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마음산업&불교]이제 마음산업에 나서자

간화선, 생활밀착 프로그램 개발 필요
취미 생활하듯 ‘마음 챙김’ 할 수 있어야
사찰·신행단체 마다 ‘마음 공부’ 법회 개설
치유 내세운 비불교적 마음산업과 차별화를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길을 가는데 만공 스님이 시주자루가 무겁다며 불평을 했다. 이때 경허 스님이 지나가는 처녀를 희롱했고 이 광경을 본 동네 사람들이 쫓아오자 두 스님은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산길에서 한숨 돌리게 된 경허 스님이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

“시주자루가 아직도 무거우냐?”
“맞아 죽을지 모르는데 무거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다. 무겁다는 생각이 없으니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겠느냐.”

〈경허집〉에 나오는 일화는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가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화엄경〉(華嚴經)의 중심 사상으로 일체 만물의 움직임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고 존재의 본체마저도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가르침이다.

일체유심조 어느새 ‘산업’으로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이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담 스미스가 생각한 ‘마음의시장’은 2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면서 비로소 현실화되고 있다.

21세기 미래시장은 마음이 만들고 마음의 변화가 시장을 움직인다. 또 이러한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진정한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즉, 마음산업 시대의 도래다.

이를 비즈니스에 가장 잘 적용한 이가 바로 ‘스티브 잡스’(1955~2011)다. 인문학이 강한 미국 리드 대학을 다니며 불교공부를 한 잡스는 ‘스즈키 선사의 선심 초심’ 등을 통해 사람의 감성에 대해 공부했다. 잡스는 선(禪)이 주는 단순함과 간결함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평온함을 주는지를 깨닫고 이를 상품에 반영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마음 챙김 명상을 비롯한 다양한 명상, 수행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 이면에는 영적 체험을 통한 개인적인 안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열기와 함께 이를 활용해 개인의 삶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자 함이 컸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종교, 그 중 불교는 신앙이 아닌 문화와 기호(嗜好)로서 생활의 일부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불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마음산업 ‘웰빙’, ‘힐링’ 바람
시중에는 관련 서적들이 봇물을 이루고 단(丹), 명상 등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도 명상, 요가 등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요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만도 200여 군데나 되며 단월드로 대표되는 명상센터도 300여 곳에 이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국인 관광객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며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해마다 참가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도 118곳 22만 명의 내외국인들이 모여들었다.

세계적인 상품코드로 부상
마음산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미국의 경우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자기계발(self-improvement) 산업의 규모가 약 60억 달러에 이르며 매년 10% 안팎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음산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자아를 찾는 법,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 화를 다스리는 법, 건강하게 사는 법 등이다.

이와 관련된 심신치료프로그램, 요가프로그램, 서적,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집중명상 등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마음 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을 활용한 심리치료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계와 심리학계에 운영되고 있는 주요프로그램으로는 마음 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MBSR), 마음 챙김 명상에 기초한 인지치료(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수용과 전념치료(ACT) 등이 있다.

또한 명상, 통찰,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아바타(Avatar), 랜드마크(Landmark), 원네스(Oneness) 등이 있다. 여기에 자기계발 관련 제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 또 아시아에서 각광받는 마음 산업의 분야는 국내 수행단체의 명상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문화·사회적 반발을 사지 않고 세계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마음산업은 매우 주목받고 있다.

세속적 목표에 머무는 경우 많아
하지만 현대 명상 프로그램 등 마음산업은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프로그램 목표가 스트레스 해소, 건강, 세간적 행복 등 세속적 목표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윤희조 불교와심리연구원 원장은 “외국 프로그램들이 불교수행법을 대중화하고 있는 공로는 있지만 생사해탈이나 열반 등 불교 근본목적에 근거하고 있기보다 치유기법으로만 활용하는 측면이 있어 불교의 깊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마음산업의 호황은 역으로 불교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음산업이 각광받게 된 이면에는 공동체에 기대왔던 영역이 개인화가 된 것이 크다. 수행의 개인주의가 강해진 것이다.

불교계 안으로 돌아보면 그동안 전통과 규모를 갖췄던 조직은 날로 위축되고 있는 반면,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조직들은 활성화 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수행을 취미활동으로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춰 불교계도 사찰과 직장에서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수행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음공부 정기법회와 같은 것들이 그 것이다.

그 근간은 중생이 자유롭고 행복함이 곧 불교의 근본목적임에 기인한다. 스님들의 수행을 전문인력 양성으로 전환해 사회적 회향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생교화 자체가 포교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명상상담연구원 원장 인경 스님은 이에 대해 “일상생활, 특히 개인생활과 연계된 수행법과 심리치료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며 “불교수행도 단순한 신행활동을 떠나 실용성을 담보로 한 각 개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간화선 대중화로 마음산업 주도해야
그런 측면에서 간화선은 최적의 수행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교원이 2003년 신도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계적으로 지도받고 싶은 수행법으로 ‘참선’이 59%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선 수행하는 불자는 기도, 염불 등에 비해 적은 17%에 불과했다. 2010년 수도권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7%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재가 신도 교육과 수행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실생활에 맞는 참선법과 프로그램 개발이 부족했다는 것이 크다. 일례로 위빠사나의 경우 죠셉 골드스타인, 새론 샐츠버그, 잭 콘필드 등의 활동으로 대중화가 됐으며 존 카밧진이 창안한 마음 챙김은 인지치료와 조합해 이용되고 있다.

김홍근 간화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간화선이 현대인들의 일상생활과 밀착돼지 않은 것이 주요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간화선 수행프로그램 개발은 불교 미래를 좌우할 핵심과제”라며 “과학적이고 단계적 훈련프로그램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화선 비롯한 한국수행법의 미래는?
간화선을 비롯한 한국수행법이 좀 더 널리 알려지고 대중화되려면 몇 가지 장애를 극복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그 무엇보다 현대인들을 위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응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을 위한 참선 스케줄과 함께 수행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변화를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아울러 전국사찰 시민선원 공간확대와 선 프로그램 상설 운영, 주5일제에 맞춘 1박 2일 프로그램, 인터넷을 통한 전자입실 점검 시스템 활용도 모색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재 서강대 교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상 삶에서 몸소 선 수행을 생활화 하며 그 자리에 삶의 모범이 되는 것이 선수행 대중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효율적인 눈높이 지도를 위해서는 입실점검이 가능한 스승들의 점검 체험 공유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며 “획일화된 집단적 입문 프로그램은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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