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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과오 사죄합니다”…日불교 참회비 세워진다[단독]‘동국사지원모임’ 9월 16일 군산서 ‘참사문’碑 제막

일본 조동종 발표한 ‘참사문’
20년만에 한국서 비문으로
종단 과오에 절절하게 참회
역사 갈등 해결 초석 되길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동지회 회장 이치노헤 쇼고 스님이 군산 동국사에 세워질 참사문비 제작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과 일본불교 종단 조동종이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는 내용의 비문이 한국에 세워진다.

군산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회장 이치노헤 쇼고 스님은 본지와의 광복 67주년 특집인터뷰에서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은 오는 9월 16일 한국 유일 일본식 사찰로 잘 알려진 동국사(주지 종명)에서 일본 조동종의 전후(戰後) 참회가 담긴 ‘참사문(懺謝文) 비’를 제막한다”고 밝혔다. 

가로 2m, 세로 1.8m로 세워지는 ‘참사문 비’는 기단은 연화문으로 장식되며, 비 왼쪽은 일본어 원문이, 오른쪽에는 한국어 번역문으로 채워진다. 이 같은 ‘참사문 비’는 지난 3월  동국사 총무 종걸 스님(군산 성불사 주지)이 일본에 방문했을 때 처음 제안됐으며,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이하 동지회)에서 일본불교의 과오를 참회하는 차원에서 건립비용을 흔쾌히 전액 지불했다. 이후 모임회장 이치노헤 스님은 한국을 오가며 비문 제작을 살피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에 세워지는 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비문의 내용이다. 비는 1992년 일본 조동종이 발표한 ‘참사문’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동종의 ‘참사문’은 매우 구체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경책하고 참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분량도 참사문의 분량도 방대하고 일부 대목에 대한 사죄는 진정성도 느껴진다.

실제 조동종은 참사문에서 “석가모니 세존의 법맥을 잇는 것을 목표로 삼은 우리 종문은 여러 아시아 민족 침략 전쟁에 대해 성스러운 전쟁이라 긍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며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며, 조선을 종속시키려 했다. 조동종은 그 첨병이 돼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획책하고 황민화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가 됐다”고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있다.

이어 “불법을 국가 정책이라는 세속적 법률에 예속시키고 나아가 타민족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탈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라고 참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조동종의 사죄는 2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한일 양국 불교의 협력 아래 군산 동국사에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이번 ‘참사문 비’ 건립에 대해 종걸 스님은 “조동종의 참사문은 그간 일본 정부가 보여준 정치적인 유감 표명과는 그 결이 다르다. 2차 대전시기 아시아 국가들을 침탈하는데 일조한 종단의 잘못을 참회하고 있다”며 “정부들도 풀지 못하는 역사의 갈등을 한일 양국 불교계가 평화적 방법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비문 건립으로 한일 갈등과 불교 교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불교 사회운동을 연구해 온 유정길 前 에코붓다 대표도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에 일본 조동종의 참사문이 비문으로 형상화되는 것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다음은 일본 조동종의 참사문 요약문,

참 사 문
(참회와 사죄의 글)

우리 조동종은 명치유신 이후 태평양 전쟁 패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포교라는 미명 하에 당시의 정치권력이 자행한 아시아 지배 야욕에 가담하거나 영합하여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 〈중략〉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며 조선을 종속시키려 했고, 결국 한국을 강점함으로써 하나의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우리 종문은 그 첨병이 되어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획책하고 황민화 정책을 추진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중략〉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사상이나 신앙을 초월해 훨씬 엄숙하다.
우리들은 다시 한 번 맹세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리고 과거 일본의 억압 때문에 고통을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죄하면서 권력에 편승하여 가해자 입장에서 포교했던 조동종 해외 전도의 과오를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이다.

1992년 11월 20일
조동종 종무총장 大竹明彦

신중일 기자  motp79@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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