는 극히 찰나의 순간에 분화됩니다.

이 네 가지 힘은 중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을 칭합니다.

세 번째는 양성자가 출현한 것입니다. 양성자는 수소 원자의 핵입니다. 우주 전체의 구성성분 중 70%가 수소입니다. 수소는 지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H2O입니다. 산소와 결합돼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자연 상태의 지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극히 드물지만 황화수소 형태로 지구 화산활동에 의해 미량이 올라옵니다.

수소는 양성자입니다. 이 양성자는 질량이 가장 낮은 입자입니다. 중성자는 불안정한 입자로 대부분이 찰나적입니다. 10억 분의 1초 만에 사라지는 입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바뀌다 최종적으로 안 바뀌는 것이 이 양성자입니다. 양성자의 수명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10의 35 승 이상 살 수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우주의 나이만큼이나 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수소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물 형태로 우리 몸에 있습니다.

우주 전체에도 수소가 대부분입니다. 태양계 중 목성이 대표적입니다. 목성은 수소로 이뤄져 있습니다. 목성은 물보다 조금 무겁습니다. 목성의 대기는 4000km에 걸쳐 가스 상태로 존재합니다. 토성도 거의 수소입니다.

우주의 큰 사건 중 네 번째는 항성이 출현한 것입니다. 항성은 별입니다. 목성 토성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입니다. 항성은 태양입니다. 별이 되기 위해서는 핵융합을 해야 합니다. 그 많은 별들은 초단위로 수백만 개의 수소폭탄이 터지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원핵세포의 출현입니다. 원핵세포가 38억 년 전 지구 표면에 출현했습니다. 45억 년 전 지구는 소행성들이 충돌해 녹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 수증기가 된 대기가 식으며 바다가 됐습니다.

38억 년 전 원핵세포가 나타는 것은 일대 혁명이었습니다. 전체생명은 진핵세포와 원핵세포로 나뉩니다. 원핵세포는 생명의 정보인 DNA가 세포질 속에 부유하는 것을 칭합니다. 화합합성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 원핵세포는 Co2를 양분으로 합니다.

여섯 번째는 광합성입니다. 이산화탄소에 수소가 결합돼 포도당이 된 것입니다. 이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만나면 생명의 신비가 풀립니다. 38억 년 전 태양에서 강한 전기 자극에 의해 결합되며 포도당이 된 것입니다.

지구 대기에 산소는 초기에 없었습니다. 질소와 이산화탄소가 많았습니다. 대기 중 20%가 이산화탄소였습니다. 이런 이산화탄소가 현재 0.03%가 된 것입니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잘 녹습니다. 바닷물과 이산화탄소가 만나면 탄산수가 됩니다. 이 탄산수에서 양성자가 빠져나가면 탄산칼슘이 됩니다. 바로 산호와 조개껍질 등의 주원료입니다.

이것이 고생대 초기 바다 아래 계속 쌓이고 쌓여 눌리고 눌려 석회암이 됐습니다. 지금의 콘크리트, 시멘트가 된 것입니다. 선조들이 조개로 집을 지은 것이나, 현재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것이나 매한가지 인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다세포 생물의 출현입니다. 광합성으로 인해 산소가 증가하며 공기 중 산소 농도가 10%가 넘어가 시작된 변화입니다. 산소는 활성화가 잘됩니다. 활성화된 산소는 산화작용을 하는데 이로 인해 끈적끈적한 콜라겐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여러 단세포들이 달라붙으며 다세포 생물이 탄생한 것입니다. 바로 6억 년 전입니다.

여덟 번째는 척추동물이 출현한 것입니다. 위의 다세포 생물은 출현 후 멸종합니다. 이후 지금으로부터 5억 4000만 년 전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납니다. 캄브리아 생명의 대폭발로 불리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때 강장 동물 등 대부분의 생명이 탄생합니다.

아홉 번째는 현생인류, 즉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입니다. 현생인류 전까지 19종의 영장류가 경쟁했습니다. 그 결과 남은 유일한 호모사피엔스가 지금 70억 개체로 불렸습니다. 3만 년 전까지 마지막까지 경쟁한 종이 바로 네안데르탈인입니다.

언어의 출현으로 인류 생존

열 번째는 바로 언어의 출현입니다. 위의 현생인류의 생존원인이 바로 언어의 발달입니다.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모두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자음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언어가 모음 위주였습니다.

