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바간 제따원 사찰에 초등학교 교사 준공 법회

바자회 열고 기금 5400만원 모금
80여 불자 참석…동화책 등 선물
현지 어린이들 “한국불교에 감사”

제따원 학교 교실에 ‘코리아’ 가 적힌 칠판 앞에서 아이들이 밝게 웃고 있다. 봉은사 신도들은 이들이 자라나 한국을 기억할 것을 확신했다.
“Do you know ‘강남스타일?’”
전세계에서 ‘강남스타일’이 열풍처럼 유행하는 가운데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미얀마에도 ‘강남스타일’ 열풍이 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아닌 강남 불자들의 나눔을 통한 리얼한 ‘강남스타일’이다.

9월 20일 한국의 경주와 같이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미얀마의 고도 바간 주의 한 사찰에서는 이 지역 마을 축제가 펼쳐졌다. 서울 봉은사(주지 진화)와 국제구호단체 프라미스(상임대표 법등)가 제따원 사찰 내 학교 교사를 준공한 것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사찰을 부를 때 ‘짜웅’, 학교도 ‘짜웅’이라 부른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오래 전부터 사찰은 학교, 스님들은 선생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날 학교가 건립된 제따원 사찰도 마찬가지다.

2006년 제따원 주지 우 아데익사 스님은 바간 냐웅우 지역에서 가난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워 파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 운영을 결심했다. 스님의 원력에 정년퇴임한 우조 후 선생님(76) 등 4명의 교사들이 자원봉사로 힘을 보탰지만 곧 한계가 닥쳤다. 46명의 아이들이 300여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가난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간절한 요청을 사찰이 외면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교사 수는 8명으로 늘었지만 교실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하루 7시간 이상 수업을 받아야 하는 고학년 학생의 경우 이부제 수업으로 1년 만에 학년 수업을 모두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소식을 멀리 한국에서 들은 봉은사 신도회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모금활동도 강남지역의 대표사찰인 봉은사다웠다. 신도회가 연 제따원 학교 건립을 위한 바자회는 높은 호응을 얻었다. 수익금으로 곧 제따원 학교 건립 기금 5400만원이 마련됐고 미얀마 등지에서 국제구호에 나서고 있는 불교계 NGO 더 프라미스가 현지 파트너로 2012년 2월 기공식에 들어갔다.

8월 경 학교가 준공된 이후 봉은사는 제따원 사찰 측의 초청을 받았다. 여기서도 강남스타일이었다. 9월 19일부터 25일까지 1주일 간의 미얀마 성지순례를 겸한 제따원 신축교사 준공식 행사에 신도들이 대거 참여했다.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지로 해 미얀마 양곤을 지나 바간 제따원 까지 가는 시간만도 1박 2일, 그 긴 여정에 80여명에 가까운 봉은사 신도들이 동참했다.

봉은사 신도들이 학교 준공에 앞서 미얀마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있다.
이윽고 도착한 제따원 사찰에서는 예정에 없던 행사가 하나 추가됐다. 스님들께 직접 공양을 올리고 싶다는 봉은사 신도들의 요청으로 인한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따원 사찰 앞에서는 한국불자들이 무릎을 꿇고 제따원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행사가 펼쳐졌다.

이어진 환영행사에서는 제따원 주지 우 아데익사 스님의 환영사와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의 감사말에 이어 학교 학생들의 전통공연 등이 진행됐다. 봉은사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 등 500여 대중은 함께 박수치며 이들의 장기자랑을 관람했다.

제따원 주지 우 아데익사 스님은 “봉은사 여러분의 후원에 우리 미얀마 스님, 교사, 학생들은 너무 행복하다”며 “부족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진심으로 학교건물을 후원해 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진화 스님은 신도들에게 고마움이 섞인 감회를 밝혔다. 스님은 “어렸을 때 흙바닥에 나무의자 하나 놓고 공부하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교육은 미래의 희망이다. 오늘 우리 신도님들이 낸 마음 하나하나가 이 나라 인재를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치사했다.

이어 우 아데익사 스님이 진화 스님에게 감사장과 선물을 증정했으며 이경자 봉은사 신도회 사무총장이 동화책과 필기구 등을 우 아데익사 스님에게 전달했다.

이경자 사무총장은 “거리에서 돈을 달라는 모습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며 미래 꿈을 익혀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아이들이 미래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준공 기념 테이프 커팅 후 아이들은 행사에서 ‘오성과 한음’ ‘우렁각시’ 등 미얀마어로 번역된 동화책과 필기구를 나눠받았다. 아이들은 받자마자 교실로 뛰어가 읽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7학년인 윈윈 에(12) 학생은 “한국 스님들과 한국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1학년인 이이 엥(7) 학생도 “책을 받아서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교과서가 부족해서인지 학생들은 이날 받은 책을 열심히 읽는 모습이었다.
진화 스님을 비롯한 봉은사 스님, 신도들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따원 학교 우조 후 선생님은 “한국불자들에게 고마운 만큼 이 아이들을 힘 닿는데 까지 열심히 가르치겠다”며 “아이들이 자라서 한국의 도움을 받은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가는 곡식처럼 봉은사 신도들의 뜨거운 나눔열기 속에 미얀마 동량의 꿈은 익어가고 있었다.

한편, 봉은사 신도들의 나눔의 행보는 계속 이어진다. 봉은사는 미얀마, 캄보디아 등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돕기 위한 연말 자선음악회를 대규모로 열 예정이다. 취지에 공감한 COEX 측이 1000명이 수용 가능한 콘서트홀을 무료로 대관하기로 했으며 국내 대기업들도 후원의사를 밝힌 상태다. 진짜 강남스타일은 따로 있었다.
 

“아이들이 미얀마의 희망 되길 축원”

인터뷰-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이 부처님이라는 생각으로 존중하는 것이 불자의 자세입니다. 이번 이번 제따원 학교와의 인연은 우리가 부처님 자비를 실천해 공덕을 쌓는 기회였습니다.”

봉은사 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 이면에는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매 법회 때마다 제따원 학교 돕기를 비롯한 보시행을 강조해왔다.

스님은 “법회마다 매번 같은 소리를 들어준 신도들에게 미안하다”며 “준공식을 하는 건물과 학용품, 동화책은 봉은사 신도님들의 마음과 노력이 모여 가능한 일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진화 스님은 봉은사 주지 취임 이후 수행하는 사찰, 나누는 신도문화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봉은사에 만들어진 지역 농산물 직거래 장터와 나눔장터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일환이었다.

스님은 “신도들이 직접 미얀마 친구들을 위해 물건을 모아 팔고 기부를 받아 기금을 만들고 전할 물건을 마련했다”며 “제따원의 어린 친구들이 부처님의 가피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열심히 공부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기를 부처님께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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