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로 가는 길의 계류가에 자리잡은 음식점은 주변 환경의 청정성을 해치는 주범이다. 강원도 ㅊ사찰

우리나라 사찰에는 침계루(枕溪樓)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이 여러 곳에 있다. 그중에서도 순천 송광사, 해남 대흥사, 울산 석남사의 침계루는 건물도 좋은데다 자리 잡은 곳이 특별하여 단연 돋보인다. 침계루라는 이름은 계류를 베고 누운 건물이라는 뜻이니 계류에 바짝 붙여 지었을 터이고 그런 까닭에 이 건물에서 하룻밤 묵는 경우에는 밤새도록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적막한 밤에 침계루에서 듣는 물소리는 가히 환상적이다.

우리나라 사찰은 대부분 높은 산, 깊은 골에 자리 잡은 까닭에 물과 친숙한 장소성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전에는 이 물이 지극히 청정하여 식수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목욕시설이 변변치 못했던 그 옛날 사역을 휘감고 흐르는 계류는 스님들이 몸을 씻는 곳이기도 했고, 좌선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만치 사찰에서 계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았으며, 계류의 물은 신성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사찰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은 종교적 관점에서는 분명히 좋은 일이다. 일단 사람들이 찾아와야 포교도 되는 것이고 사세도 번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자연이 제 모습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요즘과 같이 단풍이 아름다운 철에 산사에 가보면 등산객이나 관광객들로 인하여 자연환경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신음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더구나 장사꾼들은 이러한 때를 놓치지 않는다. 사찰 올라가는 길에 자리 잡은 음식점들은 계류 가에 자리를 만들고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유인한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계류의 물소리와 계류 주변의 단풍이 좋아 이들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운데, 여기에서부터 계류의 청정성은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찰과 가까운 곳의 계류는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자연재(自然財)이다. 아직도 우리 사찰은 환경의 오염에 적극적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자연훼손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사찰주변의 자연도 금방 오염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계류는 상류에 오염원이 있거나 사찰 자체에서 오염을 시키거나 음식점들에 의해서 오염이 될 경우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생태적으로 취약한 환경이다. 우리나라 사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이 좋고 물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렇다면 사역을 휘감고 흐르는 계류의 청정성을 지켜내는 것은 불교계에서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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