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교인들이 말하는 시대공감

▲ 새해를 맞아 4대 종교 성직자들은 우리 시대의 양극화 해법과 나눔을 실천하는 방안을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최일도 목사, 김용해 신부, 권도갑 교무, 마가 스님.
과도한 경쟁… 양극화 심화
병리현상 확산, 사회통합 저해
정부·기업은 일자리 만들고
국민은 희망 잃지 말아야
삼륜청정·무재칠시 ‘행복씨앗’

진 행
개신교 최일도 목사
    (다일공동체 대표)
대 담 
불교 마가스님
    (자비명상 대표)
가톨릭 김용해 신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원불교 권도갑 교무
    (행복가족캠프 운영)

그 어느 때보다 세상 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고실업 저성장에 허덕이는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엿볼 수는 없는 것일까? 2013년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제 새해를 맞은 우리는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4대 종교의 성직자들이 모여 우리 시대의 양극화를 넘어 나눔을 펼치는 방안을 모색했다. KTV의 멘토링토크에서 자리를 같이한 네 종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정리=정혜숙 기자·사진제공=KTV

양극화 넘어 더불어 사는 세상
진행자: ‘당신이 느끼는 양극화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5%가 경제적 양극화라 답했습니다. 소득과 소비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말일 텐데요. 우리 사회 양극화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십니까?

김용해 신부: 최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소득층의 수입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부채액만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빚지고 결혼하고 빚지고 아이 키우는 가정이 많아요. 결국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마가 스님: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 가계의 월수입이 35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해요. 문제는 이 수입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수입은 적은데 쓸 곳은 많고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가정파괴, 이혼, 자살 등의 문제까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양극화의 원인 어떻게 보십니까?

김용해 신부: 과도한 경쟁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기업 간 경쟁은 기업들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게 하고 개인 간의 경쟁은 더 많은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간의 발전을 도모합니다. 하지만 이는 경쟁에서 뒤지는 개인이나 기업, 집단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양극화는 경쟁의 결과지만 개인 불행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이 경제적 양극화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김용해 신부: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자본가는 도덕적 회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또 다수의 몫을 가진 자들은 빚에 허덕이고 근로의욕을 상실하기 쉽고 사회가 불안정해져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게 되기도 하죠. 사회공동체가 붕괴되고 공동선, 민주주의, 사회적 기본 설비가 후퇴하게 되고, 소비가 위축되어 산업발전의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권도갑 교무: 교육에 있어서도 상위 소득의 자녀들이 외고나 명문대 진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빈부의 대물림이 교육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중앙과 지방의 소득 격차도 큽니다. 이렇게 나타나는 경제적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적 양극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진행자: 그렇습니다.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김용해 신부: 일단 개인의 자유의지, 선택, 동기부여를 존중하면서 보편적 복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고 시장의 공정성도 유지해야겠죠. 특히 우리나라에 힘이 집중돼 있는 곳은 소수 재벌이고, 이 힘은 입법·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관료까지 금력으로 포위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언론조차도 재벌의 포로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입니다. 재벌개혁을 통해 정상적인 시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마가 스님: 우리 대기업들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일거리를 뺏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400년간 부를 이어온 경주의 최부자집은 흉년이 들었을 때 땅을 사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가난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땅으로 부를 늘리지 말라는 뜻인데요. 우리의 대기업들도 이를 본받아야 해요. 적어도 가난한 집 밥그릇 뺏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권도갑 교무: 결국 중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물가를 안정시키며 맞춤형 복지정책을 실현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늘리는 일에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우리 국민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높은 정신적인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우리 개개인은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요?

권도갑 교무: 한 조사에 따르면 ‘10년 후 우리사회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의식조사에서 고령자층은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했고, 2030세대들은 현재 숱한 문제점이 있어도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어려움을 절망으로 이어가지 않고 극복해보려는 의지가 엿보였어요. 여러 나라 역사를 돌아보아도, 우리처럼 불과 몇십년 사이에 이만큼의 경제적 성장을 한 국가는 찾기 어렵잖아요. 그만큼 우리 대한민국이 저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가 스님: 우리 사회에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동체대비란 일체중생의 몸과 자신을 한 몸으로 보고 중생에게 행복을 베풀며, 고통을 없애주는 것입니다. 고통을 함께 하자는 것이죠. 타인의 가난과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고 거기서 양극화 문제의 해결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나눔’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진행자: 네에 불교에서 말하는 동체 대비의 정신, 이는 나눔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일까요?

김용해 신부: 나눔과 섬김은 곧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세상과 타인을 섬기고 봉사하면서 자기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키우고 자아를 실현하는 존재입니다.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은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작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것을 나눌 때 더 큰 기쁨과 만족을 얻는 것입니다. 삶, 사랑, 사람은 같은 어원에서 나온 단어들이라 합니다.

마가 스님: 불교에서는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시를 할 때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주고받는 물건, 이 세 가지를 삼륜이라 합니다. 이는 주는 사람도 없고 받는 사람도 없으며 주고받는 물건도 없다는 뜻입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아니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모르게 한다’는 뜻이죠. 마음을 비우고 하는 나눔이 참나눔이라고 봅니다. 삼륜청정의 보시를 하면 무량공덕이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드러내는 봉사는 봉사가 아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이 나눔과 봉사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권도갑 교무: 나눔과 봉사가 인색한 것은 아직도 자기 사랑이 부족한 결과라고 봅니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면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구걸하게 됩니다. 스스로 배가 고프므로 누군가가 나의 배를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사람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겁니다. 나누기도 힘들어 할 뿐 아니라 자신의 나눔에 보답이 없으면 속상해 하죠. 나누고 봉사하는데 기쁨이 없는 겁니다. 자연히 나눔과 봉사에 인색하고 정신 물질로 보답을 바라는 사람이 되는 거죠 

▲ 4대종교 성직자들은 KTV멘토링토크를 통해 시대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풀어냈다.
진행자: 불교에서도 나눔을 보시라고 부르며 타인에게 베풀 것을 강조하지 않습니까? 마가 스님,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베풀라는 말인가요?

마가 스님: 〈잡보장경〉에 무재칠시(無財七施)란 말씀이 있는데 이는 재물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말하고 있어요. 웃는 얼굴, 고운 눈매, 고운 말씨, 따뜻한 마음, 공손한 대답, 자리 양보, 하룻밤 쉴자리를 대접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옛날 우리 선조들은 사랑방을 두어 객이 묵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의 보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도움, 나의 재물을 덜어서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고 또 시간을 나누어 얘기상대도 되어주는 일도 중요하죠. 요즘 또 재능나눔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이런 모든 행위는 복의 씨앗이 되어 그 복이 자라고 열매를 맺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진행자: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눔은 ‘끝나지 않는 꼬리말 잇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그 감사한 마음으로 누군가에 또 도움을 주면서 꼬리말 잇기처럼 계속되는 거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나눔이 이웃을 행복하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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