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의 십장생 병풍

다섯 청학 날아 오른 전설은

5천만 우리 민족 상징해 ‘흥미’

명성황후의 십장생 병풍
대승불교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는 누구일까? 그분은 관세음보살님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동양삼국인 한중일을 비롯해서 상좌부 불교까지 관세음보살은 그 존재와 지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티베트불교에서 관세음보살님이 흘린 눈물서 태어난 백색과 녹색의 다라관음(多羅觀音)들조차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녹색 타라는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백색 타라는 자비로 중생을 돌보고, 장수와 치유, 평정함을 얻게 해 준다.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중 가장 먼저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사찰을 지은 곳이 바로 낙산사다. 낙산사의 대승불교 속에서 위상은 중국의 관음성지인 절강성 영파 보제사(普濟寺)의 방장스님도 동아시아 최초 관음성지로 인정하는 말씀을 직접 들었다.

관음본연경(觀音本緣經)에 의하면, 옛날 남인도의 장나 장자와 마나사라 부인과에 태어난 두 형제인 조이와 동생 속이의 설화가 있다. 일곱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후처를 얻었는데, 아버지가 이웃나라로 무역을 간 사이 계모가 두 아이를 무인고도(無人孤島)에 버린다.

동생 속이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죽어가자 형인 조이는 고통을 겪으며 사는 모든 중생들을 구하는 보살이 되고자 하는 서원을 남기고 죽는다. 이렇게 조이는 다시 태어나 관세음보살이 된다. 그 조이와 속이가 죽은 섬의 이름이 보타락가산으로 백화산(白華山)과 일광산(日光山) 두 개의 산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양양 낙산사에는 매우 특별한 관음성전이 있다. 바로 보타전(寶陀殿)이다. 세계에서 한 곳의 성전에 가장 많은 관세음보살상을 모셔놓은 곳이 어디일까? 바로 이 보타전이다. 전각에 모셔진 모든 관음상을 다 세어 보면 전부 1539분의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다.

밀교(密敎)의 영향을 받은 보살상들이긴 하지만, 7관음상(천수관음, 성관음, 십일면관음, 여의륜관음, 마두관음,준제관음, 불공견색관음), 32관음 응신상, 그리고 1500분의 좌불형의 소형 관세음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32관음을 천수관음으로 치고, 1500관음상과 곱하면, 우리 민족의 숫자와 비슷한 4800만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 보타전은 마근스님과 지홍스님의 원력으로 91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93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7관음이 모두 모셔진 한국최초의 관음전각이기도 하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7관음이 봉안되는 날 밤에 하늘에서 풍악소리가 울리고, 다섯 마리 청학이 하늘을 날고, 때를 맞추어 동해바다는 울음(아마 파도소리가 아닐까?)을 그치고, 무지개빛 서기(瑞氣)와 광명이 세상에 가득 찼다고 한다.

백학이 천년을 살면 청학이 된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다섯 마리의 청학은 5000이라는 숫자를 이루어 오천만 민족의 숫자와 일치를 이룬다. 진리를 숫자로 표현하는 법수(法數)의 관례가 있는 불교의 습속에서 보면 이런 일치는 어떤 상징을 이룬다.

여기 이 사진은 사실 명성황후 민씨가 처음 낳은 두 아들이 요절하여 죽고, 세 번째 얻은 순종황제의 무병장수를 빌기 위해 제작한 십장생 병풍의 한 부분이다. 구름위 태양 가까이 날고 있는 청학은 아름답고 청초하기까지 하다.

미국의 오레곤대학에 소장돼 있지만 우리 정부에서 비용을 전액 부담해 용인에 있는 고창문화재연구소에서 수리를 끝내고 이제 미국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필자는 운 좋게 보타전 7관음 봉안때 비상했던 청학의 아름다운 모습을 실컷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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