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뱀

〈숫타니파타〉에선 수행에 비유
은혜 갚는 뱀도 자주 등장

부처님, 법을 뱀에 비유 설법
“잘못 파악하면 독에 물리는 격”

▲ 2013년 흑사의 해를 맞았다.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뱀은 여러 불교 경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림은 통도사성보박물관 십이지의 뱀.
뱀은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동물이다. 남남동을 지키는 방위의 신이자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로 사람들에게 숭상을 받고 있으며 한국인의 12명 중 1명은 아마도 뱀띠일 가능성이 있기에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뱀과 연관을 맺고 살고 있다.


조선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책에는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하였다고 전해진다. 십이지 동물로서 뱀은 다른 동물에 뒤지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었으며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하는 친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뱀은 어떠한가? 뱀은 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징그러운 존재에 불과하다.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 몸으로 기는 기괴한 이동법 등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뱀의 치명적인 맹독은 사람들에게 뱀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했다. 현실 세계에서 뱀은 항상 조심해야 하고 피해야 하는 징그럽고 거북한 존재다.한편으로 뱀은 노쇠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명약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뱀을 잡아 돈을 벌었고, 뱀을 먹고 건강해지길 원했다.

경전속의 뱀은 수행에 비유
그렇다면 경전 속에서 뱀은 어떻게 나타날까? 〈숫타니파타〉 첫 장에서는 수행자가 고행을 통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뱀의 허물을 벗는 것에 비유했다. 17개의 경구 중 두 개만 골라 보면 이렇다.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연못에 핀 연꽃을 물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말끔히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이처럼 뱀은 기존의 습을 허물처럼 벗어버리고 수행자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래서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리고 일체의 세계로 들어서는 수행자는 뱀이 허물을 벗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숫타니파타〉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히말라야에 흐르는 물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이는 똑같은 물이라도 누가 먹느냐에 따라서 그 쓰임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소가 먹는 물은 젖이라는 긍정적인 것을 낳고 뱀이 먹는 물은 독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뱀의 독은 부정적 측면의 표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뱀의 습성은 법에 비유되기도 한다. 〈맛지마니까야〉에는 ‘뱀의 비유의 경’이 있다. 여기서는 이전에 독수리 사냥꾼이었던 아릿타 비구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릿타 비구는 “내가 세존께서 설하신 법을 알기로는, 장애가 되는 법들이라고 설하신 것을 수용해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비구들은 아릿타 비구에게 나쁜 견해를 고쳐주려고 질문하고 반문하고 추궁하며 그를 설득한다.
“도반 아릿타여, 그렇게 말하지 마십시오. 세존을 비방하지 마십시오, 세존을 비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세존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도반 아릿타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장애가 되는 법들을 설하셨고, 그것을 수용하면 반드시 장애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뱀 머리의 비유로 감각적 욕망은 많은 괴로움과 많은 절망을 주고 거기에는 재난이 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득에도 불구하고 아릿타 비구는 그의 견해를 완강하게 고수하고 고집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비구들을 불러 법을 잘못 파악한 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준다.


“비구들이여, 예를 들어 땅군이 뱀을 원하고 뱀을 탐색하고 뱀을 찾아다니다가 큰 뱀을 보았다고 하자, 그 사람이 그 뱀의 몸통이나 꼬리를 잡는다면 그 뱀은 되돌아서 그 사람의 손이나 팔이나 몸의 다른 부분을 물어버릴 것이다. 그 때문에 그 사람은 죽음에 이르기도 하고 죽음에 버금가는 고통을 당할 것이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이여, 뱀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중략) 법을 배우지만 그 법을 배워 통찰자로서 그 법들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다.

그럴 때 그들에게 그 법들은 확립되지 못한다. 그들은 오직 다른 이들을 논박하고 자기 교리를 주장하기 위해 법을 배우므로 법을 배우는 그 궁극의 의미를 체득하지 못한다. 그들이 잘못 파악한 법들은 그들을 긴 세월 불이익과 고통으로 인도할 것이다. 그것은 무슨 까닭인가? 비구들이여, 법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처님은 땅군을 수행자에 뱀을 법에 비유해 비구들에게 설명하셨다. 결국 법이라는 것은 제대로 살펴야 그 진정한 뜻을 궁극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혹여나 잘못 파악하면 뱀의 독에 물리는 격이 된다는 것을 당부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은혜 갚는 이야기 속의 뱀
〈경률이상〉에서는 은혜를 입은 뱀이 자신의 독으로 이를 보은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경률이상 11권’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보살이 큰 재판관이 되어 재산을 엄청나게 많이 쌓았는데, 언제나 3존(尊)을 받들었고 중생들을 사랑으로 대하였다. 그는 중생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그러던 어느날 홍수를 예언하고 배를 타고 거처를 떠나고 있는데, 물에 떠내려 가는 뱀과 여우와 사람을 구하게 된다.


이후 보살은 구해준 사람 때문에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자 뱀이 나서게 된다. 뱀은 보살을 찾아가 약을 건네준다. ‘내가 태자를 물테니 이 약으로 태자를 구해 목숨을 구하십시오’라고 말한다.
이후 뱀은 태자를 물게 되고 태자는 곧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된다. 왕은 명했다. ‘태자의 목숨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상국(相國) 벼슬을 봉하여 나와 함께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겠느니라’
보살이 뱀에게 들은 대로 약을 전했더니 태자는 감쪽같이 병이 낫게 되었다. 이후 보살의 진실이 밝혀지고 죄를 면하게 된다. 이후 왕은 보살의 조언을 받들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게 된다. 홀아비와 과부, 고아들을 어여삐 여기기를 꼭 자기의 친아들처럼 하였으니, 온 나라 사람들이 기뻐하면서 웃음을 머금고 행하였다고 한다.


26권에 나오는 이야기 역시 이와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한 도사가 뱀, 까마귀, 사냥꾼을 구해주게 된다. 이후 도사는 오해를 사게 돼 감옥에 갖힌다. 이때 뱀이 태자를 물어 뱀이 준 약을 통해 도사가 풀려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간은 보살이나 도사를 해치는 존재로 나오고 뱀은 보은의 동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뱀의 독은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뱀은 자신의 독을 이용해 사람을 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의 뱀은 부정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상 세계의 뱀은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뱀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동물도 없었다. 경전 속에서 설화속에서 뱀은 인간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대리자로서 인간 내면의 여러 요소가 뱀의 입과 몸을 빌려서 나타난다.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복수의 화신으로, 때로는 탐욕스런 절대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 묵은 구렁이인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이다. 또한 저승 세계에서 뱀은 악인을 응징하는 절대자로 나타나며, 악한 사람은 뱀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2013년 뱀의 해를 맞았다. 새해에는 뱀의 긍정적인 면을 배워보자. 인내하고 지혜롭고 의리 있는 그런 뱀의 면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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