모음은 ‘으어으어’ 길게 늘어지는 말입니다. 판소리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자음은 딱딱 분절음으로 끊어집니다. 무리가 규모가 커지면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도 등이 필요합니다. 모음만으로는 그 구조를 견디기 힘듭니다.

예로 빙하기가 닥치며 사냥 등에 나섰을 때 모음 만으로의 언어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생존이 결정됐습니다. 현생인류에 자음이 발달한 것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초기 무리가 대규모였던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류는 언어를 50만개가량 사용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전체 우주의 흐름에서 이 언어의 출현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의 아홉 가지가 가능하게 된 것이 바로 언어의 출현에 의해서입니다. 바로 우리의 뇌 속에 가상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한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도구를 만든 것. 둘째는 상징을 만든 것입니다. 도구를 만든 것은 환경을 지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든 제도, 시스템, 이동수단 등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으로 향하는 도구도 필요했습니다. 바로 상징입니다.

상징은 뇌가 만들어낸 인위의 것입니다. 그 안에는 종교도 있으며, 철학도 있고, 모든 학문이 있습니다. 이는 뇌가 만든 또 다른 우주입니다. 인간이 출현하며 상징을 만든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바깥을 향하지 않고 안으로 향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외계인이 여의도에 도착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 외계인은 국회의사당 건물을 보며 ‘아 딱딱하다. 이것은 우리별에도 있다’고 인식할 것입니다. 차를 보고서는 ‘Fe다’고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지만 KBS 간판을 보고서는 뭐라고 생각할까요. 네온사인 간판에 대한 물질적인 것은 알지라도 그 의미에 대해서는 한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것이 언어입니다. 언어는 전적으로 뇌가 만든 자극입니다.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언어인 것입니다.

불교 안에 우주가 있어

불교에서는 이런 우주의 세계를 잘 설명합니다. 법정 스님이 번역한 화엄경 내용 중 여래 출현품과 입법계품을 설명한 내용을 보면 여래는 무한한 인간, 무량한 인간으로 출현했다고 합니다.

‘한량없는 법으로서 출현하느니라, 한 가지 사실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는 것들로 출현한다.’
이 내용을 봐도 우주의 출현은 중중무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의 경계가 여래의 경계인 것을 알면 속박도 해탈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음 하나 생하면 종종 법이 생하고 마음이 멸하면 종종법이 멸하는 것입니다. 법계가 곧 우주인 것입니다.
경전에서는 여래가 한량없는 인연과 성취로 출현하며, 무량무변하므로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크고 넓기가 허공과 같아 서로 장애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주의 흐름이 이와 같습니다.

의상 대사의 화엄법계도는 이런 우주의 흐름을 극명히 표현한 것입니다. 지엄 스님이 책을 던져 다 탄 것 중에 끝가지 타지 않고 남은 것이 바로 화엄법계도입니다. 우주의 시공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리의 본체에 가는 것이 어떻게 되는 것을 알려준 것입니다.

우주의 본질은 바로 상호작용입니다. 어떤 양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작용을 통해 결국 그 값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빅뱅 이후 빛이 나왔습니다. 로켓이 빛의 속도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로켓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 질수록 빛이 길어집니다. 하지만 빛의 속도가 되는 순간 모든 빛에서 길이가 사라지고 시간이 멈춰지게 됩니다.

이를 과학에서는 로렌츠 수축이라고 합니다. 공간이 사라지고 동시에 시간이 영원히 멈추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있지만 없는 듯 그대로 상주하는 상태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모든 공간이 불생불멸이요, 불구부정이요, 부증불감입니다.

반야심경의 내용과도 통하는 것입니다. 공(空)은 에너지 차이가 없는 세계이며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 세계이므로 감각기관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제법공상은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의 세계인 것입니다.

반야심경의 세계는 또 에너지의 차이가 없음도 설합니다. 에너지의 차이가 없으면 상호작용에 의한 모든 감각이 사라집니다. 저절로 안이비설신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모든 감각과 차이를 인식하지만 그 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은 감각에 구속되며 인간은 의미에 구속됩니다. 우주는 중력에 구속됩니다. 인간은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의미에 구속돼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도단의 경지, 의미에 천착하지 않는 자세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봉은사 일요 명사 초청법회에서 청중은 숨소리를 죽이며 박문호 강사의 ‘불교의 우주관’ 강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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