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명주 박사의 암베드카르와 현대 인도불교 〈1〉, 암베드카르는 누구인가 상

인도의 불교라는 말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과거는 부처님 당시일수도 있고 화려했던 대승불교 시대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인도에서는 불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불교가 탄생하고 발전했던 그 땅에서 ‘신불교’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현대인도불교를 살펴본다.

▲ 암베드카르(Bhimrao Ramji Ambedkar; 1891~1956)
인도는 부처님의 나라이자 불교의 발상지이다. 따라서 지금도 인도에서 불교가 부처님 당시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놀랍게도 현재 인도의 불교인구는 전체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화려하게 성장했던 인도에서 불교는 12~3세기경에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정체성을 잃어버린 불교가 서서히 힌두교로 흡수되어버렸다는 설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를 하고 있다. 현장 스님이 인도를 방문했던 7세기에도 이미 쇠퇴의 기미를 보여주던 불교는 이슬람의 침공과 함께 거의 인도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인도에서 완전히 잊혀졌던 종교인 불교가 다시 주목받게 되고 거의 찾아볼 수 없던 불자의 수가 그나마 인구전체의 1%에 가깝게 된 데에는 1956년에 있었던 불가촉천민들의 집단개종행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56년 10월 14일에 열렸던 이 집단개종식에서 사십만명의 사람들이 힌두교를 버리고 불자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 개종식의 중심에는 암베드카르 박사가 있다. 이 개종식에서 암베드카르는 이 거대한 군중 앞에서 당시 인도에서 가장 법납이 높은 승려였던 미얀마 출신 우 찬드라마니 스님께 수계를 받았다. 삼귀의를 낭송하고 불상 앞에 삼배를 올린 암베드카르는 군중들을 향해 돌아서서 불교로 개종하고자 하는 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라고 외쳤다. 흰 옷을 입고 그곳에 모인 사십만명의 군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암베드카르를 따라 삼귀의와 오계를 낭송하고 불자가 되었다. 다음날 늦게 도착한 십만명의 군중을 위해서도 같은 의식이 열렸고 이틀동안 무려 오십만명의 사람들이 불교신자가 되었다. 이는 인도에서 고적으로만 남아있던 불교가 살아있는 종교로 다시 부활하는 계기이자 ‘신불교’로 표현되는 현대인도불교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집단 개종을 이끌어낸 암베드카르 박사는 현대 인도에서의 불교부흥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암베드카르 박사는 인도의 초대법무부장관이다. 그러나 그는 인도의 계급제도인 카스트제도에서 말하는 ‘불가촉천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카스트제도는 300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흔히 알려진 대로 카스트는 브라만, 크샤트리야, 바이샤, 수드라의 네 계급으로 구성된다. 그러면 말 그대로 접촉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의미의 불가촉천민은 어디에 포함될까? 그들은 그 카스트에도 들 수 없는, 카스트 바깥의 존재들이다. 이렇듯 그들은 인간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그 아래에 있는 무엇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상위계급에 속하는 힌두교도들은 불가촉천민들과 접촉하거나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오염이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불가촉천민들은 상위계급 힌두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멀리서도 알아채고 고개를 돌릴 수 있도록 목에 방울을 달고 다니거나 밤에만 외출을 해야 했다. 또한 그들은 사원출입이 금지되었고, 마을공동우물의 물을 먹을 수도 없었으며 버스나 기차에 빈자리가 있어도 앉을 수 없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차별은 19세기 말까지 성행했다.
 

우명주 박사는…
동국대학교(경주) 불교학과 졸업. 델리대학교 불교학과 석ㆍ박사를 거쳐 델리대학교 동아시아 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한겨레 21 인도통신원으로 활동했다. 오는 3월부터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로 강의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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