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고찰의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화강석 계단. 경북 ㅂ사찰-
석굴암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는 본존불의 조형미나 좌향의 의미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석굴을 축조한 재료나 조각을 위해 사용한 석재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과의 조화가 석굴암의 조형적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기술적 제한이 있기도 했겠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진 건물이나 조형물의 재료는 가까이에서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먼 곳에서부터 운반해온 재료는 질감이나 색채가 주변의 그것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질적이 되어 좋은 작품을 만들기가 어려워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찰경관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특히 돌을 사용해서 만든 요소가 많은데, 석단, 계단, 화계, 다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돌요소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발굴조사과정에서 실시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서 확인한 결과이다. 또한 돌을 가공하는 정도에 있어서도 동질적인 기법을 사용하여 요소 상호간에 이질감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였다.

최근 들어 사찰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불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이 절 저 절에서 불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야말로 불사가 유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불사는 예전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새롭게 고쳐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예전에 사용하였던 재료와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진 것을 사용하거나 예전에 만들어진 것과 가공기법을 전혀 다르게 함으로써 고찰이 가진 아름다움을 망가뜨리는 사례를 쉽게 발견한다. 예의 사찰을 경영하는 스님이나 종무원들의 안목이 낮기 때문이다.

석산에서 금방 발파해서 가져온 돌을 다듬지도 않고 사용하는 경우, 어느 지역의 돌이 좋다고 해서 색상이나 질감차이가 많은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돌을 가공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경우, 규모가 다른 돌을 사용하는 경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것과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불사를 하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고찰 본래의 경관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관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불사는 전시효과를 얻기 위해서 혹은 그 절의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사찰 본래의 경관성이나 조형적 가치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불자들의 신앙생활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선인들이 만들어놓은 옛 것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통해서 세계화를 이루어야 하는 글로벌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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